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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나라의앨 Sep 30. 2021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생후 46일, 첫 감기




네 살(34개월) 짜리 큰 아이가 고열로 시작해 기침, 콧물, 가래로 꼬박 일주일을 고생했다. 추석 연휴가 끼어 일주일 동안 어린이집도 못 가고 집콕.


큰 아이는 자주 아프지 않기도 했고 아파도 경미한 증상 정도로 지나가서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컨디션이 영 안 좋은지 처음으로 입맛 없어하며 밥도 그 좋아하는 간식도 거부했다. 좀 쉬어야겠다며 자기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더니 혼자 스르르 잠들어 낮잠을 세 시간씩 자고 심지어 두 번 자기까지 했다. (어린이집에서는 낮잠 시간에 한 시간 좀 더 되게 자지만 집에 있는 날엔 낮잠을 건너뛰거나 놀다가 지쳐 저녁시간에 기절하듯 잠들어 한 시간 겨우 자는 아이인데..^^;)


큰 아이가 아픈 것도 속상하고 힘든데 자기 동생이라며 작은 아이를 끌어안고 뽀뽀하고 비벼댄다. 감기가 옮는다는 개념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동생은 아끼고 사랑해야 할 대상으로 배워 알고 있는 아이에게 ‘지금은 감기 걸렸으니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해야 한다는 게 나도 참 뭐했다.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설명하며 물리적으로 떨어뜨려놓으려 애쓰긴 했지만 같이 집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다 보니 결국 작은 아이도 옮았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열은 나지 않지만 콧물과 기침이 문제였다. 코가 막히니 젖 먹는 것도 힘들어하고 코가 기도로 넘어가면서 가래가 끼는데 뺄 줄을 모르니 답답해하며 낑낑거리다가 기침하다가 울다가를 반복했다. 숨소리가 거칠고 기침할 때마다 소리를 듣고 있으면 너무 안쓰러웠다.




동네 소아과에 갔는데 아기가 아직 너무 어려서 컨디션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폐렴으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에 큰 병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라며 의뢰서를 써주셨다.


곧장 옆 동네에 있는 어린이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가는 동안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어제 그렁그렁하는 소리가 들릴 때 바로 병원에 가볼걸. 50일도 안된 아가인데 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나? 이 작은 몸으로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고 당황스러울까. 그래도 입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엄마로서 아이의 증상을 (내 맘대로) 가벼운 감기 정도로 여기고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이 밀려왔다. 혹시라도 아이 상태가 많이 안 좋다고 하거나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병원에 도착해 엑스레이를 찍고 진료를 받았는데 다행히 입원할 정도의 상태는 아니라고 해서 일단 한 시름 놓았다. 약을 처방받고 주말 동안 먹여보며 상태를 지켜보고 혹시 상태가 더 나빠지거나 아이가 잘 먹지 않고 처지는 증상을 보이면 대형병원으로 가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렇게 아이는 인생 47일 차에 처음으로 모유가 아닌 ‘약’을 맛보게 되었다. 이런 건 이렇게 빨리 맛보지 않아도 되는데… 마음이 좋지 않다. 그래도 이만한 게 다행이고 또 다행이다.




첫째 임신 중에 초음파로 태아의 심장소리를 듣는데 약간 엇박이라는 소견이 있었다. 막상 태어나면 괜찮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는 했지만 굉장히 신경 쓰였다. 다른 것도 아닌 심장에 문제가 있으면 어쩌나… 걱정됐다.


둘째 임신 중에는 정밀초음파 때 태아의 오른쪽 네 번째 발가락에 이상 소견이 있었다. 혹시 몰라 대학병원까지 가서 검진을 받았는데 이상 소견이 있다 해도 당장 손 쓸 방법이 없고 태어나서 직접 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는 이야기만 듣고 돌아왔다. 또, 임신 후기에는 태아에게서 신우 확장 증세가 보이기도 했다. 콩팥(신장)에서 소변을 모으는 부분이 정상보다 확장, 즉 늘어나 있는 것. 이 증상 또한 흔히 발견되는 소견이고 출산이 임박해오면서 대부분 정상범위로 들어오고 태어나서 확인해보면 괜찮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이상 소견이고 지켜봐야 하는 것이니 신경이 안 쓰였다면 거짓말이겠지.


결과적으로 모두 괜찮아졌고 이상이 없다. 휴…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큰 아이는 잔병치레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기 체온 정상범위도 몰랐고 해열제 먹이는 법도 몰랐다. 그런데 돌 즈음해서 돌발진이 왔고 30개월 때쯤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입원한 적이 있다. 두 번 모두 40도를 웃도는 고열에 불덩이처럼 뜨거워진 아이를 안고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해열제를 먹이고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며 기다리는 것 외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뻔하지만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다.




누구나 아프면 힘들고 괴롭다. 하지만 아기가 아프면 그 정도는 급이 달라진다.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모든 게 낯선 아이인데 (본능이긴 하지만) 겨우 익숙해진 코로 숨쉬기가 안 되니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똑같이 재채기를, 기침을 한 번 해도 온몸으로 있는 힘껏 하다 보니 얼굴이 시뻘게지고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아 두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다.


이만하면 경미한 증상이고 또 상대적으로 별거 아닌 감기 수준인데도 어미 마음이 이런데… 대학병원에, 그것도 중환자실에 입원하거나 큰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많이 아픈 아이를 돌보는 부모 마음은 어떨까 싶다. 감히 상상도 못 하겠다.


그래서일까.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유독 소아과와 산부인과 이야기에 눈물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유산 경험자이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보니 임신과 출산 과정도  이벤트 없이 무탈하게 지나는  쉽지 않다는  알고  아이가 건강한  얼마나  축복인지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어른들이 하던 이 말이 뻔한 말 같지만 진심이 담긴 말이라는 걸 부모가 되어보니 알겠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일과 외부활동은 물론이고 모든 게 올스톱이다. 당연한 것 같지만 결코 당연하지 않은 게 건강이고 건강을 잃었을 때 한 없이 무너지는 게 부모더라. 그러니 아이가 건강한 것만으로도 아이와 부모, 온 가족이 참 많은 걸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내가 건강하고 싶다고 해서 건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은 없다. 내게, 그리고 내 가족에게 허락된 건강에 감사하고 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애써야 한다. 그리고 나와 내 가족, 내가 아끼는 모든 이들이 건강한 몸과 마음과 영으로 하루하루 감사와 기쁨으로 채워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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