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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라이프와 에어비앤비, 그게 어때서

like locals를 에어비앤비로 잠시 실현해본다는 것에 대해서

여행의 트렌드가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그 트렌드의 변곡점이 유명 연예인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시작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큰 트렌드의 변곡점은 인식의 변화다. 2010년 이전에는 해외여행이 지금처럼 소비되기 힘들었다. 지금처럼 당시 여행 정보를 구할 수는 없었고, 비행기와 배가 아니면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한국에서 여행의 시작부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 하루가 멀다고 수많은 LCC 항공사들의 다양한 취항지 정보를 여러 매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2017년, 너무 멀지만 않은 국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여행을 떠나볼까 생각하게끔 해준다. 


유럽여행 당시, 마드리드에서 마라케시로 이동할 때 이용한 이지젯 / 2011 @ 마라케시 메나라 국제공항

 2010년 출장으로 난생처음 해외로 떠났던 나는 2011년부터 꾸준히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 2011년 유럽 여행에서 LCC의 기준이라는 이지젯을 경험했다. 믿을 수 없는 저렴한 가격에 발 빠르게 비행기로 먼 거리의 유럽여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이후, 나는 지인들에게 얼른 한국에도 이런 항공사가 적극적으로 많이 생기면 좋겠다고 입 아플 정도로 말을 했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누구나 가 본다는 유명한 지역, 유명 관광지에서의 인증사진은 문화를 스낵 형태로 소비한다는 젊은 세대의 여행에도 파고들었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부담 없는 항공권을 구매하고 유명한 여행지나 맛집에 들러, 찍은 사진 적당히 보정하고 개인 SNS에 올리는 이 과정은 간단하다. 그러고 자연스레 지인들에게 자신의 행적을 알리며 주목을 받기도 한다. 지금도 이런 과정은 유효하다. 하지만 미세하게 달라지고 있는 변화가 보인다. 여행에 대한 시선과 관점의 변화다.


2017년에도 강타했지만, 앞으로 더욱 다양한 방향으로 달라질 여행 트렌드의 키워드는 "like locals"이다. 한 때 "스마트한 여행"이 중요한 키워드이자 트렌드였다. 여기서 말하는 스마트란, 가성비를 의미한다. (물론 지금도 이 키워드는 유효하다.)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단어의 줄임말로, 초기에는 자신이 구매한 제품의 가격을 기준으로 봤을 때 그 성능이 얼마나 괜찮은지에 대해 설명하는 말이었다. 이후에는 가성비라는 단어의 쓰임새가 폭발적으로 넓은 영역 확대되었다. 물론 여행 영역에서는 "스마트한 여행"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퍼져나갔다. 지금은 그 무엇을 선택하고 소비하든, 꽤 많은 사람이 가성비를 논하며, 제품이나 상품의 최고의 선(善)은 가성비가 기준이 되었다. 그에 발맞추어 여행 업계도 많이 변했다. 소위 LCC라고 불리는 항공사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수많은 OTA 서비스가 제공되는 회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우리의 여행은 "가성비가 높은 또는 가격 대비 부담 없는"이라는 수사로 채워지는 여행을 현명한 여행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OO만원으로 유럽 여행하기", "OO만원으로 O개월 세계 여행하기" 이 같은 책 제목이 흔해지고, 검색의 절대적 강자인 네이버에 "얼마에 항공권 득템"과 같은 저렴한 비용과 관련된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류가 검색 유입에 유리하다.) 


 하지만 누구보다 저렴한 항공권을 사고,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다양한 관광지를 들르며 많은 여행의 경험을 가진 이들에게 조금씩 싹트는 의문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정말 내가 원하는 여행일까?"라는 본질이다. 단지 저렴하다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독특한 기억으로 나의 여행을 채워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현실에서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혹은 있어도 발견하기 어렵거나!) 나 또한 그래 왔으니까. 나의 여행은 저렴하다지만 오히려 소비적인 여행이었고, 가성비가 높다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였다. 나의 여행은 특별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답이나 하듯, 최근 대세가 된 단어가 있다. like locals! 현지의 삶에 내가 녹아들어 갈 수 있다면, 이 여행은 대체 불가한, 나만의 여행이 완성될 것 같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 부담없는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따뜻한 국수 한 그릇에 "현지"라는 의미가 숨어있기도 하다. /2015, 칭다오


 Like locals라는 그동안 1차원적이었던 여행에서 3차원 혹은 N차원의 여행으로 바뀌는 시작 지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쉽게 휴가를 내기 힘들었고, 한 번 휴가를 내면 짧은 시간 안에 후회 없는 여행을 하기 위해 큰 노력을 들여야 했던 우리에게, 이 단어는 여러모로 의미가 큰 단어다. 가성비라는 단어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며, 단순한 소비 지향적인 여행보다 훨씬 더 흥미로워 보인다.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채울 수 없는 여행의 허기가 Like locals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모두 채워진다. Eating like locals, Living like locals, Having for fun like locals, Cooking like locals, Thinking like locals... 이처럼 like locals라는 단어는 수 없이 많은 테마를 충분히 만들어내고도 부족할 만큼 마법의 단어가 되어버렸다. 이는 앞으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책임여행 또는 공정여행을 의미하는 테마로도 충분히 확장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 여행 방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많은 것이 필요하다. 우선은 현지어(가 아니라면 영어라도)가 능숙해야 한다. 바디랭귀지가 만국 공용어라고 해도 현지의 삶에 녹아들어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바디 랭귀지만으로도 가능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여행자로서 이방인인 우리가 그런 언어적 영역과 정보를 원하는 만큼 쥐고 여행을 시작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NO에 가깝다. 현지에서 집을 빌리고, 그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 현지인이 많이 찾는 식당에 가서, 그 음식들이 내 입에 맞아야 즐거울 수 있다. 현지인이 많이 즐긴다는 문화를 체험하는데,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결국 우리에게는 가이드가 필요했다. 그럼 우리는 가이드를 찾아야 할까? 이 지점을 묘하게 파고든 업체가 있다. 바로 에어비앤비다.


 혹자는 말한다. 에어비앤비로 적당히 가정집을 빌려서 지내는 것, 그게 무슨 로컬 라이프냐고. 그런데 나는 그게 어때서?라는 반문하고 싶다. 꼭 그 나라에 사는 것처럼 모든 것을 정확하게 현지인처럼 먹고 즐기고 지내야만 낯선 여행객에게 로컬 라이프로서 의미가 있는 걸까? 여행객에게는 많은 것이 제한적이다. 특히나 언어적,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고, 제한적 정보량과 소화할 수 있는 그 양을 고려하면, 나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여행에서 일정 부분 like locals를 녹여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토 여행에서 빌렸던 집의 주인이 우리 가족을 위해 준비한 포스트카드/ 2017 교토


 올해 5월 부모님과 이모 그리고 할머님과 함께 교토 여행을 떠났다.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꽤 많이 알려진 파워 호스트의 집을 잠시 빌렸다. 이 자체만 봐서는 그냥 집을 빌렸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당시 교토의 가정집은 전형적인 일본 가옥이었다. 좁지만 뒤로는 길쭉하고, 가파르지만 2층 형태로 구성된 집이었다. 1층은 다다미 형태였고, 2층은 침대가 있었다. 아기자기한 아주 작은 마당에는 세탁기가 있었고, 욕실은 내가 그동안 일본 여행에서 늘 봐왔던 구조였다. 부엌에는 우리 가족을 맞이하는 웰컴 과일과 먹을거리, 그리고 교토에 왔으니 먹어보라며 주인이 직접 준비한 교토 기념 떡까지. 나에게는 익숙한 일본의 한 가정집의 모습이었지만, 부모님과 할머님 그리고 이모의 시선에서는 놀라운 흥미로움이었다. 다들 이곳저곳을 샅샅이 살펴보며 우리의 가정집과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 분석하시는 모습이 내 눈에는 즐거워 보였다. 이 정도만 해도 난 괜찮다고 본다. 이 정도만이라도 생각보다 많은 이들에게는 현지의 삶을 들여다볼 수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냥 집을 빌리는 것 딱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사실은 아니었던 것.


로컬 라이프를 여행에 녹여내고 싶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나와 다른 세상의 사람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다른 것에 대한 포용력이 향상되기도 한다. 여행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임과 동시에 타인을 들여다볼 기회다. 예상 가능한 호텔의 구조와 다르게 현지 가정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평소와 다른 삶의 패턴을 녹여낼 수도 있다. 내가 흔히 알고 있는 집 구조와 다른 집 구조를 만나게 되면 왜 다를까 고민도 해본다. 그것은 like locals의 시작일 수도 있고, 옅어도 한 영역일 수도 있다. 그리고 예를 들어 likce locals이라는 노란색이라고 하자. 그리고 누군가는 노란색을 원한다고 하자. 하지만 모든 이들이 정확하게 같은 채도를 가진 노란색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노란색도 다양하니까. 옅은 노란색도 노란색이다.


 이처럼 타인이 선택하는 방식에 "옳다 or 그르다"를 구분하는 안경을 쓰고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중화된 에어비앤비 방식으로 누군가의 글에서 "나는 현지인의 집을 빌려 현지인의 삶을 엿보았어!"라는 글을 보고 어이없어하는 것 자체가 당신의 우월감이 지나친 것이다.


p.s. 에어비앤비라고 완벽한 것은 아니다. 에어비앤비가 최고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하지만 분명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현지인의 집을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 없이 빌려볼 수 있다는 것, 좋은 호스트를 만나면 그들의 적당한 설명과 가이드가 여행을 충분히 풍성하게 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사실, 모든 에어비앤비의 호스트들이 매우 친절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시크하기도 하고, 심각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관련 기사) 그러니 에어비앤비의 호스트와 그 집을 고를 때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길 바란다.






About Alice

2010년 출장을 계기로 처음 해외로 나갔다. 그 이후로 지난 8년간 꾸준히 해외여행을 다니며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오랜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의 트렌드를 온 몸으로 체감하며 그에 따른 고민과 함께 여행의 정보가 쌓이기 시작했다. 현재는 뻔~한 여행 루트가 아닌, 내 흥미와 결합하는 지점의 여행 루트를 만들고 기록하고 있다. (국내 블로그: Alice만의 여행루트해외 블로그: I am 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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