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거저먹는 줄 알아?"
라고 하지만 사실 나이는 거저먹는다.
사실 이처럼 쉬운 게 없다. 아무런 노력 없이 대가 없이 지구가 돌고 태양이 돌고, 나의 의지와는 일말의 상관없이 먹는 거다.
심지어 공평하기까지 하다. 선택적으로 누군가에게 더하거나 빼거나 하지 않고 온 인류에게 이렇게 동시 다발적으로 주어지는 것들이 나이 외에 또 뭐가 있을까? 찾기 쉽지 않다.
거저먹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종종 착각한다.
나이와 성숙의 인과관계를, 나이에 맞는 경험의 풍부함들에 대해.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지혜로워진다거나, 어떤 이치를 점점 깨닫게 될 거라고.
일을 더 잘하게 되고 눈치가 빠르게 되고 성장을 하게 되고 돈을 많이 벌게 되고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어떤 면에서 조금이라도 나아진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고.
그렇지 않다는 걸 여전히 허둥대고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았음에 매일 저녁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거였구나..." 한다.
단순히 해가 바뀌었다고 해서 30대에 몰랐던 것을 하루아침에 알아차리지도 못할 뿐더러 바뀌고자 하는 의지가 갑자기 생기지도 않는다.
먼저 의식하지 않으면, 그대로 멈추는 것 또한 자유의지이다.
주변에서 기대하는 나이에 맞는 행동, 태도, 암묵적, 보편적 기대들을 모른척하고 싶다면 겉나이는 달라지지만 속나이는 그대로 멈출 수 있다.
깨달아야 한다. 행동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 있다고 센스 있는 일머리, 의미 있는 조언이 나오지 않는다. 어디서든 뭐라도 주워들은 게 있어야 풍월도 읊을 수도 있다. 심지어 저런 사람이 되지 않아야지 하는 각오도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서 보고 겪어야 한다.
혼자 있기에 너무 편한 시절이다.
그래도 나중에 좀 더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는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 나이 거저먹은 게 아니라 뻗대고 싶어서
올해는 조금 더 시간을 기꺼이 내주기로 한다.
에너지를 기꺼이 써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