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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즈 Apr 02. 2018

같은 범죄물, 너무 다른 평가 - 쓰리빌보드, 7년의밤

쓰리빌보드(Three Billboards...) vs 7년의 밤

*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같은 장르의 영화 두 편을 일주일 사이에 극장에서 연달아 보았다. 그래서 그런가 그 평가가 너무나 극명하게 느껴져 리뷰를 안 쓸래야 안쓸수가 없었다.

같은 범죄물, 그러나 너무나 다른 평가를 이끌어내는 영화 두편

쓰리빌보드와 7년의 밤


이 두 영화를 리뷰로 동시에 다루게 된 데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작용했다.

먼저, 두 영화 모두 사전의 어떠한 지식도 없이 가서 보았다는 점. 아, 장동건이 역할을 위해 일부러 머리를 밀었다는 내용과 쓰리빌보드는 2018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주 핫한 영화였다는 것이 유일한 정보였다.(둘다 알든 말든 그닥 중요한 부분이 아니란 소리다) 그리고 두영화 모두 보러 가는 마음자세까지도 비슷했다. '장동건 출연작은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로 성공한게 없지 않아?' 라는 삐딱선과 '아카데미가 뭐? 그 얼마나 대단하다고?' 라는 삐딱선. 두 작품 다 삐딱한 태도로 큰 기대 없이 접했다. 마지막으로는 둘다 범죄물이지만 범인을 찾는 것이 우선이 아닌 영화라는 점. 특히 이 마지막 공통점은 두 영화의 평가가 갈리게 되는 결정적인 지점이 되었다.


범인을 찾는게 문제가 아닌 범죄물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장르 중 하나가 스릴러다. 그리고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는 주인공이 범인을 추적해나가거나 혹은 범인의 수법을 추적해나가는 것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관객 역시 그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 두 영화를 접하는 데에 있어서 어색함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솔직히 필자 역시 영화 시작과 동시에 '그래서 어떻게 해결이 되는가?'에 신경을 쓰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두 영화 모두 애초에 문제 해결에서 오는 쾌감을 목적에 두지 않고 사건 속에서 방황하는 인물들의 모습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범인이 드러나있건 아니건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의 선택과 감정의 변화 지점에 대해 묘사한다. 다만 그 방식과 설정에서 두 영화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쓰리 빌보드는 군더더기 없는 방식을 사용한다. 쓸데없는 주절주절 설명을 늘어놓지도 않고 뻔하게 진행되는 전개를 굳이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 상황과 그 순간에 집중하여 살인사건이 피해자의 엄마, 밀드레드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지를 관객에게 납득시킨다. 밀드레드의 거의 미친 것같은 행동들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 입장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라는 납득. 솔직히 초반은 완전 미친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지언정, 엔딩쯤에 다가와서는 어느샌가 나마저도 "범인을 잡던 잡지 못하던, 아무래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밀드레드의 쓰리 빌보드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반면 7년의 밤은... 솔직히 뭔소릴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쓰리 빌보드도 보고 난 직후엔 그 감정이 너무나 복잡미묘하여 리뷰를 쓰는 것이 어려웠는데 7년의 밤은 말 그대로 뭔 소릴 하고 싶은지 몰라서 못쓰고 있었다. 캐릭터들의 행동들부터 너무나 혼란스럽다. 특히나 오영제는 이해하기도 납득하기도 너무 혼란스러운 캐릭터였다. 분명 단순 사이코패스는 아닌거 같은데 마지막엔 그냥 사이코패스로 묘사하고 끝나버린다. 왜 그렇게 삐뚤어진 소유욕을 지니고 있는지 사연이 있을것 같이 굴더니 아무것도 없으니 허탈하기 짝이없다. 게다가 최현수의 캐릭터 설정은 정말 찌질하기 그지 없다.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라는 그럴듯할 설정과 지나치리만큼 구구절절한 설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짜증만 불러 일으켰다. 쓰리 빌보드의 딕슨도 찌질했지만 끝은 응원했다. 그런데 최현수는 응원을 해줄래야 해줄 건수가 아애 없다.


잘삭힌 홍어 vs 이것저것 섞어탕




쓰리 빌보드는 보는 내내 감정적 소진이 꽤나 큰 영화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집중해서 보는 것이 쉽지 않고 큰맘 먹고 보지 않으면 그냥 딱 잠들기 좋은 영화다.(심지어 영화 속 분위기는 긴장감이 팽팽한 것에 비해 사운드가 전반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보고나면 그만큼의 카타르시스도 강하게 온다.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밀드레드의 감정들에 대해 계속해서 되네이게 된다. 그래서 삭힌 홍어를 먹는 기분이다. 먹을 때에는 냄새로 못견디게 만들면서도 정작 먹고 나면 톡 쏘는 맛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딱 그런 영화.


하지만 7년의 밤은 어쩐지 어디선가 먹어본 것 같은 맛이 계속 나오는 섞어탕이다. 어디선가 본것 같은 사이코

패스 설정,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등등 어쩐지 익숙한 맛들이 섞여 난다. 그러다보니 이도저도 아닌 맛으로 '지루한 맛'이 되버린다.


우리는 영화관에 갈때 지루한 맛을 기대하지 않는다. 차라리 참고 견디기 힘들지언정 그 맛을 보고 났을 때에는 "인상에 남는 맛"을 기대하고 간다. 몇개월만에 만원을 가지고 외식한다고 하였을 때, 당신은 그냥 이맛저맛 다 섞여있는 섞어탕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내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는 맛을 먹을 것인가.

나라면 이왕 먹는 것, 분명한 맛을 느끼면서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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