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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만앨리스 Dec 05. 2024

마음 수필

태풍 속의 빛나는 우정

20대에 대학을 선택할 때, 나는 더 먼 곳에 있는 학교를 택했다. 19살, 작은 지방에서 자란 나는 홀로 대도시 타이베이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죠.

대만의 여름은 태풍이 빈번히 찾아오곤 한다. 편입생이었던 나는 계절 학점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학교는 타이베이 국립공원에 위치해 거의 산 정상에 자리 잡고 있다.

여름방학 동안에는 주변 음식점들이 대부분 휴업 중이었죠.

1999년 여름, 대형 태풍으로 고군분투하던 나는 음식도 없이 고립된 상황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친구가 농담처럼 "도시락 챙겨줄까?"라고 했다. 걱정이 되었지만, 태풍 때문에 위험하다는 생각에 "내가 알아서 할게"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2~3시간 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 보니 그 친구였다.  시내에서 오토바이를 탄 후 30분 동안 달려와 내게 도시락을 전해준 것이다.

문을 여는 순간,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흘렀다. 친구는 웃으며 "굶어 죽으면 노트 빌려줄 친구 없어지니까"라고 농담을 했죠.

비가 잦아들자 친구는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가 보여준 그 순간의 우정은 제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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