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의 네 번째 날, 취리히 도심을 산책으로 채웠다. 유럽 배낭여행의 계획 속에서 하루 한 도시씩 방문하기로 했고, 기차로 2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도시들은 모두 나의 여정에 포함되었다.
처음 가는 스위스 여행하며 취리히를 빼놓을 수는 없다. 그래서 스위스의 두 번째 도시 탐방지는 자연스럽게 취리히가 되었다.
그날 아침 9시, 버스를 타고 빈터투어 기차역으로 향하며 설렘을 안고 있었죠. 빈터투어에서 출발한 기차는 단 15분 만에 취리히에 닿아, 웅장한 기차역은 인상적이었다.
평일의 아침은 여유가 느꼈다. 처음 마주한 취리히는 필름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워, 어디를 가든지 사진으로 그 순간을 담고 싶었다.
아들은 아직 잠에서 덜 깨어있어 멍하니 있었지만, 비가 살포시 내리는 거리에서 아들을 안고 그 순간의 행복에 젖었다. 마치 현실의 무게가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취리히 호숫가를 따라 걸으며, 금융의 중심지인 취리히에 흘러넘치는 비즈니스의 향기 속에서도, 역사의 흔적들이 건축물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전 시간의 거리는 조용한 고요함으로 가득했고, 엄마와 아들은 느긋한 걸음으로 상점들을 하나하나 구경했다. 우연히 딤섬 가게를 발견했지만,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두 시간이 흐르자 아들은 불편한지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취리히 호수가 보이는 아늑한 카페를 찾아 잠시 피난처를 삼았다.
민박에서 만나 동행하게 된 대만 친구와 함께 도심 산책을 이어갔다. 자유로운 영혼인 그 친구는 매년 긴 휴가를 떠나며 여행을 즐긴다고 했죠. 그 이야기에 일말의 부러움이 밀려왔다. 한때는 저도 결혼하지 않고, 매년 여행을 떠나곤 했거든요. 캐나다의 한 달 살기, 홍콩의 2주 살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행을 즐겼던 저의 기억이 스쳤다.
카페에서 1시간 동안 깊은 이야기를 나눈 후에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일찍 귀가하기로 했고, 다시 기차를 타고 빈터투어로 돌아왔다. 민박 주인도 우리의 귀가 시간에 맞춰 정성스레 저녁을 준비해 주었다.
이번 여행은 제 삶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 했다.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이 언젠가는 나의 인생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