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번의 성장, 롱블랙
바야흐로 ‘콘텐츠 구독’의 시대입니다. 몇 개의 방송사와 언론이 독점하던 콘텐츠는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수십, 수만 개의 모바일 화면으로 전송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고정 지출비에서 유료 콘텐츠 구독료를 빼놓을 수 없게 되었고, 아침에 눈을 떠서 잠이 들기 직전까지 우리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독 콘텐츠의 인기가 과열될수록 뒤따라오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구독하는 콘텐츠에 비해 실제로 읽고 보고 즐기는 콘텐츠의 양은 적기 때문이죠. 이유가 무엇일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롱블랙’은 다음과 같은 물음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콘텐츠 공급 과잉인 시대에 콘텐츠의 공급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읽는 습관’이 아닐까?” 이 질문은 롱블랙만의 넛지(nudge)로 작용하여 24시간 동안만 읽을 수 있는 독특한 콘셉트가 되었습니다. 운동이나 다이어트처럼 매일 하는 습관이 중요하듯 아무리 ‘내돈내산’ 콘텐츠라 하더라도 일종의 강제성을 부여한 것이죠?
런칭 초기부터 화제가 된 이러한 콘셉트는 실제로 읽기 습관 형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롱블랙에 따르면 롱블랙 노트가 발행될 때마다 전체 회원의 평균 55%가 열람하며, 롱블랙 회원의 월평균 방문 횟수는 16일에 달합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롱블랙 회원의 85%가 평균 8800자 길이의 노트를 완독 하며 긴 글에 대한 거부감도 크지 않습니다. 무엇이 롱블랙의 콘텐츠를 계속해서 소비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롱블랙의 콘텐츠는 하루에 단 하나의 콘텐츠만 발행합니다. 심지어 하루가 지나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읽을 수 있죠. 그럼에도 롱블랙의 회원들은 이러한 장치가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PUSH 역할을 한다고 평합니다. 이는 콘텐츠에 대한 높은 신뢰도와 만족감에서 비롯된 것이죠. 이러한 롱블랙 콘텐츠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롱블랙은 지금을 ‘감각의 시대’라고 정의합니다. 자본이나 기술이 비즈니스를 좌우하던 시대가 있었다면 지금은 남다른 감각으로 ‘한 끗 차이’를 내놓은 이들이 앞서 나간다고 주장하죠. 그에 따라 롱블랙은 감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감지(sensing) : 감각 있는 이들은 작은 차이를 알아채고, 그 차이에 주목합니다.
발견(discovery) : 차이를 탐색한 결과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즐기는지 찾아냅니다.
제안(proposal) : 이를 통해 시장이 원하는 것을 예측하고 기획해낼 수 있습니다.
감각을 쌓기 위해선 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롱블랙은 다양한 비즈니스 사례를 분석합니다. 패션, 문화콘텐츠, 요식업 등 라이프 스타일에 연계된 장르를 다루면서 산업 분석과 전략까지 파고들죠. 노트 하나를 읽고 나면 그 브랜드를 몰랐던 사람도 애정을 느낄 정도로 고퀄리티 전략을 사용합니다. 이는 롱블랙의 콘텐츠를 ‘패션지보다 분석적이면서 경제지보다 트렌디하게’ 만들고자 하는 롱블랙팀의 정성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롱블랙의 가장 큰 특징인 ‘가독성’는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8000자가 넘는 긴 글을 피로도를 느끼지 않고 읽기 위해선 무엇보다 필요한 요소죠. 그래서 롱블랙의 글은 쉽게 읽힙니다.
우선 후킹 되는 제목을 클릭하면 롱블랙 프렌즈 L, B, C, K가 오늘의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각 프렌즈를 대표하는 네 가지 색깔까지 있어 특징에 맞는 콘텐츠를 읽는 재미도 있습니다. 본문은 여러 개의 Chapter로 나눠집니다. 주로 브랜드 창업자의 스토리로 시작하죠. 창업자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의 브랜드를 창업하게 된 계기,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과 현재가 차근차근 진행됩니다. 글을 읽다 보면 오른쪽에 보라색 스크롤바가 보입니다. 전체 글을 어느 정도 읽었는지를 보여주는데 이마저도 감각적인 색이 돋보입니다. 콘텐츠는 프렌즈가 요약한 글과 주제에 맞는 질문으로 마무리됩니다. 마지막까지 여운을 주는 포인트죠. 이렇게 모든 콘텐츠를 읽고 나면 긴 글을 다 읽었다는 뿌듯함과 함께 브랜드에 대한 나만의 ‘관점’까지 얻게 됩니다.
롱블랙의 또 다른 특징은 ‘사진이 적고 작다’는 것입니다. 시각적인 부분을 고려해 화면을 덮을만한 큰 사진으로 도배하는 기존의 콘텐츠들과는 차이점이 있죠. 때문에 관련된 피드백을 많이 받기도 하지만 임미진 대표는 이렇게 답합니다. “사진이 자주 나오는 콘텐츠를 볼 때마다 ‘방해 요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이 끊기는 느낌이 있죠. 그래서 사진을 한쪽 귀퉁이에만 넣고 여백을 이어가게 해서 징검다리처럼 글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했어요. 양도 많지 않아요. 사진과 그래픽을 넣을 땐 이게 정보로서 꼭 필요한지를 따져요.” ‘가독성’을 중시하는 롱블랙의 콘텐츠는 같은 글을 여러 명의 에디터들이 읽어보고 실험한 결과라고 합니다.
롱블랙의 또 다른 재미는 ‘슬랙(협업 전문 서비스)’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입니다. 앞서 말했던 글 하단의 ‘질문’을 이곳에서 나눌 수 있습니다. 약 3천 명이 접속해있는 롱블랙 슬랙에는 또 다른 콘텐츠들이 쌓입니다. 콘텐츠를 읽고 보고 즐긴 회원들 간의 활발한 소통이죠. 슬랙에는 회원들의 다양한 리뷰가 쌓입니다. 노트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인터뷰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때로는 날카로운 피드백도 올라오죠. 롱블랙팀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합니다.
또한 롱블랙 콘텐츠에는 ‘만족도 지수’가 있습니다. 회원들이 개별 콘텐츠에 5점 만점의 점수를 매길 수 있죠. 이 지수를 통해 롱블랙팀은 콘텐츠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반응을 수집합니다. 서비스 초창기에는 평균 점수를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반응을 반영해 지금은 물음표가 떠있습니다. 다른 회원들의 별점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나만의 평점을 매길 수 있는 장치죠.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으며 함께 소통합니다.
매월 일정금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존의 구독 콘텐츠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기에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는 매달 내는 구독료가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를 판단하게 하는 기로에 서게 하죠. 오늘날의 포화된 콘텐츠 시장에서 롱블랙의 ‘하루 단 하나의 콘텐츠’ 전략은 이를 예방합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고르는데서 오는 선택장애까지 사전에 차단하죠. ‘지금 읽지 않으면 내일은 못 읽어!’라는 생각은 콘텐츠를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이용하게 만듭니다. 홈페이지 체류시간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콘텐츠 오픈률까지 달성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전략이죠. 소비자 입장에서도 매월 4,900원의 구독료가 아깝지 않습니다.
철학자 드라이퍼스 (Hubert L. Dreyfus)의 저서 'Mind Over Machine'의 도입부에는 '기술 습득의 5단계 모델'이 나옵니다. 일명 드라이퍼스 모델로 초급자(Novice), 고급입문자(Advanced Beginner), 능숙자(Competent), 숙련자(Proficient) 그리고 전문가(Expert)로 분류되죠. 이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유형이 ‘고급입문자’입니다. 이들은 이제 막 직장에 적응하기 시작하는 단계로 찾아보는 정보량은 많지만 전체를 보는 큰 그림에는 약합니다. 이들이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선 자신만의 관점, 즉 기획력이 필요합니다. 롱블랙은 이런 분들에게 가장 앞선 트렌드와 차별화된 감각을 선사하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고퀄리티 콘텐츠는 바로 이런 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롱블랙 슬랙 커뮤티니에는 가끔씩 ‘이 좋은 콘텐츠 주변에 공유해도 되나요?’라는 질문이 올라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그럼요, 무로료 볼 수 있는 링크까지 있으니 함께 공유해주세요!’입니다. 실제로 롱블랙 콘텐츠 하단엔 하루 동안 무료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링크를 제공합니다. 친절하게 팝업까지 띄우면서 말이죠. 유료콘텐츠임에도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일 것입니다. 기존의 유료회원들은 이미 롱블랙 콘텐츠에 만족을 했기에 구독료를 지불했지만, 무료로 제공되는 콘텐츠를 본 사용자들은 아직 아닙니다. 이 하나의 노트로 ‘월 4,900원짜리의 또 다른 구독 콘텐츠’를 소비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죠. 그렇기에 롱블랙은 무료 공유 전략은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냄과 동시에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또 다른 마케팅 수단이 됩니다. 롱블랙팀도 예비 회원들도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식이죠!
롱블랙을 141일째 이용 중인 저에게 롱블랙은 ‘감동을 선사하는 콘텐츠’입니다. 보통 브랜드나 유행하는 아이템을 설명하는 콘텐츠에는 ‘사실’과 ‘팩트’는 있지만 감동은 없습니다. 소비자들은 필요한 정보만 취한 후 다시 다음 콘텐츠를 물색하죠. 하지만 롱블랙 콘텐츠는 읽고 나면 언제나 여운이 남습니다. 이유는 하나의 브랜드를 창업한 창업자들의 이야기 속에 그들의 치열한 고민과 인생 여정이 담겨있기 때문이죠.
실례로 이미소 대표의 ‘감자밭’ 노트를 읽으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습니다. 이미소 대표의 기업가 정신이 모두 아버지에게서 왔다는 스토리는 오직 롱블랙에서만 알 수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죠. 『멘탈이 무기다』 리뷰 노트에서는 시작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도 했습니다. “창의성을 유지하려면 낮은 수준의 좌절이 끝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책의 내용 뒤에 ‘좌절을 두려워하지 마세요’라는 에디터의 한 문장이 제 가슴을 울렸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롱블랙은 하루 한 편, 깊이있는 콘텐츠를 제공함으로 제약 앞에 놓여있는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용기와 힘, 인사이트를 선물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계속해서 롱블랙을 구독하는 이유이자, 롱블랙을 애정하는 이유입니다.
*자료 출처
https://platum.kr/archives/183333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