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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버른앨리스 Aug 30. 2017

호주 공영 SBS 라디오 인터뷰한 썰




안녕, 

내 브런치를 구독하는 독자 친구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나는 30대 중반의 호주 이민자, 멜버른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워홀부터 유학으로 요리를 시작한 지 올해 8년 차 되는 쉐프이고 지금은 브런치에 나의 이민의 과정과 이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40개의 글을 연재하고 있어. 


열심히 글을 쓰고 편집하다 보니 벌써 연재가 중반부에 접어들었다. 이 연재가 끝나면 참 아쉽겠다는 생각이 벌써부터 들기도 해. 분명 다른 주제로 또 글을 쓰고 또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고 위로를 받고 공감할 수 있겠지만 '이민'이라는 인생의 가장 큰 결정,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생의 시공간이 살짝 뒤틀어지는 것 같은 그런 순간들을 주제로 내가 다시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하거든. 



오늘은 쉬어가는(?) 의미로 이민과는 상관없는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해볼까 해.


얼마 전에 나, 호주 공영 방송국 라디오 스튜디오에 초청돼서 인터뷰를 했거든.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이라 너한테도 이야기해주고 싶었어. 






멜버른에 있는 공영방송 SBS 에는 다문화 방송국이 있어. 

세계 최고의 다문화 국가인 호주, 그 안에서도 가장 이민자의 비율이 높다고 하는 멜버른의 랜드마크인 '페더레이션 광장'에 SBS는 위치해있고 그 안에 다문화 방송국도 함께 있어. 


 


시작은, SBS 한국어 프로그램의 박성일 피디님께서 페이스북 메시지를 주신 일이 계기가 되었어. 

한국 교민들과 한국에 관심이 많은 호주 현지인들에게 매일매일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SBS의 한국팀이 있다는 것을 페이스북을 통해 나도 익히 알고 있었거든. 다문화 국가 호주에서 이렇게 멋있는 직업을 가진 한국분들도 있구나, 하고 나도 유심히 팟캐스트와 방송들을 챙겨보는 중이었는데 피디님이 직접 연락을 주신 거야.

사실 어떤 말을 해야겠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보다 '이거 재미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앞서서 덜컥하겠다고 해버렸어. 그러고 나니까 걱정이 되더라. 내가 뭐라고, 방송까지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야. 한인 청년들, 이민과 해외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도움되는 말을 못 할 거면 애초에 안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이 나중에 들었어. 고생하시는  SBS 한국팀의 시간과 에너지 낭비만 시키면 어쩌지 싶어서 말이야.


너무나도 젠틀하신 피디님께서 미리 생각해볼 질문들을 알려주시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주셔서 한번 피디님 믿고, 새로운 경험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약속 시간에 맞춰서 스튜디오로 향했어.









SBS 방송국은 정말 크더라.

피디님께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긴장을 풀어주시면서 스튜디오를 구경시켜주셨어.

인상 깊었던 것은 다문화 방송국의 전경이었는데, 정말 큰 오피스에 50개가 넘는 다국의 방송팀이 각자의 국기를 걸어놓고 열심히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었어. 네다섯 개의 책상이 모인 큐비클들이 50개 정도가 있고, 각자의 나라를 대표하고 있는 거야. 이스라엘, 일본, 중국, 프랑스......... 형형색색의 국기가 그 큰 오피스 천장에 일제히 걸려있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더라. 

피디님께서 놀란 나를 보고 웃으시면서 말씀하셨어



무슨, UN 축소판 같죠?

그 말이 딱이더라. 정말 그런 거 같았어.

 





나는 마이크나 카메라 같은 것들을 엄청 불편해하고 대외적으로 나서는 일들을 잘 못하는 편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노련한 피디님께서 천천히 대화하는 듯 이야기를 끌어내 주셔서 인터뷰는 수월하게 진행되었던 것 같아.

특이점은 인터뷰이인 내가 오히려 인터뷰어인 피디님께 궁금한 게 더 많아서 ( 어떻게 호주에서 방송국 피디 일을 하고 계신지, 어떻게 호주에 오시게 되었는지, 호주에서 방송국에서 일하는 것은 대체 어떤지... 등등) 계속 종알종알 피디님을 귀찮게 한 거였어. 호주 공영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멋있게 방송을 진행하시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거든. 내가 만나는 이민자들은 대부분 이 쪽 요식업계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라 그런지 방송일을 하시는 피디님의 이야기가 그렇게 새롭고 흥미롭더라. 한국에서 대기업 홍보실 근무를 하시다가 2009년 (나와 같은 연도야!)에 호주에 첫발을 들이시고 초기에는 말도 못 하게 고생을 하셨다는 피디님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정말 흥미롭고 즐거워서 어느 순간에는 내가 여기 놀러 온 건지 방송을 하러 온 건지 모르겠던 거 있지.








나의 인터뷰는

언제 어떻게 호주에 오게 되었는지, 호주에 오게 된 동기가 있는지로 자연스럽게 시작됐어.

그러다가 처음으로 식당으로 직접 열게 된 이야기와 2호점을 오픈하게 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 

4년간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 노하우 같은 것들, 

우리 팀원들에게 샵인 샵이나 포장마차 같은 프로젝트를 지원하게 된 계기와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

호주에 새롭게 정착을 준비 혹은 꿈꾸는 친구들에게 할 말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눴어.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라던지, 이런 것들도 물어보셨는데 사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원대한 목표가 있는 건설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제대로 된 대답을 못 해 드린 거 같아. 


막 워홀부터 시작해서 레스토랑 두 개 운영하는 사장이고 하면 엄청 야무지고 건설적일 거 같은데 나는 사실 그렇지 않거든. 어떻게 성실히 일하다 보니까 이 땅의 기운과 내가 잘 맞았는지 운이 풀려줘서 얼결에 이 곳에 서있지만 내가 원대한 야망이나 목표가 있는 멋있는 사람은 아니니까. 내가 이거를 해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은 인터뷰 내내 들었어. 사람들은 성공한 이민자 출신의 사업가로부터 멋있는 조언을 듣고 싶어서 이 방송을 들을 텐데 내가 헛소리나 하고 있고 하면  듣는 사람들이 '이건 뭐냐, 오늘 얜 뭐지?'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 







쑥스럽지만, 내가 인터뷰한 거 링크를 달아볼게!  

http://www.sbs.com.au/yourlanguage/korean/ko/content/melbourne-alice-i-am-not-owner-i-am-leader-our-team?language=ko


SBS 홈페이지를 통해 나간 기사와 내가 인터뷰한 녹음파일이 링크되어있어. 그래도 편안하게 즐겁게 한 거 같아서 브런치에서 공유해도 될 거 같아.







사실 해외에서 사는 것이라는 게 처음에야 다양한 사람들 만나고 매일매일이 새롭고 즐겁지 몇 년 지나면 그것도 금방 일상이 되거든. 여행도 그렇잖아. 배낭여행의 시작에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특별하고 나의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광경들이 새롭지만 몇 개월 지나다 보면 새로운 목적지로의 이동에도 아무런 설렘이 없게 돼. 


그래, 또 다음 목적지에도 사원 - 박물관- 시장 - 자연경관 이 있겠지. 

이 사원이 저 사원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좋아했던 야시장들도 거기서 거기 같고 말이야. 심지어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도 몇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뻔하다 싶기까지 해. 배낭여행을 할 때 나는 딱 5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여행을 지속하고 싶지 않아졌었어. 그런 순간들이 오더라.


나의 호주 생활도 사실 그랬어. 첫 몇 년간은 적응하려고 열심히 물 밑에서 발 갈퀴를 휘젓고 여기저기 기웃거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가만히 둥둥 떠다니는 것도 지치게 되더라. 누구를 만나도 흥, 무엇을 봐도 흥, 전혀 감흥이 없는 매너리즘 상태가 몇 년 지속되었고 우울과 권태가 왔었지.  계속 술에 기댔었는데 글과 책이라는 탈출구를 찾아서 많이 좋아졌어. 다행이라고 생각해.


사실 이민자들이라는 사람들이 그래. 우리는 이 곳에 계속 남아서 살아가는데 사람들은 계속 왔다가 떠나가잖아. 너무 좋은 사람들이, 이 곳에 뿌리박고 서있는 나를 계속 스쳐 지나가는 거야. 나는 이들을 사랑하게 되고 기대하게 되는데 그들은 좋은 추억을 가슴에 안고 제자리로 돌아가서 가끔 나를 생각하고 살지. 연락을 계속 주고받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어. 좋은 감정을 가지고 헤어졌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그러면서 사람 관계라는 것에 나도 모르게 무감각해지게 되더라. 정서적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거겠지. 그 순간에 마음이 통했고 좋았으면 됐다고, 관계에 많은 걸 바라지 말고 기대하지 말자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지.

많이 지쳐있을 때, 브런치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마음이 평안해졌었어. 인터넷의 순기능만 모아놓은 플랫폼이 이런 것이구나 싶더라. 






그리고 참 오래간만에 친해지고 싶은 분을 만나서 좋은 대화를 하면서, 이민생활 중에 나도 모르게 그어졌던 관계의 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어. 십 년이 넘는 나이 차이에도 친절하고 낮은 자세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존중해주시고 편견이 없이 나의 이야기들을 정말로 흥미 있어 하시며 귀 기울여 들어주시는 피디님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 곳에 계신 걸까가 나도 모르게 궁금해지더라. 


사실 2030 세대의 이민자들과 그 윗세 대들은 갈등이 굉장히 팽배해있거든. 한인사회가 좁다 보니까 한국 내에서의 세대 간의 갈등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어. 이민이 쉬울 때, 호주 경제가 좋을 때, 경쟁이 없어서 뭐를 해도 될 때, 이 곳에 와서 많은 부를 축적하고 기득권을 잡고 있는 부르주아 같은 중년층과 힘든 한국 사회에서 도망쳐서 더 힘든 이민의 길을 걸으면서 그 중년층에게 헐값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청년층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 나만 해도 고압적인 태도로 어린 워홀이었던, 유학생이었던 나를 다짜고짜 무시하고, 어차피 오래 안 볼 얘니까 막대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상대하는 이민자들을 많이 만났던 터라 애초에 나이 차이가 조금 나면 나도 모르게 거리를 좀 두었던 것 같아. 불필요한 갈등은 싫으니까. 

비슷비슷한 때에 비슷한 경로로 이민을 와서 적당한 사업체를 꾸리고 사는 4-50대의 이민자들에 대한 편견이 나도 있었던 것 같아. 처음 몇 인연이 틀어지고 나니까 아예 그 그룹과 거리를 두게 되고 그 그룹들의 '스테레오 타입'이 나의 무의식에 자리를 잡은 거지. 하지만 피디님과의 만남은 나이도 성별도 인종도 상관없이 자신의 모습으로 타인을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는 호주에서의 삶이 참 값지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했어.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요식업계가 아닌 다른 분야, 내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에서 용감한 도전을 하며 나이와 상관없이 멋있게 살고 계신 동료 이민자들이 많다는 걸 다시 느꼈어. 

그런 사람들과 즐겁게 새로운 관계를 맺고, 편견이 없는 열린 대화를 최대한 많이 하면서 나의 세상을 넓혀나가고 싶어. 상처받을까 봐 겁나서 숨는 건 이제 그만두고.



처음으로 라디오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녹음한 날, 

나는 방송 때문이 아니고 신선한 대화 때문에 참 즐거웠어.

그리고 그 기분을 이렇게 브런치에서 같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참 좋은 거 같아.

언제나처럼,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아 답글은 원래 하던대로 반말로 주고 받으면 더 좋을거 같아!! 나도 그게 편하고, 언니거나 오빠거나 친구거나 동생일 너도 그게 편할거야, 하다보면!! 물론 존대가 편하면 그렇게 소통해도 좋아 :-)


****기존독자들은 이미 익숙한 이야기일거야! 다시 읽게 되서 지루하다면 사과할게.

뱉어내듯이 그냥 적었던 이야기들을 출간을 염두해두고 다시 편집 정리하는 중이야. 쏟아내듯이 써내려간 이야기들이 뒤죽박죽이더라구. 그래서 조금더 가독성있게 정리하고 다듬어서 다시 차례차례 올려보려고 해. 

많이 응원해줘서 고마워! 가게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답글도 답장도 잘 못하지만, 잘 챙겨보고 있어. 이민에 대한 고민도, 궁금한 점도 다 그때 그때 대답해주고 싶은데도 여건이 안될 때가 많아.

그래도 재연재를 시작하면서 다시 마음 잡고 열심히 해볼게. 훨씬더 매끄럽고 읽기 좋은 글들이 될거야! 


*** 멋진 사진들은 멜버른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김수빈' 님의 작품이야!!

***공유는 출처를 밝힌다면 어떤 방식으로도 괜찮아!  



ALICE`S INSTAGRAM   :   ALICEINMELBOURNE

사진작가 수빈'S INSTAGRAM   :   SBIN_

SUDA`s INSTAGRAM :  SUDAMELBOURNE  (멜버른에 있는 앨리스 팀 첫번째 레스토랑)

NEMO`s INSTAGRAM : NEMOMELBOURNE (멜버른에 있는 앨리스 팀 두번째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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