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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숭구리당당 Jun 28. 2021

-8kg 다이어트, 갑자기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다이어트 EP01]다이어트는 왜 하게 된 걸까?

'조폭마누라' '백돼지' '울트라 돼지'

초등학생 때부터 중도비만이었던 탓에 달고 살았었던 별명이었다. 나를 놀린 아이들의 살생부를 적자면 끝이 없어 거의 학교에 있었던 모든 남자아이들의 이름이 적혀야 할 정도였다. 다행히 성격이 외향적이었던 터라 매 선거마다 기필코 회장이 되어 그 아이들을 '떠든 사람 이름'에 적곤 했다. 나름의 복수였지만 아직도 나를 놀렸던 아이들의 이름이 생생히 기억나는 것을 보면 상처가 아니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특히 첫사랑. 누구나 첫사랑은 있다. 그런데 내 중학교 3학년 시절 첫사랑의 기억은 살로 인해 망가졌다. 나에게 호감을 비추는 듯 보였던 그 1살 '오빠'가 사실은 뒤에서 살찐 내 다리를 욕하고 다녔다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사랑의 상처가 살을 빼는 동기는 되지 못했다. 가슴 아픈 실연의 상처는 떡볶이의 맛을 이기지 못했고 피자의 감칠맛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왜 이럴까, 허벅지에서 요만큼만 빠지면 좋을 텐데 끊임없이 나를 채근했다. 모든 여자들이라면 해보았을 법한 '내 허벅지가 요만큼만 작아졌으면' 하며 허벅지에 선을 그어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마의 16세를 넘기고 난 후 정상체중 언저리로 내려오긴 했지만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정상 체중과 과체중 사이를 오가며 전전했다. 운동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요가를 미친 듯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체중의 문턱은 너무나 낮았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입사한 직후였다. 신입사원들에게 모두 동일하게 주어지는 현장 근무 기간. 약 1년 남짓의 시간의 시간 동안 새벽 6시 출근, 새벽 5시 퇴근하는 3교대 스케줄을 견뎌내기 위해 미친 듯이 흡입한 바닐라 라테와 마라샹궈가 내 몸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나를 돌볼 힘이 없었다는 표현이 가장 적합한 것 같다. 버티기 위해 먹는다는 핑계가 어느 순간 과체중을 넘어 비만을 향해 가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바뀐 앞자리에 점점 맞는 옷은 없어져만 갔고 자신감도 떨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살을 뺄 정말 큰 동기가 되지는 못했다. 그저 그렇게 매일매일 똑같이 먹고, 똑같이 일했다. 현장 근무 기간이 끝나고 본업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여전했다. 그런데 뜻밖의 순간, 아주 일상적인 순간에 다이어트 동기가 생겼다.


'나는 평생 살에 대해 걱정 안 해본 적이 없네'

그러던 집에 앉아 TV 앞에서 의미 없이 핸드폰을 보던 평범한 어느 날 깨달았다. 퇴근해서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놀면 뭐하니>를 보고 있었던 어느 날, 아이폰에서 띠링 3년 전의 나를 보여줬다. 그런데 그때 '아 이때도 썩 마르진 않았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섬광처럼 내가 평생 살에 대해 걱정해보지 않은 때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인생의 굴곡마다 어떤 때이건 항상 '뚱뚱하다'는 자각이 나를 따라다녔음이 느껴졌다. 옷을 살 때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인가'를 신경 썼고 항상 나보다 마른 사람들을 선망해오기만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자각이 나를 바꿨다. 지겨웠다. 계속해서 뚱뚱한 것에 대해 스스로를 후려치기 하고 먹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자신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시간으로 환산해보니 더욱 소름이 돋았다. 평균 수명을 고려했을 때 적어도 앞으로 최소 50년은 더 산다는 전제 하에, 살에 대해 걱정할 날만 그러면 18,250일.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움츠러들며 나머지 18,000일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대체 살이 뭐라고.

이게 뭐라고 내가 나를 낮게 보게 만들고, 나 스스로를 맘껏 좋아할 수 없게 하는 걸까 짜증이 났다. 내가 나 자신에게 그냥 있는 그대로 만족했다면 좋았을 텐데 싶기도 했다. '이렇게 내 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건 대체 누구의 생각이지?' 싶기도 했다. 이제까지 스스로를 원망만 하며 지내온 시간이 속상했지만, 지금이 가장 젊은 날. 이번 여름에는 그래, 비키니를 입자 다짐했다.


그래서 지난 4월 30일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날 당장 방울토마토를 주문했고, 본가에서 요가 매트를 가져왔다.

하루 칼로리는 1000칼로리 이하 섭취

적어도 20 이상 매일 홈트

그중 3일은 2시간 이상!

3가지 기준만 지키자 스스로 다짐했다. 힘들 때마다 다이어트 유튜브를 봤다. 나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사람들. 세상엔 정말 다이어트하는 사람이 많구나, 싶었다. 그리고 매일매일 먹은 것을, 운동한 것을 기록했다. 몰아서 보면 뿌듯하겠지 싶어 인스타 계정을 따로 파 모아두었다했다. 회사를 다니기 때문에 운동 시간을 많이 빼기가 어려워 잠을 줄였다. 저녁 10시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매트를 폈다. '층간 소음 없는 버전'을 틀어서 땀을 뻘뻘 내고 12시에 잠들었다. 왕도가 없었다. 정말 파블로프의 개처럼 시간이 되면 매트를 폈다.


그렇게 2달이 지난 지금, 8킬로가 빠졌다.

허리 사이즈는 28에서 25로 줄었고, 이제 인터넷 쇼핑몰에서 S를 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시를 입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자유로워졌다. 그 이외의 변화들은 아주 소소하다. 걸음걸이가 빨라지고, 밖에서 파는 음식들이 짜게 느껴진다. 아직 목표 몸무게까지 가야 할 길이 남았지만 8킬로를 뺀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느낀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삼시세끼를 전부  먹었고, 간식도 챙겨 먹었다. 다만 종류가 바뀌었을 뿐이었다. 배고프지 않도록 방울토마토를 챙겨 다녔고 점심은 직원 식당에서 반식, 저녁에는 토달볶을  먹거나 약속이 있을 때는 나가서 반만 먹었다. 배고플  방울토마토를 10개씩 꺼내서 먹었다. 포만감이 드는데  3kcal라니 방울토마토는 축복이다. 가끔씩 너무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면 조금만 먹었다. 대신 들어와서 홈트 유산소를 30 정도  해줬다. 다음날 아침 몸이 뻐근해질 때도 있었지만 익숙해지니 참을만했다.

그래서 더욱 지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이어트 = 극단적인 힘듦'이라는 방정식이 깨지니 지속하는 데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덜해졌고 '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은 또 다음날 매트를 필 수 있게 도와줬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모두가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이어트는 모든 문제의 해답이 아니었다. 여전히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남아있으며, 여전히 인간관계가 어려울 때도 있고, 여전히 나보다 예쁜 사람은 너무나 많다. 다이어트를 마치 모든 문제의 해답 인양 느껴지게 하는 세상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하지만 살 때문에 자기 자신이 밉다면, 살 때문에 고민하는 세월이 너무 길다고 느껴진다면 '갑자기' 결정해버리면 된다. 그러면 내일부터 달라질 수 있고 2달 뒤엔 사이즈가 달라져 있을 수 있다. 직원 식당에서 반 숟가락 덜어내는 일은, 아침 출근 전에 쿠팡에서 배달받은 방울토마토를 대충 씻어 가지고 나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대단한 사람들만 해내는 일이 아니었다. 대단하고 어려운 일로 만들지 않고 일상 속에서 누구나 할 수 있다. 다이어트는 그렇게 갑자기 시작해 성공할 수 있다.

(글이 길어지니 쉽고 꾸준한 다이어트를 위한 방법들은 다음 회차에서 다시 소개해야겠다. 수많은 유튜브 선생님들이 알려주신 비법을 DIY 해 삶에 적용하니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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