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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enwitch Feb 12. 2016

사람보다 땅이 봄 앓이를 먼저 한다.

올해도 찾아올 열띤 신기루

봄의 태양을 봄빛이 아닌 봄볕이라 부르는 건 봄의 햇살은 태양의 두 가지의 속성을 가져서 이다.


이 볕이라는 것은 눈으로 보는 빛의 속성과 피부로 느끼는 열이 혼합된 것이기에 그냥 빛이라 부르기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이 봄볕은 언 땅의 혈관을 터주고 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열과 빛은 요란하게 부대끼고 서로를 휘감으며 언 땅의 구멍 하나하나의 문을 두드린다. 흙은 이 소란스러운 방문을 견딜 수 없어 마침내 깨어다.


봄이 되어 한창 크고 있는 콩


따뜻하게 물기 먹은 흙의 숨은 드디어 지상의 공기와 혼합된다.

일시에 터지는 흙의 호흡에 땅은 숨이 가쁘고 아찔해진다. 홍조 띤 열기는 하릴없이 꿈처럼 아련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꿈과 봄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들과 밭의 경계는 단단해진다.

어느 것 하나 없어짐 없이,  사라짐 없이 자연스레 넘어가고 옮겨가는 것이 바로 봄의 천연덕스러움이다.




 봄볕이 있어서 이 모든 것이 가능한데 봄볕은 여름 햇살처럼 뜨겁게 태우지 않는다. 노릇하고 나긋하게 녹이면서 구워낸다. 그러니 흙에서 빵 냄새가 나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리라.

한창된 봄의 들녘


봄볕은 교묘하고 치밀해서 사람 마음의 용융점을 잘도 짚어낸다. 한 줄기 한 줄기 빛을 내뿜어 마음의 맥을 짚는다.  그리고는 붐비는 구내식당이나 공원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가 사람의 풀어 헤진 살 속으로 스며든다.


그다음은 속절없다.  녹아내린 심장은 꽃을 보면 꽃무늬를 찍어내고 잎을 보면 잎을 찍어낸다. 덕분에 사람도 봄기운에 초봄 내내 아지랑이를 달고 산다. 감기처럼 약도 없다. 여름이 약손이 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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