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건 없다, 나도 그렇다.

아, 그런적도 있었지.

by 수아했어오늘도

나는 집에만 있으면 우울해서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만 직성이 풀리던 사람이었다.


약속이 없어도 밖으로 나가 카페에 앉아 있고,

목적 없이 거리를 걷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어야 마음이 풀리곤 했다.


집을 쉼터라기보단 갇힌 곳처럼 느꼈다.

벽이 나를 조용히 누르는 것 같았고,

고요가 길어지면 생각이 과해졌다.

그래서 나는 밖으로 나갔다.

마치 밖에 나가야만 내가 숨 쉬는 사람인 것처럼.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집순이가 되어버렸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어느 날 문득,

나가야 살 것 같던 내가 나가기가 귀찮아졌고,

나가면 오히려 기운이 빠졌다.

그렇다고 나가는 게 싫은 건 아니지만..


사람들 속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던 내가,

집 안의 정적에 안도하는 사람이 되었다.


예전의 나는 밖으로 나가야 정상 같았는데,

요즘의 나는 집에 있어야 정상 같다고나 할까.


이렇게 바뀌어버린 내가 낯설어서 한동안은

나 자신을 자주 의심했다.


- 내가 갑자기 왜 이럴까


그때 깨달았다. 영원한 건 없다는 것을.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 또 한 언제 또 변할지 모른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내가 나를 소개할 때마다, 모순을 느꼈던 것 같다.


- 나는 이런 사람이야


말하는 순간,

그 말은 나를 설명하는 동시에 나를 가두는 것 같았다.

마치 내 삶을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는 착각처럼.

하지만 나를 가장 잘 아는 나 자신이 자꾸만 반박한다.


- 아, 그런 적도 있었지, 맞다. 이런 적도 있었고.


나는 단정할 수 없는 사람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단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나는 한 가지로 고정된 성격이 아니라,

여러 계절을 지나며 변하는 리듬 같은 존재다.

어떤 날은 바깥의 소음이 필요했고,

또 어떤 날은 집 안의 고요가 나를 진정시켰다.


예전의 나는 밖에서 나를 찾았고,

지금의 나는 집에서 나를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래서 나는 요즘 나를 이렇게 소개해보기로 했다.


나는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게 나의 가장 일관된 특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말 대신,

‘나는 이런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렇고, 또 언제 바뀔지 몰라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 말이야 말로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 같아서.


영원한 건 없다.

그러니 나도 영원할 필요가 없다.

나를 정의하는 대신,

나를 업데이트하며 살면 되는 거 아닌가.


그리고 언젠가 또 달라진 내가 나타나면,

나는 그때도 이렇게 말하겠지.


‘아, 그런 적도 있었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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