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HOW TO 이유식 & 유아식
이유식(離乳食)이란 이유기, 즉 젖 떼는 시기에 유아에게 먹이는 젖 이외의 반고형 음식이다. 보통 생후 5개월 전후로 시작하는데 잘 먹거나 부모가 먹는 것을 보고 입맛을 다시는 등 관심을 보이면 조금 더 일찍 시작하기도 한다.
11월 말일 생인 우리 아이는 5월 중순 즈음, 그러니까 5.5개월 정도 됐을 때 이유식을 시작했다.
이유식 단계와 각 단계별 메뉴,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을 잘 정리해둔 블로그는 차고 넘친다. 난 프리랜서 워킹맘으로 육아하며 내 일정과 아이 먹거리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를 정리해보려 한다.
식단표로 미리 계획
나는 집밥 해먹을 때도 일주일 단위로 식단을 미리 짜고 식단에 맞춰 장을 본다. 하루하루 ‘오늘은 뭐 해 먹지’ 고민하는 게 더 스트레스…^^; 아기 이유식도 식단표로 만들어 붙여놓으니 편했다. (이건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니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자!)
일정이 있는 날 전에 미리 이유식을 만들어둬야 했다. 하루 짜리 일정이면 부담이 덜하지만 2-3일에 걸친 일정이거나 출장이 잡히면 난 바빠졌다. 미리 이유식 먹는 횟수를 계산해 메뉴가 겹치지 않게 며칠 치를 준비해두고 가야 했기 때문. 그래도 식단표에 맞춰 이유식을 준비해두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다.
이유식 저장팩 적극 활용
갓 지은 밥이 가장 맛이 좋듯이 이유식도 만들어서 바로 먹는 게 가장 맛있을 것이다. 하지만 워킹맘이다 보니 매 번 그때그때 만들어줄 수는 없는 현실. 그래서 보통 2-3일 치는 냉장 보관해서 먹이고 출장으로 며칠 집을 비워야 할 땐 이유식 저장팩에 1회분씩 담아 냉동 보관했다가 해동 후 재가열해서 주는 방식을 택했다.
이건 여행 또는 외출할 때도 아주 유용하다. 냉동해둔 이유식을 필요한 만큼 보냉백에 담아 외출하고 먹을 때가 되면 전자레인지로 데워서 먹이면 된다. 단, 자연해동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2-3시간 전에 미리 꺼내 두는 것이 좋다.
밥솥 칸막이 강추
후기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이유식을 하루 3번으로 늘렸다. 이유식이 주식이고 모유 또는 분유는 보충 개념이 된다. 그 말인즉슨 이유식을 그만큼 자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뜻. 아이가 후기 이유식을 시작할 무렵이 시기적으로 가을 통역 성수기와 맞물렸다. 수요에 맞춰 공급할 자신이 없어 걱정하던 중에 밥솥 칸막이를 활용해 한 번에 세 가지 메뉴를 만들 수 있다는 블로그를 보고 바로 구매했다.
쌀과 고기, 야채 큐브를 톡톡 넣고 육수 붓고 건강죽 취사 버튼 누르면 끝. 정말 좋은 세상이라며 감탄을 연발했다.
몇 번 시도해본 결과... 육수 양을 잘못 계산해서 한 번은 물기가 너무 많았고 한 번은 물기가 너무 없어서 살짝 당황했지만 한 번에 세 가지, 일주일치 21회분을 뚝딱 만들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던 아이이고 먹는 걸로 속 썩인 적이 없었는데 후기 이유식 때 유독 잘 안 먹으려던 시기가 있었다. 소아과 검진 갔다가 물어보니 아이가 또래 대비 큰 아가라 고기도 많이 먹어줘야 하고 호기심도 많은 아이라 죽보다는 밥에 가까운 고형식으로 먹어야 흥미를 느껴 이유식을 잘 먹을 거라는 의사 선생님의 조언. 그래서 쌀알도 갈지 않고 그대로 하고 재료 손질도 더 큼직하게 해서 진밥으로 해주니 신기하게도 오물오물해가며 아주 잘 먹었다.
이유식 하시는 분들 밥솥 칸막이 강추입니다!!!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가성비 최고! 가심비도 최고!
아이가 12개월이 지나면서 유아식을 시작했는데 이유식보다 더 부담이 컸다. 뭔가 어른이 먹는 것과 비슷한 것 같지만 아직 아기이기 때문에 맛도 재료도 신경 쓸 부분이 많다.
유아식도 블로그에 정보가 넘쳐나지만 뭔가 정리된 책으로 보고 싶어 유아식에 대한 정보와 레시피가 정리된 책을 하나 구입했다. 레시피를 보고 그대로 따라 하기도 했고 아이디어를 얻어 내 방식으로 살짝 응용해보기도 했다.
유아식 때 그리고 아이가 네 살이 된 지금까지도 추구하고 있는 나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아이 밥을 따로 준비한다는 고정관념 버리기
처음엔 아이 음식을 따로 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었는데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엄마 아빠 식사를 준비하면서 아이 것은 양념하기 전에 미리 조금 빼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메뉴가 된장국이다. 난 보통 된장을 풀고 야채와 두부를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청양고추와 고춧가루를 한 스푼 넣는다. 이때 청양고추와 고춧가루를 넣기 전에 아이가 먹을 된장국을 소량 따로 담아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아이 음식과 어른 음식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이 확 줄어들고 일이 훨씬 편해진다.
아이도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위와 같은 맥락에서 가능하면 아이도 같이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정한다. 맵거나 너무 짜고 기름진 음식 정도만 피하면 된다. 예를 들어, 찜닭을 먹는다면 고추장 대신 간장소스로 하고 파스타를 먹는다면 오일소스 대신 크림소스로, 같은 크림소스를 쓰더라도 어른은 파스타면으로 아이는 리소토로 하면 된다. 상대적으로 매콤한 걸 안 먹게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매콤한 게 당길 땐 또 먹으면 되는 거고! 평소에 좀 담백하고 짜지 않게 건강식으로 먹는다 생각하고 아이에게 맞추면 음식 준비가 한 층 쉬워진다.
가끔은 냉동식품이나 외식도 괜찮다
나는 집밥의 힘을 믿는 사람이라 가능하면 집에서 밥을 해 먹으려고 한다. 음식도 가능하면 냉동식품은 피하고 식재료를 직접 손질하고 요리해서 먹는 걸 선호한다. 하지만 나도 일을 하는 워킹맘이고 바쁘고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땐 과감하게 외식행이다. 아이도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외식을 하거나 음식을 배달해 먹기도 한다. 냉동식품을 선호하진 않지만 비상용으로 필요할 때가 있다. 냉동실에 있는 치킨너겟이나 만두, 완자, 떡갈비 등을 꺼내 후다닥 구워 먹이는 날도 있는 것. 괜찮아. 그런 날도 있는 거지.
요즘은 시판 이유식도 정말 잘 나오고 아이 반찬은 물론 일반 반찬도 배달식으로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음식을 가능하면 직접 만들어 먹고 또 먹이고자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엄마 마음, 정성, 사랑.
최고의 셰프는 음식을 맛있게 요리해 보기 좋게 플레이팅 해서 내어 놓는다. 셰프는 ‘누군가’가 먹을 음식을 정성스럽게 프로의식을 가지고 준비할 수는 있어도 내 가족, 내 사람을 위해 앞치마를 두른 엄마 또는 아빠의 마음을 따라올 수는 없다.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내 가족이 생기니 엄마가 우리 가족을 위해 매 끼 밥상을 차려주시는 게 얼마나 큰 사랑의 언어인지 깨닫게 된다. 봄이면 각종 봄나물로 향긋한 밥상에 3월 내 생일 땐 꽃게탕과 주꾸미 샤부샤부로 푸짐한 생일상을 차려주시곤 했다. 여름에는 진하고 시원한 콩국수로 더위를 식히고 따끈한 삼계탕으로 몸보신을 했다. 가을엔 전어와 새우를 배 터지게 먹었고 겨울엔 꼬막과 시금치 나물이 단골 메뉴였다.
지금도 친정에 가면 엄마 아빠는 먹거리를 준비하기 바쁘시다. 값이 비싸도 가장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사 오시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에도 우리를 위해 기꺼이 불 앞에 서신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건 단순히 요리하는 행위가 아닌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다. 손이 많이 가도 귀찮아도 사랑으로 다 감내하는 것.
맛으로 따지면 요리 전문가의 음식이 훨씬 맛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 엄마가 해주시는 음식은 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있다. 내 요리는 글쎄...^^;) 하지만 내 가족, 내 아이가 먹을 음식을 준비하는 부모 마음은 누구도 못 따라간다. 부모님을 보며 내가 내 남편, 내 자식, 내 가족을 위해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그 마음은 조금,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내 가족, 내 아이를 위해 귀차니즘을 뒤로한 채 내 손으로, 마음으로 먹거리를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