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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버른앨리스 May 22. 2018

개인의 성적 취향과 인종, 상관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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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호주 남자애 중에 동양 여자만 골라서 만나는 애가 있어.

주위의 반응은 꽤 부정적이야. 드센 호주 여자들은 감당 못 하니까 비교적 유순한 동양인이 만만한 거 같다고 욕을 하는 사람도 많고 저건 백인우월주의, 일종의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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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친구 중 한 명은 백인 남자만 사귀어.

백인의 신체적 조건이 개인적으로 취향이라서 백인만 만난다고 하는 그녀의 말에 갑자기 술자리가 싸해지는 거야. 특히 남자들이 눈빛을 주고받고 말수가 줄어들더니 뒤에서 '지도 동양인이면서 동양인을 폄하하는 개념 없는 사대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 역시 김치녀'라고 씹는 걸 들은 적이 있어. 그녀는 분위기가 싸해지는 게 미안했던지 내 귀에다가 대고

내가 이래서 백인만 사귄다는 이야기 잘 안 하는 거야

라고 말했어. 무언가 죄지은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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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중국 남자(여자)는 별로야. 나는 흑인 남자(여자)는 안 만나고 싶어.

라는 식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할 때

왜 너 어디 어디 나라 사람 비하해? 너 인종차별주의 자야? 그런 말 어디 가서 함부로 하지 마~

라고 꾸중을 하고 당사자는 머쓱해하는 걸 보는 일도 꽤 많아. 옆에 있는 나도 헷갈리거든.

엥? 방금 그게 인종차별이었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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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가 보니까 해외생활이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아닌 사람과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

내가 이성적으로 끌린 남자의 비율은 100% 한국인이었거든. 물론 타 인종들 중에서도 정말 잘생기고 매력적인 사람은 많이 봤지만 이성적으로 확 끌리지 않더라. 영어로도 물론 대화가 가능하지만 나는 이성을 만날 때 대화를 통한 연결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미묘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한국어를 공유하는 게 큰 장점인 거야. 내 이야기를 듣고는 (위와 같은 술자리) 뜬금없이 나한테 '개념녀'라며 역시 한국 남자의 가치를 알아보는 진정한 한국 여자라는 칭찬(?)을 해서 진짜 황당했던 적이 있었어. 튀어나오려는 말을 겨우 꿀꺽 삼키지.


저기, 좋아하는 남자들이 우연히 다 한국 남자들이었던 거지 한국 남자라서 다 좋다는 건 아니야. 그리고 내가 말한 '매력적인 한국 남자'들에 너는 없거든. 그러니까 낄 때 안낄때 구분 좀 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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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레스토랑 수다에서 일하는 여동생들과 밖에서 맥주를 한잔 한 적이 있어.

남자들끼리 술 마시면 여자 이야기를 하듯이 여자들도 뭐 비슷해. 연애 이야기, 남자 이야기.

우리가 만나는 남자들은 인종과 배경이 꽤 다양했거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수위는 점점 깊어져서 신체구조와 섹스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왔고 굉장히 적나라하게 열띤 토론을 하였어. 까르르 계속 웃는 우리를 보며 바텐더가 뭐가 그렇게 재미있냐고 묻는 거야. 한국말로 하니까 당연히 못 알아듣지. 아무것도 아냐!라고 하고 우리는 몇 시간이고 떠들다가 집에 왔어.

그로부터 며칠 후, 여동생 중 한 명이 홀을 보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화를 내면서 손님에게 굉장히 무례하게 구는 거야. 손님이 무언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한 그럴 친구가 아니라 일단 주방으로 데리고 가서 이유를 물었어. 이유는 저 손님은 아시안 여자를 비하하는 인종차별주의자이기 때문.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는데 손님들끼리 '좋아하는 타입의 이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중 한 남자가 이렇게 말을 했다는 거야.


나는 아시안 여자가 좋더라. 왜냐면 아시안 여자가 타이트하거든. 내 말 뭔지 알지? 하하하


그 말을 하고는 주위를 둘러보는데 화가 어마어마하게 난 그 동생과 눈이 마주친 거야. 그 동생은 길길이 날뛰며 저 손님들은 상대하지 않겠다고, 인종차별주의자, 아시안 여자를 성적 대상으로 생각하는 전형적인 백인남이라며 욕을 했어. 나는 좀 뜨악한 생각이 들더라. 왜냐면 걔네의 언어를 우리가 알아들었다는 것만 다를 뿐 바로 며칠 전 펍에서 우리가 했던 대화와 완전히 똑같거든.


나는 어디 어디 남자가 좋더라. 어디가 이렇고 저렇고 잠자리가 어쩌고 저쩌고.


근데 우리는 그냥 개인의 성적 취향을 공유했을 뿐 인종차별을 하지는 않았거든.

어디까지나 우리 생각에는 말이야.





쓸데없이 문득 궁금해졌어.

내가 이성을 볼 때 매력적으로 혹은 별로라고 여기는 부분이 두드러진 인종적인 특징일 때,

그걸 드러내는 건 인종차별일까, 아닐까?



인종과 성



두 가지의 극도로 민감한 주제가 만나서 그럴까?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유독  '취존'이 안 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개인의 취향이 있을 수 있는데 그걸 '너라는 개인이 이성(혹은 동성, 이하 생략) 에게 유독 끌리는 요소'가 아닌 '어떤 인종에 대한 사대주의 혹은 비하'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꽤 많은데 그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아니면 부정적인 건지 헷갈리더라.

모든 사람들은 이성을 볼 때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요인들이 있잖아. 피부가 하얗다던지 가무잡잡하다던지. 골격이 크거나 작거나 하는 외적인 요소일 수도 있고 성향이 될 수도 있어. 조금 더 예의 바르거나 유쾌하거나 로맨틱하거나 호방하거나 하는 어떤 민족적 특성이 매력적일 수 있는데 그걸 말하는 건 터부시 되는 경향이 좀 있는 거 같아. 어떤 인종의 특징을 가진 (다른 많은 인종과 상관없는 개인의 특징과 함께) 그 사람이 좋은 거지, 그 사람의 인종이 가진 특징이 좋아서 상대 이성이 좋은 건 아닐 텐데.

어떤 인종의 특징이 조금 더 매력적이라는 것 정도는 색안경 없이 그냥 그렇구나, 네 취향이 그렇구나, 하고 존중해줄 수 있지 않을까. 인종차별, 비하, 혹은 우러러본다고  확대해석의 프레임을 씌우기 전에 '모든 개인은 이성에 대한 취향이 있고 그런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면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줄어들 거 같다는 생각을 해봤어.




우리가 조금 더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세상에 산다면

아시안 여자만 만난다는 백인 남자가 눈총을 받거나 일본 여자만 만난다는 한국 남자가 변태 소리를 듣거나 흑인이 좋다는 한국 여자는 밝히는 여자, 백인이 좋다는 한국 여자는 속물이라는 소리를 듣거나 중국 남자 만난다면 부자야?라는 뻔한 질문을 듣거나 하는 일들이 줄어들 거 같아. 조금이라도 말이야.



넌 어떻게 생각하니?

우리는 조금 더 취존을 하고 개인의 취향을 인정해주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인종으로 인한 호감과 비호감이란 게 자칫하면 인종차별로 이어질 수 있으니 발언을 더 조심해야 하는 걸까?


나는 개인적으로 전자라고 생각해.

너는 어때?






PS.

성적 취향이 인종차별로 이어지는 명백한 사례들도 분명히 있다고 봐.

이성을 만날 때 인종으로 인한 우월감이나 혹은 상대 인종에 대한 비하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참 트루 인종차별주의자들도 많거든. 태국이나 캄보디아에 가면 정말 늙어 쭈글쭈글한 할배들이 '인종' 하나만 믿고 어린 현지 여자를 꼬실 수 있다 믿고 밤거리를 정말 당당하게 누비는 걸 볼 수 있고 내가 아는 한 노총각은 장가 못 가면 50살까지 실컷 놀다가 베트남에서 스물몇 살짜리 데리고 와서 살면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서 사람을 뜨악하게 해. 그들한테 인종(과 그것이 상징하는 알량한 재력과 상대적 풍요)은 결혼정보업체에서 측정하는 레벨처럼 높고 낮음에 따라 상대편을 무시, 혹은 존중할 수 있는 기준선이 되는 거야.

상대라는 개인보다 인종을 따지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인종차별주의자가 맞고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어. 오늘은 이런 사례들이 아니고 그렇지 않은 그냥 평범하지만 확고한 이성적 취향이 있고 그게 인종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에 대해서 말한 거였어!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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