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켈 교수의 혁신적 교육 제안 <침묵으로 가르치기>
선생님이 침묵하면 학생이 스스로 경험하고 배운다!
존 듀이의 교육 이념을 실천한
교육계의 조용한 혁명가, 핀켈교수의 혁신적 교육 제안
학교 현장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말로 가르치기'가 단호하게 '틀린 방법'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에버그린 주립대학에서 오랜 기간 연구하고 가르친 핀켈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가 쓴 책, 『침묵으로 가르치기』를 읽었다.
그동안 우리는 유창한 말솜씨로 학생들에게 열강을 하는 교사를 '유능한 교사'로 여겨왔었는데 그 고정관념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1타 강사, 몇십억 연봉을 받는 학원가의 유명 강사들은 시험 잘 보는 요령을 '유창한 언변'으로 기억하기 쉽게 가르친다. 또한 청중을 몰고 다니는 달변의 자기 계발 강사들도 많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나서도 그들에게 '진정한 배움'을 얻었고, 그들이 '위대한 스승'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저자는 '침묵으로 가르치기'의 개념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침묵으로 가르칠 수 있는 7가지 구체적 방법을 현장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배움'의 정의와 목표가 우리나라 학교 현장의 입시 중심 현실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었다.
핀켈교수가 설명하는『침묵으로 가르치기』의 7가지 방식은 이렇다.
1. 책이 말하게 하라: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좋은 책을 활용하라
2. 수업 시간에 학생이 말하게 하라
3. 교사와 학생이 함께 탐구하라
4. 친숙한 글쓰기로 말하라
5. 학습을 일으키는 경험을 설계하라
6. 정치적 경험을 하라
7. 동료 교사와 협력수업을 하라.
'책이 말하게 하라'의 예시로 보여준 호머의 <일리아드>로 진행되는 학생들의 고전 문학 독서토론 수업은 부러운 장면이었다. <침묵으로 가르치기>의 일환으로 토론 수업에서 교사는 모든 권력을 학생들에게 이양하되 교사로서의 권위는 유지하면서 학생들의 주도성을 살려주는 방식의 수업을 진행한다. 매우 신선했다. 교사가 침묵할수록 학생들의 토론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논제 발제부터 진행 전반에 걸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토론 수업이 우리나라 학교 현장에서도 이루어지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지극히 이상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핀켈교수는 자신의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지나온 삶을 돌이켜 오래도록 중요한 영향을 미친 배움의 순간이나 사건을 적어볼' 것을 요청한다. 이런 질문을 제시한 이유는 오직 하나라고 한다. 소중한 배움의 경험을 얻는 순간에 의외로 '선생님'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교직'을 지원하는 학생들 중 일부는 그 사실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설령 교사나 교사와 유사한 인물이 배움의 순간에 역할을 했더라도 열정적으로 '말하는' 방식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핀켈교수는 이야기한다. (p.31)
핀켈 교수는 책 집필 목적이 교육을 개혁하려는 것이 아니라 교육에 몸담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관해 생산적인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고 명확히 밝힌다.
『침묵으로 가르치기』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말하는 대신, '학생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교수 방법에 대해 현장 적용을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나 부모라면 꼭 한번 읽어야 할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