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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현 May 21. 2020

"나, 유튜버 됐어"

내 공간이 생겨 Thank You!

34살부터 인생의 도전, 내가 원하는 것들을 시작하기 시작한 나로서, 유튜버가 된 것도 또 하나의 소중한 시작이다. 몇 년 뒤, 읽으면 살포시 웃기를, 어쩜 이때의 패기를 칭찬할 수도. 그렇기에 나는 나만의 유튜브 일기를 남겨야겠다 싶었다. 혹은, 몇 달간의 일상이 되다 보니, 나의 소재 거리가 유튜브 밖에 없어 글을 못 올리고 있는 요즘도 이유가 되겠다.

기왕 유튜브를 시작한 거 의미 있는 부분으로 만들고 싶어 졌다. 요즘에는 나의 채널에 애착도 가기 시작하고 말이다. 게다가 생각은 많아도 일을 은근 잘 벌리는 나로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채널 2개(엄마의 자기 계발/사춘기 수학 해결)나 운영하고 있다. '한 개나 제대로 해라.' 하는 내 마음의 소리가 내 머리채를 가끔 잡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컴맹 & 집콕 맘이 쪼개서 낸 2-3시간에도 시간이 부족하여, 유학생 시절처럼 가끔은, 아니 아주 자주 5시간 자기도 하니, 어디서 이런 열정이 나오나 스스로도 '이건 뭐지.' 싶다. 

툭 까놓고, 시간과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부은 지 2달여 좀 지났는데, 내게 주어진 표면적인 결과물이 (아직은) 없는데도. 미지근한 반응인데도. 아등바등 노력해고 일주일에 채널당 겨우 영상을 하나쯤 올리고 있는 느려 터진 유튜버인데도 말이다. 참 신기하다. 어찌 됐든 홈쇼핑 말고, 무기력함과 친구 지내는 거 말고, 마치 취직이라도 한 듯, 혼자 묵묵히 유튜브 영상 촬영하고 편집하는 내가 암튼 기특하다고 혼자 자찬해본다. 자찬, 뭐 이런 맛에 사는 거 아니겠소.

다행이다. 초보 유튜버 인지라,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하는 자유가 있어


요즘의 나의 일상이란, 초등 2 아들이 있는 엄마 유튜버로서, 내가 말하고 싶은 영상들을 미리 기획하고, 찍고, 손가락이 저릴 정도로 혼자 삽질 드립을 날리면서 부엉이 눈이 되어 지냄이다. 한 번은 일주일간 친정에서 쉰 기간 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난 왜 이러고 멍멍 고생을 하고 있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으로 끊임없이 기획하고, 책을 읽어대고, 그 누가 강요하지 않는 데도, 혼자 챌린지를 하고 있는 거지. 멍멍 피곤한데 말이다.

'원더풀엘리시아' 썸네일 중 하나

이유를 알 것 같다. 나만의 Work를 하고 있다는 거 때문이다. 나만(My Own)의 무언가 가 있다는 거. 나만의 공간(My Own Place)=내 채널이 있다는 거. 혼자 카메라 보고 내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을 뱉어내면서, 덧글도 거의 없건만, 약간 변 X 스러울 수도 있으나. 나만의 사회활동이라는 것을 내 나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친해지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도, 외향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나다. 몇 달 동안 전적으로 나의 몫인 외아들의 육아를 담당하면서 오지게 좋을(아들과 친해지는, 아들을 더 잘 알게 되는) 때도 있었지만, 슬슬 답답함이 밀려왔었는데, 내 채널이 내게 숨 쉴 공간 같은 것이 돼준 거다.


"나 유튜버 됐어."라고 친한 친구 몇 명에게 며칠 전에서야 톡을 보냈다. 부끄러움이 한 바가지였음으로, 실은 말을 안 하려고 했으나. 초보로서 피드백이 절실했다. 숨고 싶을 정도로 (나 혼자) 낯뜨거웠으나. 그래도 친구들은 내 예상과는 달리, 이런 말을 해주었다. 

 정말 대단해 라고 , 그 말을 들을 수 있어 참 다행이다.

방금 전에는 어제 새벽 3시까지 손목 빠져라 편집을 마친 영상이 없어졌다. 낮에는 2시간 동안 새로 산 칠판과 씨름하면서 찍은 수학 영상을 버려야 했다. 폰으로 촬영을 하기에 영상 상태를 확인 못하고 화면 크기와 각도만 확인하고 찍은 장비 발의 비참을 겪었음이다. 1시간 간격으로 2 연타를 맞아 1시간 동안 혼자 영혼 없이 컴퓨터만 바라보며 탈춤만 나왔다. 애니웨이 

그래도 다행이다.

자료를 이중으로 저장해야 함과 장비는 철저히 점검하고 촬영해야 한다는 나름 프로의식 같은 깨달음을 얻었으니, '그래, 그 영상들 다시 찍으면 훨씬 더 낫지 않겠어?' 

그리고, 솔직히 내 맘대로 일상이 돌아가지 않고 있는 2020년 2월(지금 다 그래~)부터 그래도, 여전히 나는 자기계발러로 끊임없이 하루하루 아주 적게 때론 크게 성장해 나가고 철들어 가도 있음이 다행이다. 


힘듦과 짜증이 밀려올 때, 다행이다.

이것들을 피할 수 있는 지혜와, 다음에는 최대한 덜 아파할 덜 슬퍼할 멘털을 세팅할 수 있어서.

가장 다행인 것은 다행이라고 말하고 있는 말할 수 있는 내가 있다는 것이 그냥 좋다.

유튜버로서 원더풀엘리시아 그리고 수학쌤엘리시아로 살아가는 내게 파이팅 한 번 외쳐보고 잔다.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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