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엄마가 들려주는 사춘기 자녀와의 상생법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상냥하던 아이가 갑자기 변했어요. 예전엔 분명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 툭하면 성질내고, 짜증 부리고, 말하기 싫다고 방문을 잠가 버리네요. 도대체 뭐가 불만인지 알 수가 없어요."
부모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듣던 아이가 어느 날 거친 말을 쏟아내기 시작하고 짜증 섞인 태도로 대화를 기피할 때 대다수 부모들은 당혹감을 느끼게 됩니다. '아이가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건 아닐까? 학교 생활에 문제가 있나?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영영 어긋나는 건 아닐까?' 고민이 시작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딸 아이가 처음으로 자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던 날을 기억합니다. 그 날의 굳게 닫힌 방문은 딸과의 사춘기전쟁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었고, ‘제발 내 인생에 간섭 좀 그만하세요' 외치는 선전포고였습니다. 그날부터 집안엔 수시로 사춘기 폭풍주의보가 발효되었습니다. 자식에 대한 '기대' '믿음' 좋은 부모라는 '자부심'이 비바람에 맥없이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었습니다.
"졸라 싫어. 열라 짜증 나. 진짜 빡쳐" 아이의 말이 거칠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너 지금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졸라가 뭐야, 졸라가? 에밀 졸라가 니 친구야? 예쁘게 말 못해?" 야단치면 한동안 수그러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쩔? 냅둬. 신경 끄삼" 짜증스럽게 되받아 치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딸 아이 또래 친구들도 다 그런 식이었습니다. 중학생의 언어체계는 '말끝마다 욕이 아니라, 욕 끝에 어쩌다 말'이라더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맞벌이하느라 아이의 변화를 세심하게 살필 여유가 없었던 저는 무방비상태로 딸의 사춘기를 맞이했습니다. 누가 나에게 사춘기 아이들, 특히 중학교 2학년생을 조심하라고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대비를 했을 텐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속수무책으로 연신 카운터 펀치를 맞느라 한동안 그로키 상태였습니다.
'품안의 자식이라더니, 옛말이 하나도 틀린데가 없다'고 한탄하기 바빴습니다. 어릴 적 재롱 부린 값을 받아내기라도 하려는 듯 사춘기 아이는 부모의 눈물을 쏙 빼놓기 시작했습니다. 모 드라마에서 성동일 씨가 읊조리던 대사처럼 ‘지랄이 풍년'인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아이의 불손한 태도와 거친 말에 상처받아 울고, 학교 상담실에 불려갔다 나오면서 자존심 상해 울고, 아이를 야단친 후 속상해서 울고, 자식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내 인생이 실패작인 것 같아 눈이 붓도록 울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저를 딱 죽고 싶게 만들었던 지독한 '사춘기 지랄'도 그 총량이 다했는지 드디어 끝날 때가 오더라는 겁니다. 꼬박 3년간 저를 바닥까지 낮아지게 만들었던 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상냥하고 애교 많은 딸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어둡고 불안했던 사춘기 터널을 이제 막 빠져 나오고 보니 그때는 미처 몰랐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아이들 표현대로 ‘개고생’ 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사춘기 아이와 부모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