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ienwitch Aug 09. 2017

원룸에 대한 단상

타인에게 의존하는 개인의 공간복지

나의 소행성

이곳은 원룸. 내방이자 거실이다. 동시에 부엌도 되고 또한 원하면 서재라고도 부를 수 있다.

어린 왕자의 B-612 소행성처럼 아주 작은 나의 보금자리. 쓰레기도 제대 치우지 않으면 바오밥만큼이나 위협적인 영향을 주는 내방,  원룸이다.


얼핏 들으면 소박한 낭만이 섞인 아늑한 보금자리 같지만 이유 없이 불안, 경계심, 두려움이 생기는 곳이다. 근원을 알 수 없는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왜 잠 못 이루는 밤이 가끔 찾아오는 걸까?


폐소 공포증이 아닌 무기력에서 오는 좌절감

어쩌면 좁은 공간에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폐소 공포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특별한 불편함 없이 잘 지내다가 갑자기 웬 폐소 공포증? 오히려 좁은 공간 자체에 대한 직접적 불편보다 여러개의 좁은 단위공간으로 인한 간접적인 문제인 소음이 그 이유이다.

내가 경험하는 스트레스는는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외부의 환경 및 자극을 피할 수 없는 상황과 그로 인해 생기는 불안과 무력감이다.

여기서는 단순한 감각으로 인한 불쾌감이 아니라 심리상태에 촛점을 맞추고자 한다.


바꿀 수 있는 환경과 바꿀 수 없는 환경

여기서 내가 살고 있는 원룸의 특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벽의 일부는 석고 보드로 되어 있는지 얇고 약하다. 못을 박는걸 집주인이 유난히도 경계하는 걸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이런 얇은 벽 때문에 옆집 소음의 50%는 그대로 내방에 전해진다.  그리고 계단이 있는 층계참으로 바로 통하는 현관문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어쩌다 층 전체가 울리는 문소리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신호음과 모터 소리..(아 누군들 이런 걸 알았겠나.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이런 돌비 사운드에 적응이 됐지만 아직도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문소리다. 여기 두 번째 원룸에 와서 알게 된 건데 몇몇 사람들은 다른 집이 새벽에 다 깰 정도로 문을 세게 닫는다.


동물도 자신의 영역이 있는 만큼 사람도 생활공간에 대한 소유욕과 방어본능이 있다.


독자분들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자는 도중 온방이 울릴 정도로 쾅 닫는 문소리에 놀라서 깨는 날이 일주일에 3~4번이라면? 아니면 옆집에서 새벽에 2시간 동안 큰소리로 통화하며 상대방에게 노래까지 불러주는 걸 듣는다면? 소리가 동굴처럼 울리는 복도에서 30분 이상 계속 통화한다면?(대략 통화하는 내용도 다 들린다. 버튼음 까지도.)그리고 최근엔 (2017년 8월)새벽2시경 리모델링때문에 드릴로 작업하는 소리에 깨기도 했다. 내 집,  아니 내방 바로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만큼 타인의 삶과 내 삶의 안전거리는 좁다. 체감하는 거리감을 더 좁게 만드는 게 바로 이런 소음이다.

다른 소음과 문소리의 차이점은 행위자가 조심하거나 자제하면 충분히 데시벨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은 내가 아니라 전적으로 그 환경을 바꾸는 타인에게 달렸다.



다른 사람의 의지에 달린 나의 권리


나만의 공간이길 기대했지만 타인에게 의해 독립성이 흔들리는 것. 이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본인의 기본적인 복지를 누리지 못하게 되면 분노, 짜증, 경계, 불안 그리고 좌절감을 겪게 된다. 그만큼 자신의 생활공간에 대한 사생활 및 청각적 침해를 비롯한 침해 행동은 불쾌한 것이다.  (난 이미 2~3년째 겪고 있다.)

물론 감각을 바탕으로 한 신체적 불편은 말할 것도 없다.

원룸에 살게 되고 개인주의(이기주의와는 정말 다르다.) 성향이 강해진다고 해도 타인 의존도가 낮아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협소한 공간이 모여 생활 반경이 가까워진 만큼 어떤 면에서는 서로 존중하고 역지사지로 생각해야 할 일이 더 많다.


경제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원룸은 스쳐가는 간이역이 되겠지만 잠깐 머무는 곳에서 타인의 불편과 배려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으며 더 큰 보금자리를 꿈꾸었으면 한다.


23. Apr.2017


참고할 만한 기사  

[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이웃 간 소음 문제.."오디션 나가시는 거면 인정, 아니면 새벽에는 잡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휴식과 의무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