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나라의앨 Jan 03. 2023

새해가 뭐길래

또다시 새롭게 다짐하고 시작하고 있다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 210이 지났어요ㅠ_ㅠ 작가님 글이 그립네요... 오랜만에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글을 보여주시겠어요?


브런치 앱에 알림이 떴다. 매 번 이 알림이 올 때마다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이 느껴졌는데 이 압박마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사라졌다. 육아 난이도는 점점 올라가고 통역 업계의 가을 극 성수기를 보내다 보니 글 쓰는 것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났다. 글을 한 번 쓰면 상당히 길게 공 들여 쓰는 편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뭔가 큰 마음먹고 엉덩이 붙이고 글을 쓰는 편인데 애초에 대단히 자주 글을 쓰는 게 목표도 아니었고 그냥 내가 쓰고 싶을 때 쓰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거라 크게 부담은 없었다. (어쩌다 보니 구독자가 57명이나 되었는데 너무 글도 안 올리고 내 브런치를 방치한 것 같아 조금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앞으로도 저는 제가 글 쓸 수 있을 때 그리고 쓰고 싶을 때 글 쓰겠습니다..ㅎㅎ)


그렇다고 그간 글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일상과 단상을 SNS에 공유하기도 했고 일하고 육아하면서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사진으로 남기고 메모장에 메모를 해두기도 했다. 그간 간단하게 메모해두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새해 그리고 통역 비수기를 맞이해 하나씩 정리해볼까 한다.




2022년은 WORK & LIFE 모두 내 인생 역대급으로 힘들었다. 육아도 힘에 부치고 일도 많이 바빴다. 하지만 올해는 두 가지 모두에 있어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한 것 같다. 


큰 아이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직 기관에 다니지 않는 둘째는 필요에 따라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했다. 감사하게도 우리 부부가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고 또 아이도 잘 따라주는 돌봄 선생님 몇 분을 만났다. 덕분에 낮 시간에 마음 편히 일도 하고 일이 늦게 끝나거나 출장이 있을 땐 밤까지 아이들을 맡길 수 있었다.


동네 반찬가게가 내 구세주가 되었다. 나는 음식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좋은 재료로 맛있게 요리해서 푸짐하게 먹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일이 바빠지니 두 아이 보면서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게 너무 큰 일로 느껴졌다. 둘째 유아식 반찬도 직접 해서 먹이다가 힘들어서 반찬가게를 찾던 중 마음에 쏙 드는 곳을 발견했다. 아이 반찬은 물론이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이곳 반찬과 요리와 국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정말이지 감사한 곳이다.


나는 일 욕심이 있다. 그런데 육아 욕심도 있다. 그래서 아직은 일을 제한적으로 받고 있다. 만 4세 그리고 만 17개월. 한창 손이 많이 가고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원하는 연령의 아이들이다. 그래서 의뢰가 들어오면 바로 yes라고 답하지 못하고 많은 것을 고려하고 확인한다. 시간대가 괜찮은지, 출퇴근하기에 거리와 동선이 괜찮은지, 육아 공백이 생기지는 않는지(즉, 아이를 봐줄 사람이 있는지) 등. 그래서 때로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이지만 일을 거절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남편은 늘 마지막에 내게 말한다. "그래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이면 해." 이 말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다. 시간대가 맞지 않거나 우리 집에서 거리가 너무 멀거나 교통편이 좋지 않거나 남편이 두 아이 독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선뜻 "응 그래도 하고 싶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실제로 남편의 이 말 덕분에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도 했다.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일을 받아서 하기로 결정한 다음에는 준비하는 데 시간을 충분히 들였다. 이건 일 자체를 잘 해내기 위한 준비이기도 했지만 사실 더 근본적으로는 내 만족도를 위한 일이었다. 출산과 육아로 평소에 충분히 실력을 갈고닦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일 했을 때의 삐걱거리는 내 모습과 실력에 나 스스로 크게 실망한 적이 몇 번 있다. 그래서 일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준비해서 하자는 마음으로 정말 공 들여 준비하고 연습하고 있다. 시간도 에너지도 더 들지만 이게 내 가치고 내 방식이다. 모든 걸 다 잘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대신에 하기로 한 것은 제대로 해내는 연습.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올해 연습 결과는 제법 만족스럽다.


두 아이를 키우며 먹고사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체감하는 한 해였다. 큰 딸아이를 케어하기 위해서는 감정과 정신적인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고 아들인 작은 아이와 시간을 보내려면 체력 체력 또 체력이다.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때로는 너무 빨리 커버리는 것 같아서 아쉽다. 아직은 논리로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는 두 아이의 필요를 채워 주려니 쉽지 않다. 한 시간을 같이 놀면 세상 다정한 남매로 5분 놀고 나머지 55분은 고함과 눈물로 가득하다. 하루 종일 아이 하나 보는 것보다 큰 아이 하원 후부터 취침까지 둘을 같이 봐야 하는 네 시간 남짓이 열 배는 더 힘들다. 눈물 날 정도로 힘든 날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예쁜 말과 행동 하나에 거짓말처럼 괜찮아졌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겼다. 아이들 존재 자체가 위로이고 힘이다. 이 모든 걸 함께 해나가고 있는 남편도... :)


건강을 챙기지 못한 게 2022년에 가장 못한 일 중 하나. 운동을 전혀 안(못)하고 밥과 간식을 많이 먹고 앉아서 일하고 육아하니 허리가 아프고 몸이 무겁고 옷이 작아졌다. 가끔 허리와 어깨, 등 목이 너무 아파서 도수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사실 효과는 그때뿐이고 근본적으로는 운동이 답이라는 걸 아는데... 둘째가 기관에 가면 그나마 시간이 조금 나고 의지가 생기려나. (의지가 부족하고 간절하지 않아서 그런 거겠지만) 아직은 운동할 엄두가 안 난다. 거창하게 운동하는 건 조금 뒤로 미루고 일단 올해는 틈 날 때 걷고 집에서 아침/저녁으로 가벼운 스트레칭이라도 하는 루틴을 다시 만들어봐야겠다.


만나고 싶은 사람도 참 많은데 이것도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렸다. 이미 육아와 일만으로도 하루가 너무 꽉 차있고 체력도 바닥나 있어서 누굴 만날 엄두가 안 나는 날도 많았던 게 사실. 게다가 일한다고 아이 맡기고 나가는데 친구 만난다고 또 아이를 맡기고 나가기가 왠지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약속을 잡았다가도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취소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고. 그나마 정말 가까운 친구들, 그리고 정말 보고 싶은 사람들은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겨우 본 것 같다. 올해는 조금 더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만나면서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2023 실천 사항

- 아이들에게 조금 더 너그러운 엄마 되기.

- 남편과 격주로 outdoor 활동하기.

- 주 3회 건강한 집밥 해 먹기.

- 주 3회 1시간씩 걷기 & 아침/저녁 10분 스트레칭

- 매일 저녁 15분 가정예배

- 매일 1시간 영어/한국어 뉴스 shadowing & sight translation

- 매일 2시간 말씀 & 기도 시간으로 드리기 (시간의 십일조)

- 독서 4권 목표


비수기 때에나 실천 가능한 계획이지만 이것들이 쌓여 성수기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새해라고 해 봐야 똑같은 하루일 뿐이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데 새해가 뭐라고 이렇게 떠들썩한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송구영신.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나도 다른 많은 이들처럼 지난 일 년을 돌아보고 새해 계획을 세우고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다. 과거의 별로였던 내 모습은 뒤로하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변하고 새로워지겠다고 다짐한다. 작심삼일이라고들 하지만... 작심삼일도 반복되면 그것도 실천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2023년도 작심삼일 무한반복으로 한 번 잘해봅시다. 아자아자 :)




매거진의 이전글 인스턴트커피를 찾게 되는 나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