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벌레가 좋다.

by 외계유학생

벌레는 일반적으로 혐오의 대상이다. 다리가 6개 달린 것부터 하나도 없거나 아주 많은 것까지 가릴 것 없이 미움받는다. 어릴 적 벌레를 좋아해 함께 벌레를 관찰하고 잡으며 놀았던 친구들도 커가면서 점점 벌레를 무서워하게 되었다.


우리는 어쩌다가 벌레를 징그러워하고, 무서워하게 되는 걸까? 벌레는 치명적인 독을 가졌을 수도 있고, 병을 옮길 수도 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벌레의 생김새를 두려워하고 피하도록 우리가 진화했는지도 모른다. 벌레는 우리와 무척 다른 생김새를 지녔으니 자연스럽게 불쾌감이 드는 것일 수도 있다. 벌레를 두려워하거나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주변인과 미디어에 영향을 받아 사회적으로 적응한 결과라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내가 그린 벌레 그림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벌레가 좋다. 어릴 적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학교 곳곳에 비 마중을 나온 달팽이를 잡거나, 모양이 서로 다른 애벌레와 나비의 이름을 외우고, 파브르 곤충기를 유심히 읽던 그때의 마음 그대로 나는 어른이 됐다. 다행히도 할머니께 혼난 후 달팽이는 모두 교정 곳곳에 다시 풀어주었다. 그렇게, 실내에서 벌레를 발견하면 바깥에 풀어주고 도로에 널브러진 지렁이를 화단으로 돌려놓는 사람으로 자랐다.


우리는 모르는 것들을 쉽게 무서워하거나 멀리하게 되곤 한다. 일반적으로 벌레는 ‘알아가야 하는 것’이나 ‘알고 싶은 것’의 범주에 속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벌레들도 자연을 꾸리는 숨붙이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품고 있는 존재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대부분의 벌레는 생각만큼 무시무시하지 않다. 알고 나면 두려움이 줄어든다.


고맙게도 내가 취미로 그리는 벌레 그림을 본 여러 사람이 벌레를 덜 무서워하게 되거나 조금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해 주었다. 느리고 작은 변화겠지만 더 많은 사람이 벌레를 궁금해 하고 좋아하게 된다면 좋겠다. 어차피 벌레와 공생이 불가피한 이 세상, 새로운 것을 알아가면 세계가 넓어지는 즐거움이 있고 무서운 것이 줄어들면 웅크렸던 마음이 펴진다. 더 나아가 벌레가 아닌 그 무엇이라도, 몰라서 무서워했던 것들을 친근히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벌레가 좋다고, 이렇게 말해 보기로 했다.


곤충학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여러 벌레를 마주치고, 누구든 벌레를 좋아할 수 있다. 나는 학위를 가진 전문가가 아니라 그저 벌레가 좋은 일반인이다. 그러므로 내가 쓰는 것은 학술서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마주친 벌레를 유심히 들여다 보는 에세이 뭉치다. 이 글을 시작으로 내 에세이들이 가볍고 재미있게 함께 읽을 수 있는 시리즈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