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을 탄생시킨 얼룩진 괴물 예술가를 바라보는 방식

클레어 데더러의 <괴물들: 숭배와 혐오, 우리 모두의 딜레마>

2023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예술계와 독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클레어 데더러의 <괴물들: 숭배와 혐오, 우리 모두의 딜레마>는 우리가 사랑하는 예술 작품을 만든 예술가가 도덕적으로 끔찍한 범죄나 행동을 저질렀을 때, 그 작품을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비평 에세이다.


미국의 도서 평론가이자 프리랜서 기자인 데더러는 이 책에서 우디 앨런, 피카소, 마이클 잭슨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 예술가 20여 명의 사례를 언급한다. 저자는 화려한 업적 뒤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을 대면하게 하며, 매일같이 갱신되는 괴물들의 명단 앞에서 수용자가 느끼는 고통과 부채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2006년 타라나 버크에 의해 시작되어 2017년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을 기점으로 전 세계를 휩쓴 미투 운동의 물결은 대한민국 문화 예술계에도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거장으로 추앙받던 영화감독, 원로 시인, 유명 연출가들이 지위를 악용한 성폭력 논란에 휩싸이며 한순간에 몰락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들에게서 받았던 예술적 감흥은 거대한 배신감과 사회적 지탄으로 뒤바뀌곤 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위대한 걸작을 탄생시킨 괴물 예술가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나 역시 예술 작품을 사랑하다가도 작가가 인격적, 도덕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거나 타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다면, 그 작품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단호하게 외면하는 쪽을 택해왔다. 사람과 예술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데더러는 단순히 가해자들을 비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적으로 천재라는 이름이 어떻게 남성 예술가들의 폭력에 면죄부를 주었는지, 반면 여성 예술가들에게는 가정에 대한 돌봄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이유로 얼마나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는지 날카롭게 분석한다. 특히 조니 미첼이나 실비아 플라스가 아이 양육을 포기하거나 가정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괴물의 반열에 오르는 사회의 이중 잣대를 지적하는 대목은 내가 세운 윤리적 기준을 다시금 정교하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결국 데더러가 말하고자하는 결론은 우리가 예술과 예술가를 완벽하게 분리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작품에서 느끼는 황홀경과 예술가의 행태에서 오는 역겨움을 동시에 품은 채, 그 팽팽한 긴장감을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 현대 수용자의 숙명이라는 입장이다. 이 책은 좋아하는 작가의 소식에 밤잠을 설쳐본 경험이 있거나 예술적 감동과 윤리적 가치 사이에서 길을 잃고 고뇌해 본 이들에게 정답 대신 정직한 응시를 제안한다. 그런 의미에서 괴물이 된 예술가들을 비난하는 기록인 동시에, 그들을 너무나 사랑했기에 단호히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우리 자신을 긍정하는 일종의 고백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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