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한국만큼 겨울이 춥지 않지만, 난방이 없기 때문에 습한 날씨로 실제 느끼는 체감온도가 매우 낮아 견디기 어렵다.
나에게 가장 춥게 느껴졌던 겨울은 2009년 겨울이다. 그해에도 비가 내리는 겨울이었다. 일하고 있는 도중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고모: "할머니께서 놀러 가셨다가 사고를 당하셔서 지금 타이베이의 큰 병원으로 이송 중아라 상태가 위독해서 빨리 와야 해."
나는 순간적으로 사고력을 잃었고,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비의 추위를 못 느껴졌다.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영혼이 빠진 듯 병원에 도착했다.
의사: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할머니께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내 머릿속엔 할머니에게 했던 마지막 말만 떠올랐다. 결혼식을 앞두고 고향에 갔을 때, 할머니와 큰 다툼이 있었다. "할머니, 이제 제발 좀 그만하세요. 제가 알아서 할 거예요." 그 한 마디가 평생의 한이 될 줄은 몰랐다.
병원 밖으로 나와 추운 겨울의 비가 몸을 적셨지만, 그보다 더 차가웠던 건 나 스스로에 대한 원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