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서는 느리게 걷기

2021년 8월. 나를 품어준 것은 목포였다.

by Alice Kim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힘들어지자

방랑자 기질이 다분한 사람들은 국내여행에 집중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의 시대처럼 자유롭지는 못했지만

최대한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여행을 했고, 다행스럽게도 나에게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다시 대유행하기 시작한 12월 이후로는 출퇴근 외 다른 외출은 하지 않는다)


그 날, 나의 여행지는 목포였다.

전라도와 충청도 몇 개의 지역을 다녀왔는데 소도시 위주의 여행이었다.

코로나 청정지역.


평일이어서 그런지 여행자들이 거의 없었다.

(대도시에서 온 나는 당연히 불청객이었겠지.

코로나 청정지역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야외로만 다녔지만

어쩔수 없이 택시, 관광지 주변 식당, 숙소 사장님은 마주쳤는데.. 그들은 나를 진심으로 반겨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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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조용했다.

조용한 곳으로 떠나고싶었던 나의 마음을 120% 만족시켜주었다.

예전부터 이 매력적인 도시에 가고싶었는데

거리가 멀기도하고 교통편도 불편해 다른 도시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렸는데 결국 이렇게 왔다.

핑계만 많았던 것이다.


목포에서의 1박2일,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조금새끼'들이 사는 '시화골목'을 단연코 첫 번째로 뽑을 것이다.

어촌마을인 이 곳은 어부들이 많이 살았다.


조금새끼라는 단어에서 '조금'은 조수(밀물과 썰물을 통칭)가 가장 낮을 때를 말한다.

즉, 밀물과 썰물이 격하게 일어나야 물고기 잡기가 좋은데.. 조수가 가장 적으니 출항해봤자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 것이다. 즉, 조금은 바닷물의 조건상 어부들이 출항하지 않는 시기를 뜻한다.


그러다보니 어부들이 집에 머물게되고,

부부가 오랜만에 시간을 보내면서 비슷한 시기에 아이들이 태어나는데 이 아이들을 '조금새끼'라고 칭한다.

조금새끼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또 어부가 되는데 배 한척이 바다에서 침몰하면 죽는날도 똑같게 되니,

이 마을은 집집마다 생사를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사실 이런 설명은 목포 야경 가이드에게 들었다.

목포시에서 운영하는 '야경투어 상품'이 있었다.

인당 5천원이라는 금액에 목포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있으니 고민하다가 예약했는데,

그 날은 공교롭게도 일행과 나 두명이서만 투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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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는 급할 것이 없었다.

천천히 걸어가니 구름위를 걷는 것 같은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멈추다말다 흘러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시화골목'은 흔히 말하는 '달동네'처럼 오르막으로 시작하여 전망이 끝내주는 코스였다.

가파르고 좁은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점점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아팠지만 나는 멈추고싶지 않았다.


어쩌면 이렇게 걷는게 인생같기도 했다.

당장의 어려움이 크게 느껴지지만 어쨌든 나는 부지런히 걷고 있으며

이 골목의 끝엔 무언가가 나를 기다릴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는 것 말이다.


골목의 끝으로 나오자

목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 펼쳐진 바다와 작은 집들이 붙어있는 모습은 황홀할 정도로 힐링이 되었다.

헐떡이는 숨을 차분해지고 공기를 한 껏 들이마셨다.




목포는 나를 품어주었다.

나는 감싸 안아줄 곳이 필요했고, 그 곳은 목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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