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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10대의 부모로 산다는 것

사춘기 부모로 살아남기

대한민국에서 10대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OECD 국가 중 높은 청소년 자살률과 최하위권 행복지수가 말해주듯이 우리 청소년들을 둘러싼 환경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비인간적입니다. 어른들과 매스컴의 책임이 큽니다. 외모지상주의, 학벌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가 우리 아이들까지 사로잡고 있습니다. 연예인처럼 되기 위해 성형과 다이어트를 하고, 명문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와 삼수, N 수를 불사합니다. 2013년에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가 초중고생 2만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내용 중 '10억을 준다면 1년간 감옥에 갈 수도 있다?'에 '그렇다'라고 대답한 고등학생이 36퍼센트, 중학생이 27퍼센트, 초등학생이 19퍼센트였다고 합니다. 돈이 인생의 목표와 최고의 가치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TV와 인터넷은 연일 몸짱 연예인과 성형에 성공한 연예인의 Before와 After를 보여주고, 드라마는 능력 있고 화려한 재벌 2세와 사랑에 골인하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끝없이 변주하며 돈이 많아야 성공한 인생임을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그런 사회와 문화 속에서 요즘 청소년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지는 짐작이 갑니다.


부모든 교사든 청소년을 이해하려면 이 시대 그들의 최대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자면 청소년의 관심사를 '세 가지 이응(ㅇ)'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남자아이들의 관심사 3ㅇ는 동, 라인게임, 동입니다. 반면 여자 아이들의 관심사 3ㅇ은 모, 예인, 정입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통계학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특성과 관심사를 이해할 때 자녀와 대화하는 것도, 자녀를 코칭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주된 관심사를 건전한 방향으로 발산하고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입니다.


얼마 전 만난 한 여성도 중학생 딸 아이가 화장하고 머리 단장하느라 학교에 지각하고, 하라는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기 바쁘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친구들과 두세 시간씩 통화하는 아이가 부모와는 말을 하지 않으려 하고, 중학생인데 벌써부터 쌍꺼풀 수술해 달라고 조르고 있어 기가 막힌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야단도 쳐보고, 달래도 보고, 마음을 열어보려고 노력했으나 쉽지 않다는 말을 하며 금세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10대 자녀의 부모로 산다는 것은 그래서 더 어려운 일입니다. 부모와 사회가 아이들을 그렇게 행동하도록 몰아가 놓고, 이제 와서 너희들 대체 왜 그러냐고 야단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이 은연 중에 했던 말에서, TV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뉴스 속 사건사고들 속에서 아이들은 이미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차려 버렸습니다. 어른들이 먼저 달라져야 아이들이 달라집니다. 말이 아닌 삶으로 보여줘야 아이들이 어른을 존경하게 됩니다. 사춘기는 호르몬 작용에 의한 신체변화와 감정 변화로 하루에도 열두 번씩 변덕을 부리는 변화무쌍한 시기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부모들은 아이들보다 더 현명해야 합니다.


'10대의 부모로 산다는 것'의 공동저자인 '칸노 준'씨는 부모가 사춘기 아이와의 갈등 상황을 잘 넘기는 방법으로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기' '아이를 떠 받들지 않기' '어른으로 대하기' 같은 세 가지를 명심하면 심각한 상황으로 번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또한 '반항기 아이의 태도를 바꾸고 싶다면 아이를 다른 나라에서 온 유학생 대하듯 해보라'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다른 문화 속에 살고 이는 외국인이니 말이 통하지 않고 생각이 다르더라도 이해하고 참아주면 언젠간 서로의 문화에 익숙해지듯 사춘기 아이도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에서 10대로 산다는 것도, 10대의 부모로 산다는 것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쉽지 않기에 더 지혜를 모아야 하고,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사춘기 자녀와 씨름하고 있는 모든 부모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파이팅을 보냅니다. 힘내세요!


이상 신은하의 월요편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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