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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다음 세대를 위한 더 나은 세상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는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가 쓴 책의 제목입니다. UN 행복지수 조사에서 2012년,2013년 연속 세계 1위를 한 덴마크를 세 차례 방문해 약 300명의 덴마크인들을 만나 행복사회의 비결을 취재 정리한 책입니다. '요즘 걱정거리가 있다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고도 딱히 뭐라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 반면 '당신은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엔 머뭇거림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나라가 덴마크라고 합니다. 덴마크의 직장, 학교, 사회 전반을 취재한 후 행복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비결을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이라는 6개의 키워드로 추출하여 설명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와 달라도 너무 달라 딴 세상 이야기처럼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사회가 가능하지? 어떻게 하면 국민과 정부가 이토록 서로를 신뢰하고 이웃과 연대하는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지? 동시대 같은 지구상에 살면서 이렇게 삶이 달라도 되는 거야? ' 처음에는 부러움을 넘어 속이 상했습니다. 특히 덴마크의 학교와 교육 관련 내용을 읽을 때는 지독한 경쟁 구도의 입시 지옥에서 오늘도 좌절하고 절망하는 한국 아이들의 현실과 대비되어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민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덴마크의 교육은 이렇습니다. 덴마크의 초등, 중학교는 9학년제인데 7학년까지는 점수를 매기는 시험이 없습니다. 등수도 없고 공부를 잘한다고 특별히 상을 주는 일도 없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여러 가지 능력 중 하나일 뿐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교사의 애정이 골고루 나뉘어 모든 아이가 저마다의 장점을 칭찬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마음 편하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색할 수 있고, 각자 자존감을 갖고 스스로 선택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고 합니다. 덴마크의 학생들은 고등학교 진학 전에 1년간 '인생학교'에 간다고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를 스스로 점검한다고 합니다. 일종의 '일시정지' 기간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와 '생각할 시간'이 주어진다고 합니다. 대학을 진학할지, 어떤 직업을 가질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사회가 배려하고 기다려주는 모습이 덴마크 사회를 행복한 사람들로 채워가는 비결 중의 하나로 보였습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문제를 생각하면 선뜻 '예스'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덴마크도 본래부터 지금처럼 행복한 사회가 아니었고 100년 전만 해도 독일과 영국으로부터 침략당하고 짓눌린 열등 국민이었다고 합니다. 덴마크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룬트비'로부터 시작된 혁신과 시민운동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덴마크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행복하려거든 사랑하라' 외치며 '나'로부터 시작하는 변화를 강조했던 위대한 리더가 오늘날 덴마크 행복사회의 초석을 다져 놓았습니다. 덴마크가 행복사회가 되는데 100년이 걸렸다고 하니 한편으론 우리에겐 요원한 이야기로 들릴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른 시간 안에 산업화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입니다. 물론 그로 인한 부작용이 지금 사회 곳곳에서 처절하게 드러나고 있긴 하지만, 그 저력으로 이제는 우리의 행복지수를 고민하고 물질 가치에서 정신 가치로 이양해야 하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얼마 전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챈 프리실라 부부가 딸이 태어난 것을 기념해 쓴 편지에서 자신들의 페이스북 지분 99%, 우리 돈 약 52조 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라는 유한책임회사 설립을 통해 사회로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혀 화제가 되었습니다. 딸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지금 자신들이 사는 세상보다 나은 세상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세상을 만드는 일에 의미 있게 사용하겠다고 말해 감동을 주었습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확실히 책은 제목을 잘 지어야 합니다. 제목이 중요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자꾸만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질문이었습니다. 자꾸 묻다 보니 '아, 우리도 행복하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내가 무엇을 해야 되지?'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어느새 12월입니다. 내년에는 올 해보다 더 살만한 세상, 더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달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안한 휴일 되십시오.


이상 신은하의 일요 편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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