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1877~1962)는 독일 남부에서 선교사 가정의 아들로 태어났다. 신학을 공부하다가 엄격한 규율을 견디지 못해 신학교를 떠난 후, 시계공과 서점원 등을 거치며 치열하게 작가의 길을 개척한 인물이다. 우리에게는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라는 문장으로 유명한 <데미안>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85세라는 긴 생애 동안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동양과 서양의 사상을 통합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던 그는, 평생에 걸쳐 인간의 이중성과 자아 성찰이라는 주제를 탐구했다. 이러한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4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싯다르타>는 헤세가 40대 중반이었던 1922년에 발표된 대표작으로, 불교의 창시자와 동명이인인 주인공 싯다르타가 고정된 가르침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영혼의 자서전'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데미안>에서 보여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라는 주제가 인도 철학이라는 옷을 입고 더욱 깊고 넓게 확장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데미안>이 소년 싱클레어가 알을 깨고 나오는 치열한 투쟁을 그렸다면, <싯다르타>는 그 이후의 삶까지 포함하여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에 이르는 한 인간의 전 생애적 깨달음을 완성한다.
소설은 인도의 지배계급인 바라문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 싯다르타가 지식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영혼의 갈증을 느끼며 출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고행하는 사문이 되어 스스로를 절제하기도 하고, 부처인 고타마를 직접 만나 그의 가르침을 경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타인의 말로는 진리에 도달할 수 없음을 깨닫고 홀로 길을 떠난다. 이후 세속으로 내려가 카말라와 사랑을 나누고 큰 부를 쌓으며 쾌락에 빠지기도 하나, 그 끝에 남은 지독한 허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의 문턱까지 이른다. 비로소 강가에서 뱃사공 바주데바를 만난 그는 흐르는 강물을 통해 과거와 미래, 선과 악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합일의 진리를 깨닫고 마침내 진정한 평온에 도달한다.
'진리는 말로 가르칠 수 없으며, 오직 스스로의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 메시지이다. 지식은 타인에게 전달될 수 있지만, 삶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는 고통과 환희를 온몸으로 겪어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전유물임을 역설한다. 또한 세상의 모든 대립적인 것들이 결국 하나의 원 안에 존재한다는 일원론적 세계관을 제시한다.
책을 읽다 보면 현재 겪고 있는 방황과 시행착오가 성장의 필수적인 과정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싯다르타가 거쳐온 세속의 타락이 결국 깨달음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듯이, 지금 당장 무의미해 보이는 고통이나 방황 역시 우리 자신의 존재를 완성해가는 소중한 여정임을 신뢰하게 된다.
인생의 방향을 잃고 고민하는 청춘이나, 사회가 정해놓은 정답에 맞추어 사느라 정작 자신의 내면을 돌보지 못한 성인들에게 추천한다. 삶의 커다란 굴곡 앞에서 존재의 의미를 묻고 있는 이들에게도 <싯다르타>는 <데미안>이 주었던 전율 그 이상의 깊은 울림과 명쾌한 위로를 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