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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만송이 Jul 18. 2023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 윤정은>





과거의 불행으로 과거의 감정으로


나를 잃지 마세요.


모든 감정은 그리고 모든 기억은


결국 나를 위해 있는 것들입니다.


그 감정으로


그 기억 덕에


어쩌면 우리는 지금의 행복을 느끼고 있는지도 몰라요.






이 책은 가족을 잃은 그녀가 그녀의 가족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 대한 책이다. 행복한 감정만을 느끼는 어느 마을, 봄과 가을만 있는 그 마을에서 자신의 힘을 모르고 살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자기의 힘을 알게 되고 자신의 힘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자신의 능력으로 가족들을 잃게 된다. 늙지도 않은 채 수백만 번을 새로 태어나며 가족들을 수 세기 동안 찾아 나서지만 찾지 못한 그녀는, 마지막으로 정착한 메리골드라는 마을에서 마음 세탁소를 열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적은 책이다. 누구나 안고 살아가는 마음의 짐을 마음의 얼룩을 지워주며 말이다. 그녀의 붉은 꽃잎이 휘날리면 힘든 사람들도 기운을 얻고 그녀의 따듯한 차 한 잔에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지만 정작 그녀는 자신을 위로하는 법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좋은 사람들이 생기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생기면서 그녀도 알아간다. 자신이 잊고 살았던 것이 뭔지 말이다.







눈 떠지니까 뜨는 거고, 사니까 살아지는 거야.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의 마른 몸을 신경 쓰며 끊임없이 김밥을 만들어 주던 분식집 아줌마, 이별한 사랑을 잊지 못해 힘들어하던 연희, 어릴 때 잊고 싶었던 외로움을 안고 끊임없이 감독이 되기를 꿈꿔왔지만 결국 실패한 재하. 그런 재하를 어렵게 키워낸 연자씨, 파워 인플루언서지만 돈밖에 모르는 사람들에 쌓여 자신을 잃어가던 은별이, 학교폭력에 시들어가고 잘난 부모님과 형 밑에서 점점 낙오자가 되어 가는 느낌이 들어 결국 집을 나온 영희삼촌까지.



어떻게 보면 우리가 한 번쯤은 겪었거나 알고 있는 그런 사람들 이야기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가족이 돈독하기만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며 사랑을 한다고 항상 행복한 것도 아니다. 그들에게 행복이란 그저 지나가는 것이고 그 행복을 따라오는 것은 언제나 불행이고 그리움이고 연민이었다. 힘들더라도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이라지만 버티기만 하는 삶은 언제나 힘들기 마련이다.







자기 얼룩을 인정한 순간,
더 이상 얼룩이 얼룩이 아니라 마음의 나이테가 되듯이 말이야.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하지만 결국 그들은 자기의 감정을 그리고 그때의 기억을 돌아보며 다시 행복을 느끼게 된다. 물론 주인공의 마술 같은 힘으로 잊게 되기도 하고 적당히 희석되어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이들은 자신의 아픔과 마주했다. 그리고 그 아픔을 잊게 해주는 것은 결국 그 과거의 망상에서 벗어나는 자신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행복이었다. 그때를 인정하는 것. 그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그때의 나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 나의 잘못도 어떨 때는 너의 잘못도 아닌 그저 흘러가는 상황일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마저 다 이해가 되는 순간, 마음은 나이테가 된다. 나를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흔적들이 되는 것이다.







마법은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이야.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흔적이 된 나의 마음에 새로운 행복이 다가오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지금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이유이지 않을까? 행복은 현재에 있을 때 더 값진 법이니까. 과거의 기억도 미래에 다가올 상황보다도 지금 현재. 지금 이 순간. 행복이 가장 강력하다. 버티는 삶이더라도 오늘의 행복을 느끼게 된다면 마냥 힘들지도 마냥 어렵지도 않은 인생이지 않을까?



결국 그녀도 행복을 찾는다. 위로만 했지 자신의 행복은 느껴 본 적이 없던 그리고 행복을 느끼고 싶지 않아 피해 다녔던 그녀도 결국 현재의 행복으로 자신을 위로하는 법을 알게 된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생기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서 그녀에게 스스로 내렸던 벌 같은 마술이 사라지게 된다. 메리골드 "금잔화"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고 했던가. 어쩌면 저자는 지금의 불행을, 과거의 불행을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행복이 올 거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참 사는 게 팍팍하다. 코로나의 흔적을 아직 완벽히 없애지도 못했고 뉴스는 안 좋은 소식들로 가득하다. 취업이라는 것은 그들만의 리그가 되었고 각종 SNS는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로 넘쳐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그래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팍팍하지만 웃으면서 살아간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지 않을까. 아이의 웃음도, 남편의 장난도, 모두 잠드는 시간이 쓰는 글도 서투르지만 열심히 배우고 있는 커피도 어떻게 보면 모두 행복한 순간이다.



과거의 불행도 결국 현재의 내가 만들어지는 부분들이니 너무 힘들어하지도 말고 너무 괴로워하지도 말고, 그 얼룩을 인정하고 지금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이지 않을까.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 책이다. 따뜻함을 느끼고 싶다면 행복을 느끼고 싶다면 읽기 좋은 책.



오늘은 행복한 하루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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