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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나라의앨 Sep 25. 2021

경험으로 또 하나를 배웠다

모유수유 경험담




이제 갓 신생아 딱지를 뗀 둘째도 모유수유 중이다. 양은 첫째 때와 비슷하고 아이도 잘 먹어준다. 첫째 때와 마찬가지로 주로 직수를 하지만 하루에 두 번 정도는 유축 후 젖병 수유를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가 40일쯤 됐을 때 용을 너무 쓰고 뭔가 불편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밤새 방귀도 너무 많이 뀌고 배는 고픈데 보채느라 제대로 먹질 못하는 것 같았다. 특히 밤 수유할 때 몹시 힘들었다.


첫째도 용을 많이 쓰긴 했지만 그건 자고 일어날 때 기지개를 켜며 하는 용트림이었지 자는 내내 불편해하며 끙끙대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뭔지 몰라도 분명히 달랐다.


가스가 차나 싶어서 찾아보니 모유수유 중인 엄마가 유제품을 먹으면 아이에 따라 유당 흡수력이 떨어져 가스가 찰 수 있다는 글이 몇 개 보였다. 내가 유당불냉증이라 아차 싶었다. 혹시 둘째도..?




https://www.eatthis.com/what-happens-to-your-body-when-you-drink-soy-milk/

난 조리원 퇴소 후 집에 와서 산후조리하면서 매일 두유를 한두 팩 씩 꼬박꼬박 마셨다. (고등학생 때부터인가 우유를 못 먹는 대신 줄곧 두유를 마셔왔다.) 요즘은 두유도 다양하게 나와서 좋다. 플레인 일반 두유는 물론이고 검은콩, 호두•아몬드 등 옵션이 많다. 빵과 곁들여 마시기도 하고 간식으로도 마셨다. (두유 제조에 GMO 콩이 사용되고 안 좋은 성분도 들어있다는 의견도 있어서 임신하면서부터는 나름 성분을 따져 고르고 골라 마셨다.)


https://www.chelseasmessyapron.com/top-10-favorite-ways-top-yogurt-bowl/

요거트도 참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 어릴 땐 딸기 요거트와 복숭아 요거트를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플레인요거트를 먹었다. 과일과 견과류, 그래놀라 등을 넣어 든든한 아침식사로 또 간식으로도 즐겼다. 시판 요거트는 양이 아쉬워서 요거트제조기를 구매해 집에서 직접 만들어먹곤 했다. 큰 아이도 요거트를 좋아해서 요거트를 만들어 늘 냉장고에 둬야 마음이 편했다. 최근에는 그릭요거트에 빠져서 번거롭더라도 유청을 분리해서 꾸덕한 요거트를 간식으로 먹었다. 꾸덕한 요거트에 골드키위와 꿀까지 곁들이면 얼마나 맛있는지.


그런데 지금 아이가 혹시 내가 즐겨 마시고 먹는 두유와 요거트 때문에 배에 가스가 차서 힘들어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 음식을 바로 끊었다. (매일 마실 생각으로 두유를 박스로 대량 구매해뒀는데 어쩐담…^^;)




두유 섭취 중단 후 이틀째부터 아이 배에 가스 차는 현상은 확실히 줄었다. 여전히 방귀도 뀌고 변도 이틀에 한번 정도 보지만 가스 차서 용쓰고 힘들어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두유와 요거트가 아이 복부 가스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잘 모르겠다. 난 우유 대신 두유 마시면 괜찮은데 아이는 두유마저도 안 되는 건가? 아니면 요거트 때문인가? 아직 의문이다. 그냥 내 추측으로 혹시나 하며 끊어본 거라 확신을 가지고 또 논리적으로 혹은 의학적으로 설명을 못하겠다. 하지만 내가 해보니 ‘모유수유 중인 엄마의 유제품 섭취가 아기 복부 가스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정도로 정리할 수는 있겠다. 난 우유를 먹진 않지만 두유와 요거트를 끊어보니 아이 배에 가스가 차지 않고 그거면 된 거 아닌가.




https://businessgraduatesassociation.com/five-fundamentals-of-experiential-learning/

이래서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 안다고 하는 걸까. 한 편으로는 많이 경험할수록 많이 아는 것이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인간이 모든 걸 경험할 수 없기에 우리의 경험, 즉 앎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 닥친 어려움이나 내가 경험한 어떤 상황을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해 이것저것 찾아도 보고 여기저기 물어도 보며 정보를 얻고 정리해보고 내 나름 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 이 과정을 통해 지식과 경험이 쌓인다. 진짜 내 것이 되는 것.




수유하는 동안은 두유도  마시고 좋아하는 요거트도  먹게 생겼는데 아쉽다. 수유 자체도 힘들지만 내가 먹는 음식의 성분과 영양소가 수유를 통해 아이에게 직접 전달되기 때문에 음식에 제약이 많이 생긴다는   힘들다. 익히지 않은 음식, 특히 회와 연어, 커피, 아이스크림, 기름진 음식, 매콤하고 얼큰한 음식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니까. 그래도 덕분에 담백하게 건강식으로 챙겨 먹게 되어 몸이   가볍고 기름기가 빠지고 디톡스 되는  같은 느낌이고 실제로도 어느 정도 그런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


어쨌거나 둘째 모유수유도 큰 탈 없이 무사히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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