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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즈 Feb 11. 2022

1억짜리 차주와 2천만원짜리 차주

마음의 크기

당신 같으면 1억되는 차를 끌고 다니면서 2,3천만원짜리 차한테 문콕당하면 참을 수 있어요?


놀랍게도 실제로 들은 말이다.


사건의 전말은 그랬다. 차량간 사이가 좁은 관계로 하차 중 상대방 차문에 내 차문이 닿게 되었는데 그것을 문콕이라 생각한 상대 차주는 냅다 번호부터 내놓으라며 연필과 종이를 들이밀었다. 일단 현장에서 먼저 확인하고 문제가 없으면 되지 않겠냐고 했지만 본인의 차량 색깔 특성상 자연광에서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으니 다음날 오전 중에 확인하고 문자를 주겠다고 주장하였다. (많은 것들이 생략 되었지만 꽤나 언성이 오가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 겨우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결과적으로 차량엔 이상이 없었고 상황은 일단락 되었다.


7년동안 운전을 하면서 ‘문콕’이라는 이슈를 이렇게나 예민하게 받아들인 경우는 처음이라 여러모로 당황 했었다. 물론 차를 애정 하는 차주라면 당연히 내 차에 찍히는 아주 작은 흠집마저도 속상하고 그에 화가 나는 것이 당연하지만, 문득 이번 사건을 경험하면서 4,5년 전쯤 또다른 차주의 모습이 생각났다.



필자가 상당한 사고를 낸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초보운전 딱지는 뗐지만 사고는 처음이어서 말 그대로 ‘멘붕’상태이었다. 이런 ‘멘붕’ 상태의 가해차량 차주에게 피해차랑 차주는 오히려 괜찮으니 보험사 먼저 부르고 날이 추우니 차 안에서 대기하라며 다독여주었다. 주행 중 사고였으니 뒷목 잡고 누워도 할말 없을 상황이었는데, 다음부터 조심하면 된다며 챙겨주시던 모습은 ‘진짜 어른들은 이렇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당연히 죄송스러운 마음은 더 죄송스러워지고 지금까지도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여기서 ‘고작 문콕 가지고 난리치는거야?’ 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내가 아끼는 무언가에 다른 사람이 아주 사소한 스크래치라도 낸다면 당연히 속상하고 화가 날테니 그 상황에서 나에게 번호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일방적인 짜증과 분노가 아니라 자신의 차에 어울리는 품격으로 대했다면 분명히 달라지는 것이 많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대화가 종료되는 그 시점까지도 짜증이 한 껏 들어간 말투로 대하는 것이나 자신의 차보다 가격이 저렴한 차를 탄다는 이유로 내리 찍듯이 말하는 태도는 과연 1억짜리 차를 타는 사람의 배포라고 할 수 있을까.


차를 아끼는 마음은 1억짜리 차를 가지던 2천만원짜리 차를 가지던 그 크기와 무게를 함부로 들먹일 수는 없는 법이다. 마음의 무게를 어떻게 금전적으로만 표현할 수 있겠는가.


짜증과 훈계가 한껏 들어간 문자에 답장을 하면서도 새삼 느꼈다. 1억 되는 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에게 1억만큼의 인성만 기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P.S 네이트 판이나 트위터에서나 보았던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 나니 그동안 내가 경험한 건 정말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은 언제나 참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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