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소현 Jun 14. 2020

임시적 싱글맘을 배려해주셨던 미국의 교수님들 고마워

그 때 받은 세상 자연스러웠던 존중들

 나의 글이 앞으로 한국에서 교실&교육에 긍정적인 발전을 하게 되는 작은 새의 날갯짓이 되길 바랄 뿐이다. 나를 소개하자면, Texas A&M 에서 커리큘럼 전공, 수학교육(세부 전공) 석사 학위를 잘 마치고, 박사 공부는 하고 싶었으나 돈도 없었거니와, 아들하고 단둘이 임시적 싱글맘의 지긋지긋함과 장기화되는 기러기 삶은 옳지 않은 것 같아 귀국하였다. 그리고 현재는 열심히 내 꿈을 향해 걷다가 달리다가 하고 있는 행복한 아들 맘이다. 궁금하지시는 않겠지만, 앞으로 이 매거진을 쭉 읽으시는 데, 소심한 배경지식으로 봐주심 감사하다. 


이야기 소재는 유학 경험이 될 때니, 비교가 주를 이룰 것이다. 거기가 무조건 우월하다는 것도 아니다. 장점만 쏙쏙 배우겠다는 취지다. 비교는 쓰라리다. 안다. 하지만, 굳이 그것을 하고자 함은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의 교육 현실을 알고 하나하나 학생을 위한 교실과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진심을 담아서 이 매거진을 이루려 한다. 주로 나의 부정적 학교에서의 경험과 오버랩될 것 같은데, 미리 말씀드리면 한국에서 열의를 다해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에 대한 어떠한 반박은 아니니, 앞의 좋은 취지로 알아주시고 오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첫 수업시간이 떠오른다. 금발이 귀여운 외모의 나이가 지긋하신 교수님이었다. 저녁 수업에 베이비시터를 구하지 못해, 5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갔다. 교실에 아이를 데려간다고? 한국이라면 상상할 수 있을까? 미국 대학의 수업시간에 그런 일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수업 전에 교수님께 메일을 미리 보내 양해를 구하거나, 수업 전 면대면으로 부탁해서 그러기도 한다. 내가 들을 바로는 미국에서는 저녁에 공부를 하는 엄마들은 아기를 데리고 와서 수업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고 한다. 타 수업 시간에는 다른 (아빠였던) 학생도 막내를 데리고 온 것을 보았다. 아이를 데리고 수업을 들을 수 있어요 가 요점을 아니다. 학생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교수님들이 자연스럽게 기꺼이 배려해 주시는 것이 쩔쩔매는 내가 오히려 이상한 앨리스 같았다는 것이다.

한 번은 다른 수업 시간의 교수님께,  'Journal' 이란 단어를 과제에서 정정해야 아니냐 여쭤봤었다. 교수님이 씩 웃으시면서 상냥하게 옆집 언니처럼 설명해주셨다. 영어 잘 못하는 나의 실수였다. Journal의 뜻은 '기사'만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적는 글도 그것이었느니, 창피했지만 감사했다. 나는 한국의 교수님들은 다 권위적이야 하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배움이 중요한 학생들 위주의 수업 분위기와 어떠한(아까 같은 엉터리) 질문들에도 Good Question이라는 말씀과 찬찬히 설명해 주시고, 그것들을 묵묵히 기다려주는 다른 클래스메이트 들의 침착함이 놀라웠다는 것이다.


전공 수업 시간에는 2과목이 같은 교실에서 연달아 있었고, 뒷 수업시간이 딜레이 되었다. 뒷 수업만 듣는 내가 5분 정도 기다리는 일이 잦자 내가 교수님께 이것은 약간 불공평한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 뒤로는 바로 앞 수업 교수님과 상의하여, 수업시간을 지키도록 해주셨다. 


내가 한국에서 공부를 했더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나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하고? 


나는 한국에서 교수님은 어려운 존재였다. 그냥 한국의 대학 분위기가 그랬다. 나는 뭐 나이가 39라, 요즘 학생들은 더욱더 자유롭고, 자존감과 자신감이 높을 것이며, 교수님들의 그런 권의 의식도 별로 없겠지. 하지만, 최근의 일은 아니지만, 아는 동생은 한국에서 석사를 따기 위해 변덕을 부리는 교수에게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고 들었다. 내가 겪었던 것은 디자인을 하는 의류학과 학사 공부를 하는 동안, 교수님의 비위를 꽤나 맞추려 노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A를 받기 위해서... 교수님들이 가끔씩 소리를 지르시거나, 작품을 던지시곤 했으니 꽤나 눈치 살피기도 있었다. 


물론, 일명 싸바싸바(딱히 적절한 표현이 안 떠올라 죄송)는 미국에서도 있다. 하지만, 권위를 내세우는 것 자체가 어이없어하는 분위기와 존중받으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학생들이 예뻤다. 교수님과 서로 예의를 갖추되 이론에 대한 뜨거운 설전을 벌이는 광경이 자연스러워 좋았고 부러웠다. 


한국에서도 정말 따뜻하게 배려해주시고 학생을 위하는 교수님들도 많이 계시고 나 또한 경험했기에 감사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끔 겪었던, 권위와 까탈을 부리는 교수님(물론 미국도 있다)을 나는 유학생활 중 겪은 적이 없다. 무엇보다, 미국 학생들의 태도가 흥미로웠다. 만약, 교수님이 권위를 내세우거나 하면, 무시하거나 앞에서 반박을 하거나 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점수고 뭐고 간에, 권위도 나는 거의 못 보았지만, 내세울 시에는 깨갱의 태도가 아닌, 무시로 대하니 꽤나 현명한 대응 같다. 


그때를 떠올리니, 어마어마한 수업 준비물들을 여행 가방 캐리어에 직접 끌고 다니시던 소탈하던 교수님들이 그리워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