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우표전시회 - 우취인들의 축제

우표가 별처럼 쏟아진다는 표현의 진부함

by Alienwitch
견우와 직녀만큼이나 간절한 순간


해마다 칠월 칠석이면 견우성과 직녀성이 만난다고 한다. 그 둘은 그다음 해를 얼마나 손꼽아 기다릴까. 우취인들에게도 손꼽아 기다리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대한민국 우표전시회'다.


우취인 또는 우표 거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존재는 좀처럼 느끼기 힘들다. 인터넷에서 '우표'라고 검색하면 쇼핑 목록이나 우표 판매점에 관한 정보가 뜨지만 우취인들의 활동과 존재는 좀처럼 실제로 접할 기회가 없다. 그런데 1년에 한 번 열리는 이 축제와도 같은 행사는 우취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얼마나 열정적으로 우취 활동을 하는지 새삼 느끼게 한다. 대한민국 우표전시회 외에 좀 더 규모가 큰 행사가 있는데 이 행사가 바로 '필라코리아(Phila Korea)이다. 세계 우표 전시회인 만큼 10년에 한 번 '4'자로 끝나는 해에 열린다. 그만큼 필라코리아는 10년 동안 그 순간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모인다.


2014년 코엑스에서 열린 필라코리아


나의 첫 전시회는 2002년이었다. 공교롭게도 고3에다 월드컵까지 열리던 해라 더 생생하게 기억난다. 필라코리아는 원래 '4'자로 끝나는 해에 열린다고 앞서 설명했지만 4강 진출에도 성공하고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었던 탓에 2002년에 열리게 되었다.


바닷가에서 조개 줍는 아이, 바다를 보다


전시회장을 들어서던 순간의 기억은 어렴풋하지만 단편적으로 몇 장면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 온갖 총 천연색의 세계 우표를 모두 모은 장소라 그런지 눈이 휘둥그레지고 어안이 벙벙했다. 외국에서 온 우표상들 부스마다 진열된 우표들! 어마어마한 양의 우표들이 파도처럼 내 눈앞에 펼쳐졌다. 가지각색의 우표는 잠들어 있던 내 시각세포를 깨웠고 난 신선한 충격에 적응되기 까지 한 동안 서성거려야 했다. '대한민국 KOREA'만 찍혀 있던 우표만 보다 NIPPON이나 USA가 인쇄된 수많은 우표를 보는 순간의 전율이란! 세상에는 이런 것들도 존재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생애 처음 구입한 외국우표


한편으로는 허탈감을 느꼈는데 웬만큼 우표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철없던 자부심이 무너진 탓이었다. 속으로는 '아, 그래 난 우표에 대해 보통 이상은 알고 초등학교 때부터 우표수집을 해왔어!'라고 생각하며 막연한 애정과 지식을 쌓지 않은 상태에서의 관심으로 우표 세계를 정복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우표를 비롯 전문적 우표수집의 지식과 도구 그리고 광범위한 우취 대상을 접하고 숙연해 지기까지 했다. 기대감과 함께 아득함도 느꼈는데, 전 세계에서 수도 없이 발행되는 우표를 언제 다 모은단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은 나뿐이 아닐 것이다. 많은 우취인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우표뿐만 아니라 소인(우표에 찍는 도장), 초일봉투(우표가 발행된 첫날의 일부인이 찍힌 봉투)도 수집한다면 더 많은 고민과 기대감이 남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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