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SR 2022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IGN Mobility Oct 09. 2022

한국 자동차 "세계에서 살아남기"

국내 자동차의 세계시장 공략기




'엘란트라'라는 자동차를 알고 계신가요?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 자동차 '아반떼'의 미국 이름입니다. 이처럼 해외에 수출할 때 국내와 다른 이름으로 출시되는 자동차들이 많은데요. 자동차의 이름을 바꾸는 이유는 바로 해당 국가의 문화적인 특성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기아의 '카니발'은 영어권 국가에서 인육을 먹는 풍습을 가리키는 카니발리즘(Cannibalism)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문제로 인해서, 수출명을 '세도나'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해당 국가에서 문화적으로 부정적 의미를 갖는 이름을 변경한 것이죠. 이외에도 현지 소비자의 정서에 맞추어 전략적으로 자동차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럭셔리 자동차 시장의 중심인 중국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메르세데스 벤츠는 'S650'을 'S680'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숫자 8이 ‘돈을 벌다’라는 뜻의 중국어 ‘발’(發)과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중국인들의 선호에 맞추어 이름을 바꾼 것입니다.


 자동차는 단순한 제품이 아닌, 사람들의 삶을 담는 공간이자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동차 기업들은, 현지의 환경과 문화 그리고 현지인들의 정서와 취향을 모두 고려하여 이름을 고 디자인과 마케팅까지 철저하게 계산해야만 합니다.








한국차, 세계에서 '디자인'으로 살아남은 방법

한국차의 수출국가별 디자인 전략


미국

 미국은 땅이 넓은 만큼 주거지간 이동 거리가 멀어서 고장 나지 않고 튼튼한 자동차를 필요로 합니다. 오프로드도 많아서 험한 지형을 잘 달릴 수 있는 것도 중요하죠. 또한 미국인들은 합리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며 밋밋한 스타일보다는 강인하고 과감한 조형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대는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소형 트럭(Pick-up과 SUV)에 주목하여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자 새로운 중형 SUV인 '싼타페'를 디자인하였습니다.

싼타페

 "남성의 근육을 본뜬 듯한 굴곡진 외관과 1.8ℓ 크기의 콜라 페트병을 넣을 수 있는 컵홀더까지. 싼타페는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것만 모두 모아 개발했다." LA 오렌지 카운티에 있는 현대차 디자인연구소의 디자이너, 로저 플로리스의 말입니다. 커다란 체구근육질 형상의 디자인은 과감한 조형미만으로도 미국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라지 사이즈의 페트 음료를 세워둘 수 있는 거대한 컵홀더 역시 예상외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사소하지만 과감한 디테일의 변화가 미국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충족한 것입니다. 이렇듯, 산타페는 미국의 문화와 취향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디자인에 녹여냈습니다. 결과적으로 싼타페는 미국 시장 출시 1년여 만에 9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수출 신기록을 달성하였습니다.


유럽

 유럽시장은 미국과는 다르게 정통적인 미를 따르는 디자인을 선호합니다. 선과 면의 조화, 아름다운 비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또한 유럽은 각 나라만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차별적인 조형 언어를 통한 고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대는 이를 바탕으로 유럽을 위한 자동차를 출시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유럽 전용차 ‘i-30’입니다.

i - 30

 ‘I-30’은 해치백 스타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해치백은 뒷좌석과 적재 공간이 합쳐진 자동차 외형으로, 작고 간결하면서도 적재 공간이 충분하다는 장점으로 유럽에서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또한 ‘I-30’만의 특징은 새로운 비례입니다. 현대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의 에어 인테이크 홀을 결합하여 라디에이터 그릴의 면적을 줄이고 범퍼의 홀은 넓히는 새로운 비례를 만들었습니다. 유럽시장취향을 반영하면서도 새로운 조형 언어를 확립한 덕분에 현대의 I-30은 유럽 시장에서 큰 호평을 얻었습니다.


 이처럼 자동차 기업들은 수출하고자 하는 국가에 맞추어 전략적인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국가의 특성에 맞게 맞춤화된 디자인은 시장의 호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냅니다. 하지만 각각의 국가에 맞추어 디자인된 차량은 그 국가 이외의 다른 시장의 호응을 얻기에 어렵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기업은, 이미 출시된 차량을 다른 국가의 시장에 어필하기 위하여 색다른 전략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국차, 세계에서 '마케팅'으로 살아남은 방법

한국차의 수출국가별 마케팅 전략


기아 - Optima (K5)

 2000년대 초, 미국 시장에 발돋움을 시작한 기아의 이미지는 지금의 위상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그 당시 기아는 잔고장이 적은 도요타 혹은 닛산의 차량을 원하지만 큰 금액을 지출할 수 없던 소비자들을 위한 차선책의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기성의 운전자들이 저렴하게 타고 다니는 소위 ‘촌스러운’ 차량이라는 인식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아시안을 향한 서구권의 선입견 또한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미국 소비자들은 아시아 기업의 차량작고 내부 공간이 협소하다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거대한 체구의 소비자들이 기아를 기피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옵티마를 뛰어 넘어 덩크 슛을 성공하는 블레이크 그리핀

 기아가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이런 오명을 벗고 소비자들에게 세련되고 편안한 차량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기아는 NBA의 공식 스폰서를 맡으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했고, ‘날개 달린 사자’라 불리는 당대 최고의 농구선수 블레이크 그리핀을 모델로 내세웠습니다. 기아의 옵티마(한국명 – K5)를 이용하는 농구스타의 모습은 기아가 기성세대뿐만이 아닌 젊은 세대를 위한 세련된 차량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더하여 장신의 농구선수가 편안하게 탑승하는 모습은 '기아의 차량은 내부 공간이 협소하다'는 선입견을 전환하는 데에 크게 일조하였습니다.

 실제로 영국의 자동차 정보업체 ‘에드먼드 닷컴’은 기아의 기발한 마케팅 이후 기아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평소보다 20% 이상 증가하고, 옵티마 구매를 희망하는 소비자의 수가 2배 이상 늘었다 전하였습니다.



현대

5000억의 손실  후 철수 - 캐나다 브로몽 현대자동차 공장

 올해 자동차 글로벌 판매량 3위에 올라선 현대자동차 그룹 또한 시작부터 탄탄한 입지를 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가 가진 이미지는 최악에 가까웠습니다. 현대는 1976년 수출한 포니 6대를 시작으로 캐나다에 현지 법인을 세우며 본격적으로 북미시장의 진출을 꾀하였습니다. 이후 현지 공장을 건설하기도 하는 등 북미시장을 향한 의욕을 드러냈으나 4년 만에 철수하며 실패의 쓴맛을 보게 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품질이었습니다. 각종 품질 조사에서 현대자동차는 항상 하위권에 머물렀고, 코미디의 단골 소재가 될 정도로 북미 소비자들의 인식 또한 좋지 않았습니다.


 현대가 북미시장에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소비자 인식 개선과 더불어 품질의 혁신적인 향상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현대는 ‘10년, 10만 마일 무상 보증’이라는 전례 없는 마케팅 전략을 실시하게 됩니다. 이는 당시 도요타의 ‘5년 6만 마일’, 포드의 ‘3년 3만 6000마일’과 비교하여 파격적인 혜택이었습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단기적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는 마케팅 무리수라 지적하기도 하였으나, 이 조치는 북미 소비자의 현대차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승부수로 작용하였습니다.


J.D.POWER 신차 품질 조사

 기업 입장에서 10년간 10만 마일을 무상 보증해주는 정책을 손해 없이 유지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수리 빈도수를 현저히 낮출 수 있다면 보다 쉽게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상품의 품질이 좋아진다면 고객의 수리 횟수는 자연스럽게 적어집니다. 현대는 이를 목표로 ‘품질경영’을 강조하며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배수의 진 마케팅을 통해 현대차의 품질은 놀랍도록 개선되었으며, 북미 소비자의 인식 또한 좋아졌습니다. 결과적으로 2016년 포르쉐를 꺾고 기업 품질 조사(2016 미국 J.D.POWER 신차품질조사) 1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게 됩니다.











마무리하며


 자동차 디자인은 지역의 전통,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문화적인 상품입니다.  때문에 마치 건축물이 그러하듯, 지역의 문화와 역사의 일부분으로 인식되고는 합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유럽과 독일의 자동차 브랜드들은 그들만의 유구한 헤리티지를 축적하였고, 지역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애착과 자부심을 형성하였습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기업의 사정은 이와 달랐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시작이 늦었던 만큼, 물려받을 자동차 문화와 헤리티지가 없고, 상품성마저 뒤떨어졌습니다. 후발 주자인 국내 기업들이 우리만의 정통성을 살려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상황이 각국의 문화적 특성에 최적화된 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할 수 있는 기틀이 되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그들의 상황에 불평하지 않고 이를 기회로 삼아 나아갔습니다. 타깃 시장의 문화적·역사적 배경을 철저하게 분석하였고, 이를 따르는 디자인과 기능을 만들었으며, 성공적인 마케팅을 병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적인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전기·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가 주목을 받으며, 자동차 산업 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전과는 달라진 산업 구조 속에서 기업들은 또 한 번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고민에 빠질 것입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우리 기업들은 또 어떤 기지를 발휘하여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Align MSR은 이동의 미래를 함께 꿈꾸고 실현해 나가는 대학생 모빌리티 솔루션 학회입니다.

https://align.oopy.io 

작성자 : 임유리 이하은 정지원 이윤서 (MSR 2022)

매거진의 이전글 그 많던 택시는 다 어디로 갔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