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선행 편 1- 결국엔 학원을 알아보다가 절망했다는...
나는 수학을 좋아하고 교육을 전공했으며, 두 아이(11세, 1세)의 둔 엄마이자, 평생 교육자로 있고 싶습니다. 그래서 자기 계발서를 쓰고 출판하느라, 그동안 쉬었던 교육칼럼을 한 달에 몇 편 정도는 다시 쭉 싣을 예정입니다. 한국 수학에 대한 아쉬운 점과 내가 겪었던 미국 교육 또는 한국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칼럼의 목적은 비판이나 옹호도 아닙니다. 더 나은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이 무럭무럭 예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해서랍니다. 이 한 줄의 글이, 나의 목소리가 한 줌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엄마, 나 수학 학원 다니고 싶어."
학원이라면 질색팔색을 해서, 4학년인 큰 얘 학원을 전혀 보내고 있지 않았다. 예체능 위주인 방과 후 활동으로 축구와 코딩만 배우며, 수영만 다니고 있었다. 단, 집에서 1시간 정도 국, 영, 수, 사, 과를 문제집 1~2장만 풀면서 자기 주도식 학습을 하고 있었다.
아들이 학원을 거부하게 된 대는 미국에서 5년간 귀국 후, 7살 여름에 맞이한 한국의 첫 사교육에서였다. 바로 당연시 보냈던 영어 유치원에서 미국 유치원과는 환경과 주변의 과도한 관심에 아이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영어 학원도 마찬가지여서, 그 뒤로 집에서 라이팅과 동화책만 하고 있었다. 영어 파닉스를 이제야 눈높이로 잡아주고서, 다시 동화책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 글의 주제는 수학인지라, 수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아이가 4학년이 되자, 슬슬 공부에 투정을 부린다. 아니, 그렇게 이 학원 저 학원 다녀보라고 권유해도 시큰둥하던 녀석이 갑자기 엄마가 자기 공부에 신경을 안 쓴다고 하는 것이다. 학원 정보 좀 알아보라고, 갑자기 극성을 떤다. 유튜브 한다, 책을 쓴다, 갑자기 생긴 동생으로 정신이 안드로메다에 간 엄마 덕분에 아이의 교육에 온전히 최선을 못한 탓도 있다.
솔직히 갑작스러운 아이의 학업 열정이 내심 좋았다. 친구들보다 수학 문제 푸는 속도가 느리고, 영어 단어 쓰는 속도가 느리다고 툴툴대면서 잘하고 싶다고 하니, '이 녀석 욕심은 있구먼. 중위권은 쭉, 잘하면 중상위권은 쭉 가겠구먼.' 하는 안도감이 들어서다.
두 팔을 걷어붙이지는 못하고, 이리저리 서칭을 하고, 전화 상담을 했다. 갓난아기를 둘러업고 네버엔딩 코로나 시국에 상담을 적극적으로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에게 친구들에게 다니는 학원 이름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아들은 엄마는 동네 친구도 없냐고 핀잔을 줬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1년 반 전에 세종시에서 광주로 이사 오고, 이사오자마자 늦둥이 임신과 코로나로 외출도 못하고, 학부모 모임도 하지 않으니 친한 엄만 1도 없었다. 나의 오랜 친구 몇 명은 이 동네에 살지 않으며, 어쩌다 이사 오게 된 곳이 서울의 청담동 같은 광주의 봉선동 언저리인지라, 여기는 학원이 많아도 너무 많아 오히려 선택 장애가 왔다.
엄마가 수학 교육 전공자인데, 쩝, 아들에게 괜히 미안해졌다. 근데, 한편으론 씁쓸했다. 내가 생각하는 본론으로 아이 공부를 시키고 있는데 말이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싶었다. 학교 친구들은 시험 문제를 10분 만에 다 풀고 끝낸다고 한다. 아들은 시간에 맞춰 끝난다고 한다. 그 점에서 가장 속상했나 보다. 점수는 높을 때도 있고 아주 간혹 낮을 때도 있다. 딱히 그 정도면 만족이다. 학원 다니는 친구들과 다를 바 없는 점수라며 자신을 칭찬하다가도, 빨리 풀고 끝난 친구들 옆에서 문제를 풀자니 자존심이 살짝 스크래치가 난 듯하다.
굳이 10분 만에 문제를 다 풀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건 내 입장이고... 아마도 시험문제를 그렇게 빨리 푸는 친구들은 학원에서 엄청난 양의 문제들을 풀렸을 것이다. 문제집은 3달에 2권 이상 끝내기는 기본이고 말이다. 나는 10년여 전 초 중 수학학원 강사 여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하지만, 내가 현역에 있을 때 가장 유명하던 학원이 아직도 유명세였다.
4학년인 아이 입에서 "엄마 (수학) 정석이 머야?"
수학 교과 내용을 봐도 솔직히 큰 핵심은 같으니, 가르쳐는 내용을 거의 같을 수밖에 없다. 학원은 현행 + 선행 교육 커리큘럼으로 이루어져 있다. 학원 시스템은 간략하게 이렇다. 현행도 심화 문제를 같이 한다. 학원에서 시행하는 테스트로 우선 아이를 기선 제압도 한다. 아이의 수준을 알고 그 레벨에 맞춰 반 배정을 하는 것은 맞다. 그리고 심화 문제를 하면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 또한 오류가 있다. 유명한 학원에 000반에 못 들어가면 실패자 같은 낙인이 찍히니 말이다. 아이의 수준별로 진행되는 과정과 교재는 다르겠지만, 이제 4학년인 아이 입에서 "엄마 (수학) 정석이 머야?" 하는 질문을 들어보니, 벌써 정석을 하고 있는 아이들도 많다.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자신들과 같은 학원을 다니지 말라고. 이유인즉슨, 지옥이 시작될 거라며 친구들끼리 장난말로 그랬다 한다.
휴~ 한숨이 나온다. 초등학교부터 수학이라면 지긋지긋해져 버리는 아이들을 안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그냥 미안하다고, 치열한 경쟁의 변별력으로 시험이 생겼고, 공부라는 학문 탐구가 아닌, 시험을 위한 공부가 돼버렸다. 이 점은 어쩔 수 없는 마인드 컨트롤이 답인가. 애써 그냥 그려려니, 하고 너는 나 나는 나 하고 말이다.
그러기엔 학원 숙제에 떠밀려 밤 12시까지 공부하고 잠드는 어린아이들이 말도 안 되게 가엾다. 놀이터에서 햇빛에 녹아 뚝뚝 떨어지는 수박바 국물을 홀짝대며 숨바꼭질하던 나의 4학년이, 여중 단발머리를 똑딱 핀으로 고정시키고 방과 후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고, 나무 그늘 아래서 땀을 식히며 친구들과 먹던 두부과자와 그때 했던 친구의 유쾌한 가족 이야기가 아직도 생각 나서다. 그 기억들이 너무도 아련하면서도 잊히지 않게 좋아서다. 학원에서의 공부 고민보다 그런 추억들이 좀 더 많이 쌓인 어른이 되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좀 더 깊이 있게, 혹시나 연이 닿아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지도 궁금하다.
다음 편엔 수학 선행에 대한 이상적인 방법과 더불어 왜, 지금 유행하는? (그러나 몇십 년째 네버엔딩인) 선행 교육이 왜 부질없는지 얘기할까 합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