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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현 May 10. 2020

'핵 초보 유튜버' 엄마입니다.

집콕 맘&컴맹 엄마의 유튜버 도전에, 아들이 붙여준 저 별명이 싫지 않네

며칠 전 저녁, 내 유튜브 채널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구독자가 늘지 않아 걱정이라는 철없는 투정에, 신랑은 "아냐, 멋져~."하고 위로를 해주었고, 아들은 "핵 초보 유튜버."라며 나를 가리켰다. 천진난만한 눈망울로 촌철살인의 말을 던지는 아들과 눈이 마주치자 빵 터지고 말았다. 이것이야말로 웃픈 심정일 것이다.

그래, 이제, 시작인데 뭐가 그리 심각하냐 너~


요즘 '유튜버'들은, 필요한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기획력은 물론이며, 방송국 PD 못지않은 촬영과 편집 기술을 갖추고 있다. 난 만지는 기계 족족 다 고장을 내며,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것도 싫어해 *그램에 사진 한 장도 없었다. 스포츠 의류 디자이너였던 3년 동안, 일러스트와 포토샵 프로그램을 하루 종일 붙잡고 있어야 했기에 매일 퇴직을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기계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론, 시작의 Enter 키를 과감히 누르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내가 유튜버를 시작한 시기도 자존감이 떨어져 가던 올 2월이었으니, 꽤나 아이러니하면서도 과감한 도전이다. 에너제틱한 초등 외아들과 하루 종일 찹쌀떡처럼 붙어있어야 하는 끝을 알 수 없는 터널 앞에 있었으므로. 9년간의 경단녀 딱지를 떼려, 나름 철저히 세워둔 '2020년 새 출발 액션 플랜'은 한정 없이 미뤄졌다. 그렇다고 딱히 내가 뭘 당장 할 수 있음도 모르겠는 답답함에 잠도 오질 않았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지 2년이 되어가기에, 유학 본전을 이제는 뽑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지혜롭지 못한 조바심만 붙들고 있었다. 

그러던 나도 매일 유튜브 채널들을 보며 울고 웃는 열혈 시청자로서 가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왜' 예전에 해 보질 않았을까? 


미국에 있을 때 일상들을 찍어서 올려볼 걸, 자존감이 낮았던 나의 유학 도전기에서 터득했던 자기 계발 팁도 많은데... 동시에 '에이 나 같은 기계치가 어떻게 해.' 하는 생각과 악플이 무서워 차마 유튜버가 될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하지만, 강제 집콕 생활이 길어지자, '어차피, 지금은 온라인으로 밖에 무언가를 할 수 없어. 내가 주고 싶은 정보와 수학교육 팁들을 공유하고 싶다. 그렇담, 유튜브다!' "악플은 유명해지면 생겨요. 그리고 그때는 그것을 핸들 할 수 있는 방법과 멘탈도 생기니 걱정 마십시오."라는 어떤 유튜버의 말에 용기도 보태어졌다. 무엇보다, 자기 계발과 수학강사를 목표로 하는 내게 좀 더 실질적인 소통의 창구가 필요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나도 성장하고, 구독자들도 같이 성장하면서 각자의 꿈을 서로 응원해주자."라는 최종 목표가 간절했기에 시작해보기로 했다.

채널 오픈 자체가 엄청난 신고식이었다. 다른 채널들을 통해 하나하나씩 배워갔다. 계정을 만드는 것부터 비즈니스 채널을 오픈하는 데만도 2일이 걸렸다. 간판과도 같은 '채널 아트'라는 것도 만들었다. 멋지게 나만의 공간을 꾸미는 게 재밌었지만, 컴맹에다 집콕 맘으로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들이 버거웠다. 아이가 학교와 학원도 못 가니, 아이가 만화나 게임을 하는 시간에 나는 내 채널 작업에 치열하게 매달려야만 했다. 반나절 걸릴 단순한 작업에 며칠을 쏟아붓기도 했고, 편집을 하다가 날리면 몇 시간 동안 '나는 누구? 왜 이렇게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거지? 괜히 쓸모없는 짓을 사서 하는 것을 아닐까?' 하는 현타가 오기도 했다. 아주 여러 번. 

ㄱ,ㄴ,ㄷ 부터 하나씩 알아가는 까막눈 할머니가 된 기분이었다. 신기한 건, 정말 힘들지만 유튜버 작업이 매일 하고 싶었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 나만의 강의실 공간이 채워지는 뿌듯함과 내 유튜브 채널에 매일 출근하는 기분이 참 좋았으니까. 유학생 시절처럼, 온전한 '박소현' 나 자신으로서 발전해가고 있음을 느끼며, 빡빡한 하루하루 속에서 오히려 자유로움을 느낀다. 아들도 활기차진 엄마를 향해 '유튜버', (브런치)'작가'라고 부르며, 자신도 엄마처럼 되고 싶다고 한다. "엄마는 대단해. 엄청 유명(아이들의 성공 기준)해질 거야"라는 응원에,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벅차오른다.

시작과 도전의 앞에 서있다면 우린 '실패'보다는 '후회'를 두려워해야 하지 않을까?

몇 만 명의 구독자들과 함께하는 유튜버도, 베스트셀러 작가도, 스타 강사도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기에, 내 꿈을 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나만의 앗싸'다. 코로나 따윈 모른 척하고 생글거리는 집 앞 이팝나무의 잎들의 하트처럼, 내 마음도 싱싱한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고 있다. 앗싸~ 호랑나비~

돌이켜보면, 강제 집콕 생활의 지루함과 원통함 가득했던 날들이, 내게 '유튜버'라는 새로운 활주로를 펼쳐 주었다. 위기를 극복했기에 위기를 기회로 만든 나 자신이 기특하다

시작과 도전 앞에서는 경력 00년의 베테랑들도, 유명인들도 늘 떨린다고 한다. 무언가 시작을 함에 있어서, 괜스레 걱정과 두려움만 앞서는 건 모두에게나 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도전해 보는 사람이 있고, 애써 외면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 기왕 사는 이 소중한 삶 내가 하고픈 거 해보는 용감함을 부리는 사치는, 내게 매일의 익사이팅을 선사해줘서 고마울 뿐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아니 단 한 명이라도 '나도 얘처럼 한도 없는 사치를 누려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를 감히 바라본다.



*소중한 당신의 시간을 내주어,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과 행복이 더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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