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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나라의앨 Aug 18. 2021

'고맙습니다' 그 한 마디의 무게

아이와의 첫 365일

아이가 태어나고 치열한 1년을 보냈다. 엄마 역할도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고 어렵게 느껴진 데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둘 다 잘 해내고 싶은 것들인데 균형 잡고 척척 해내지 못했다. 일이 있는 날엔 아이를 남편 또는 친정이나 시댁에 맡기고 일하러 갔고 일이 없는 날엔 집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니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애초에 '돌잔치'를 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돌잔치가 막말로 '남는 게 많다’며 꼭 하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뭘 남기기 위해 돌잔치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정말 축하받고 또 고마운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아이의 첫 365일을 가장 가까이서 함께하고 축복하고 기도해준 이들은 가족이었다. 양가에서 정말 아이를 예뻐해 주시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 그래서 아이의 첫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양가 부모님과 식구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면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아이 생일은 11월 말. 가을 성수기에 돌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꼼꼼하게 비교하는 건 애초에 내려놓았다. 결혼 준비할 때도 그랬지만 행사 자체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싶지도 않았고 과한 지출도 피하고 싶었다. 줄일 수 있는 부분에서는 줄이되 식사만큼은 가장 좋은 것으로 대접하고 싶었다.


고즈넉한 한옥을 배경으로 한 야외 촬영

장소 및 식사: 메이*드 호텔 내 봉*헌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골랐다. 식사는 한옥으로 된 식당 한정식. (사실 한옥은 개인적으로 내가 너무 좋아하는 공간과 분위기. 한 때 한옥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는데 교통과 수용인원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 돌이라도 한옥에서 꼭 하고 싶었다^^;) 음식도 깔끔하고 맛있었다. 부모님들이 좋아하셨다. 장소와 식사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가장 좋은 곳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


과하지 않아서 좋았던 돌상

돌상 & 돌스냅: 쇼콜*베베 & 쇼콜*스냅

돌상 비용이 천차만별이라 놀랐다. 돈을 더 들일수록 상에 올라가는 음식도 다양하고 화려한 건 사실이지만 어차피 돌상은 사진을 위한 건데 사진을 위해 몇십만 원을 더 들일 생각은 없었다. 그 돈으로 차라리 더 좋은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다. 돌상은 가장 기본으로 선택했고 돌스냅도 돌상 연계 업체로 해서 추가 할인을 적용받았다.


성장 동영상: 셀프 제작

딱히 다룰 줄 아는 프로그램도 없고 대단히 센스 있는 것도 아니지만 윈도우에 기본으로 깔려 있는 동영상 프로그램으로 사진과 영상에 텍스트를 삽입해서 만들었다. 좀 투박하고 멋없는 영상이지만 보고 또 봐도 재미있고 울컥했다.


차분한 느낌의 단정한 원피스. 하지만 이 날 이후 저 원피스는 입을 일이 없었다고 한다...

헤어 & 메이크업: 맥*메이크업 출장 서비스

아무래도 사진을 남기는 날이라 헤메를 받고 싶긴 한데 샵에 가기에는 좀 부담돼서 고민하다가 출장 서비스를 받았다. 결혼할 때 추천받았던 곳인데 편하게 집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날 입을 옷과 행사 장소를 고려해 내 이미지에 맞는 스타일을 추천해주신다.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으로 변신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 의상: 온라인 쇼핑몰 더코*

후기를 보니 엄마도 아이와 맞추어 화이트로 입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일단 난 화이트가 안 어울린다. 그리고 아이를 주인공으로 돋보이게 해주고 싶어서 나는 어두운 색으로 가기로 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와인색 원피스를 6만 원대에 구입해서 잘 입었다.


아이 돌 드레스와 헤어밴드, 그리고 사이즈 미스로 작아서 발을 구겨 넣어야 했던 아이 신발.

돌 드레스 & 아기 한복: 모*드레스룸 대여

아기 한복은 돌상 대여하는 업체에서 무료로 대여해준다고 했지만 한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돌 드레스 대여하는 곳에서 같이 추가로 대여했다. 아기 돌 드레스를 구매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 돌 때 한 번 입고 말 드레스를 굳이 살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대여 서비스가 워낙 잘 되어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아기 돌 드레스와 한복, 신발, 그리고 머리띠 등 액세서리까지 다양하게 챙겨주셔서 아기에게 어울리는 것으로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었다. 강추 강추!


답례품: 마미*파이

지인이 운영하는 글루텐프리 수제파이 전문점에서 주문했다. 이미 많이 맛보고 알고 있던 곳이라 마음 편히 주문했고 별도의 종이백에 따로 담아 전달했다. 모양도 예쁘고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아 답례품으로 그리고 선물하기도 좋다.

 

별로 알아보고 비교해보지도 않고 대충 준비한 것 같아서 내심 아이에게 미안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껴도 된다고 생각되는 부분에서 아껴서 기꺼이 돈 들이고 싶은 데 아낌없이 들여 아쉬움 따위는 없는 아이의 첫 생일을 축하하고 축하받았다.




딱 양가 식구들만 함께했다. 시부모님, 시누네 부부와 조카, 우리 부모님과 여동생, 남동생, 우리 부부와 아이까지 12명이었다. 룸 한쪽에 돌상을 준비하고 나머지 공간은 식사를 하는 테이블.


오후 4시쯤 스냅 촬영을 하고 간단하게 돌잡이 후에 저녁식사를 하는 일정이었다. 아이는 낮잠을 잘 자고 일어나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11월 말이라 날이 쌀쌀하고 해도 일찍 져서 서둘러 야외 촬영부터 했다. 야외에서는 흰색 돌 드레스에 볼레로를 입고 촬영했다. 식구들이 하나둘씩 도착했고 양가 부모님께서 도착하셨을 때 같이 야외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아이는 방긋방긋 잘 웃어주었다.


결혼식 이후 양가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건 처음. 1년 하고도 9개월 만이었다. 자주 만나는 게 아니다 보니 여전히 어색한 순간도 있지만 아이를 예뻐하고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대동단결. 아이 행동 하나, 표정 하나에 함께 웃고 또 웃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실내 룸으로 돌아와 아이는 한복으로 갈아입고 돌상을 배경으로 본 행사(?)를 시작했다. 돌상 업체에서 자연스럽게 진행해주셨는데 이게 정말 마음에 들었다. (사실 돌잔치에서 사회자나 전문 MC를 섭외해서 경품 퀴즈도 하고 재미있고 시끌시끌하게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은데 그건 우리 부부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돌잔치를 크게 하고 싶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남편이 먼저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시작했고 돌잡이를 진행한 후에 나의 감사 인사 후에 성장 동영상을 함께 시청하며 마무리하는 순서였다.


아이는 뭘 잡을까 고민하다가 한 번 씨익 웃고 또 고민하다가 씨익 웃더니 마패를 들어 올렸다. (뭐가 됐든 딸이 좋아하는 걸 찾아 재미있게 했으면 하는 게 우리 부부의 마음^^)


이제 내가 가족에게 감사인사를 할 차례. 사실 감사할 일이 너무 많았다. 아이가 크게 아프지도 않고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커준 게 가장 감사했다. 난 아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채워줬을 뿐인데 아이는 물만 먹고 자라는 콩나물 마냥 쑥쑥 컸다. 인풋의 양만큼 아웃풋이 나오는 것 같아 신기하면서도 보람 있었고 아이는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힘들었다. 육아만으로도 하루하루가 벅찼고 처음의 연속이라 모든 게 서툴고 어색하고 버겁게 느껴졌다. 특히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다. 내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남편에게 그리고 필요에 따라 여동생이나 양가 부모님께 아이를 맡겨야 했다. 스케줄을 조율하고 아이를 맡기고 필요한 것들을 미리 챙기는 건 생각보다 신경이 많이 쓰였다. 게다가 일적으로 내 실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불안하고 자신감이 떨어지고 나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도 또 힘을 내고 한 발짝 뗄 수 있었던 건 남편 덕분이었다. 남편은 내가 일하는 걸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었고 육아에 전적으로 함께했다. 우리 부부의 육아가 공동육아라고 자부할 만큼. 내가 육아로 힘들어할 때 그리고 통역사로서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 같이 고민하고 격려해 주었다.


일 때문에 아이를 맡겨야 할 때마다 양가 부모님은 두 팔 벌려 환영해 주셨다. 힘드실 법도 한데 힘든 기색 한 번 않으시고 기쁨으로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돌봐주셨다. 사랑 가득한 마음과 눈으로. 시누이 부부도 아이를 너무 예뻐해 주셨고 내가 불편해하지 않게 늘 내 편에서 생각해주었다. 여동생은 조카 보고 싶다며 틈만 나면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예쁜 옷이나 귀여운 액세서리, 장난감 등을 꼭 하나씩 사들고 말이다.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은 아이가 이모를 제일 좋아한다. 이모가 최고란다. 세상 무뚝뚝한 막내 남동생은 조카에게 달콤한 편지를 써와서 낭독했다. 여자 친구 외에 누군가에게 이런 표현을 한 건 아마 처음이지 않나 싶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이는 온 가족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먹으며 첫 생일을 맞이했다. 그래서 너무 고맙고 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입을 떼자마자 울컥. 또 말을 이어가려고 하면 울컥. 진정이 안돼서 결국 한 마디밖에 하지 못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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