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쫒겨난 중

5. 백수가 되다

by Alice Min

‘지금 시국에 그만 뒀다고? 왜?’


코로나로 잘 다니던 직장도 잘리는 판국에 나는 내 발로 병원에서 나왔다.

실업 급여를 주지 않으려고 나를 벼랑 끝까지 밀고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게 하려는

병원의 그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버티려 했던 내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졌다.

이 직장에서 오래 다녀 경력을 인정 받고 팀장 자리까지 감히 욕심 냈던 내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졌다.

직장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졌던 그 모든 시간이 바보 같이 느껴져 견딜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시국이 이러는데 1년 6개월짜리 신입을 어느 병원이 써 주려고 할까



처음으로 5개월을 집 안에서만 보냈다.

집 밖을 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 것만 같았고

마트에 가서 아이들만 봐도 그 보호자들이 곁에 있을까

무서워서 같이 나간 부모님 뒤로 숨기도 했었다.

여전히 약이 없으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코로나가 심해져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행히 1년 적금이 끝나 그래도 마음은 후련했고

나름 퇴직금으로 온라인 강의로 배우고 싶었던 그림을 배워보기도 하고

서점에 가서 책을 사 읽고 친구들도 만나며 나름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마음은 자꾸 가라앉기만 했다.

왜 퇴사를 했냐고 묻는,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에게 사실을 말하기도 부끄러웠다.

구직 사이트를 봐도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무엇보다 원무과 자리가 없어서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리고 넉넉했던 통장에 점점 한계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