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피가 흐르는 과일
동물들은 가죽 밑에 붉은 살을 숨기지만 과일은 그렇지 않다. 이 중에서도 딸기만큼 시선을 끄는 것은 없을 것이다. 붉은 선혈이 그대로 드러난 몸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씨도 안에 품지않고 바깥에 달고 있다. 발가벗어도 아직 부끄럼없는 순진한 아이같다가도 매끄럽고 빨갛게 부풀어 오른 자태가 관능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돈 호세의 칼에 찔린 카르멘 같다고 할까. 유혹과 사랑 그리고 비극처럼 사람의 미뢰를 유혹하지만 결국 사람의 입속에서 사랑은 끝난다.
그리고 실속없이 씨를 안고 있다가 인간의 입속에서 숨을 다할때 비로소 씨를 뿌린다.
치아에 부딧혀 바스락 거리며 깨지는 씨로 유언을 대신하는 것이다.
나도 한때 내 소생을 안고 있었노라고.
다른 과일들에게 씨는 또 다른 시작이지만 딸기에겐 수 없는 마침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