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표정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한 것이었다. 모든 것을 달관한 눈빛과 동시에 잔뜩 겁이 먹은 것 같은 눈망울. 어느 누구도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것임은 분명하거니와 그녀의 작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표정이었다. 친절함을 보여줄 때는 어린아이와 같은 미소로, 때로는 한없이 센 고집으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말문이 턱턱 막히게 하는 그런 압도적인 모습은 단순히 당당한 태도라고 표현하기엔 한없이 부족하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그런데 어쩌라고?' 이런 당당함을 가장한 뻔뻔함이라기보다 오히려 본인이 이런 사람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인정하기에 가능했을 거라고 감히 짐작해본다. 그래서인지 인터뷰나 영화에서 그녀의 모습은 일관적인 평온함과 강인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매일 자신을 속이는 게 더 쉬운 일이 되어버린 삶에 나를 "인정" 한다는 건 거짓말보다 어려운 일이다. 남들 눈치 보느라 스스로 옥죄고 억울해하고 미워하면서도 그런 사람이 아닌 것처럼, 무조건 선한 사람의 모양으로 만들어야 했던 말도 안 되는 표정들은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나 스스로가 되는 것. 구차해 보이고 지질하지만 그것까지 인정하는 것.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더 인정하는 것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표정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