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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리 Dec 15. 2022

나도 단순하게 살아보기로 했다

맥시멀리스트의 결심

나는 맥시멀리스트다. 가족들과 지인들은 내가 쇼핑 마니아(쇼핑 중독보다 완화된 표현)라는 것을 다 알 정도로, 물건 사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새 것을 쓰는 것에 탐닉하는 사람이다. 오랜 시간 동안 쇼핑은 내 불안을 잠재우는 안정제와도 같았던 것 같다.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해 미니멀리즘에 대한 EBS 방송을 접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심하게 단순하게 살고 있는 일본의 한 남성이, 한 때는 나처럼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고백에, 그리고 현재는 극한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에 엄청난 자극을 받고, 그가 쓴 책을 바로 주문하였다. (이 역시 충동 구매 ㅋ)






와. 진작 읽을 걸.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의 교과서라고나 할까.



정리, 단샤리,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을 여러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버리고 줄이고 절약하는 삶이 체화되기는 어려웠다. 여전히 나는 쇼핑을 즐기고 있었으며, 새로운 물건에 탐닉하기도 하거니와 물건을 사는 행위 자체를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뼈를 맞는 듯 본질을 파고드는 말들을 건넨다.



물건을 사면서 내가 가치있는 사람이 되는 듯한 착각에 빠졌고, 쇼핑이 나라는 사람을 있어보이게 하기 위한 수단, 그리고 목적 자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곧 그 물건에 대해 싫증낼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물건을 사모으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야말로 물건이 나와 내 삶을 잠식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내가 물건을 많이 사는 것도 불안을 잘 느끼는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빨리 무언가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나는 불안해하는 사람이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할인 기회, 1+1 행사에 늘 영업을 당하고 만다. 그런 기회가 또 주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왠지 놓치면 손해볼 것만 같아 얼른 결제 버튼을 눌러버리고 만다. 



이 책의 저자인 사사키 후미오씨의 영상에서 그는 정말 심하게 미니멀하게 살고 있었다. 그렇게 적은 물건으로 사는 데에도 불편함이 없다고, 우리는 오히려 많은 물건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에 공감하며, 나도 미니멀리즘을 실천해보고자 한다. 



하루아침에 나 같은 맥시멀리스트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내가 왜 물건을 그토록 열심히 샀었는지에 대한 원인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소득을 얻은 기분이다. 



미니멀리스트란 단순히 물건을 사지 않고 줄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을 선택하고 소중히 여기고, 필요하지 않는 것은 과감하게 정리할 줄 아는 마음의 태도가 미니멀리즘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된다. 



불안해서 이것도 저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전부 사서 모아버리는 습관,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쌓아두고 관리하지 못해 오히려 물건들에 밀려 삶의 공간을 빼앗기는 것.. 모두 내 이야기다. 현실 자각의 타임. 


나에게 과제가 생겼다.

2023년 도저언! 미니멀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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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손에 넣지 않은 현재에서는 그 물건을 손에 넣은 후 미래에 느낄 기분을 좀처럼 상상할 수 없다. 그래서 물건을 갖게 되는 순간 느껴질 기쁨이 이후로도 지속되리라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물건을 계속 원하고 물건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간절히 원했던 물건을 손에 넣은 뒤 싫증을 내고 다시 새 물건을 원하는 과정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무한 루프 현상에 빠지고 만다. / 79쪽
물건을 손에 넣기 전에는 그 물건에 질려버릴 미래를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늘 새로운 물건에 눈독을 들인다. / 81쪽
살아가는 데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위해 모두 필사적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물건은 어느새 도구가 아닌 우리의 주인이 되고 말았다. / 82쪽
물건을 갖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가치를 알리려는 목적'을 위해서다. 우리는 물건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누군가에게 알리려고 애쓰고 있다. / 82쪽

일을 해내는 능력, 창조력, 근면함, 인내심 등을 누군가에게 알리는 일은 시간이 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물건으로 전달하는 편이 훨씬 빠르다. 물건은 보이지 않는 내면과는 달리 누구에게나 보이기 때문에 매우 빠르게 자신의 가치를 알릴 수 있다. / 90쪽
물건의 쓰임새보다 자신의 가치를 알리려는 목적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물건이 너무 많아지는 문제가 생긴다. 이렇게 사들인 물건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막대한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한다.

물건 자체가 자신의 가치,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물건을 사서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이 삶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되는 것이다. / 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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