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레스트 Apr 22. 2022

못생긴 감자, 춘천을 살리다

'감자밭'을 만든 이미소 대표의 스토리

 여러분은 강원도 춘천 하면 어떤 음식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닭갈비를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춘천에 새롭게 떠오른 명물이 있다고 하는데요, 겉은 쫀득쫀득한 반죽에 속은 고소하고 달달한 소로 가득 찬, 감자를 똑 닮은 ‘감자빵’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번 시간엔 감자빵으로 연매출 100억 원을 달성한 21세기형 농부 ‘이미소 대표’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누적 판매 640만 개의 감자빵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천안엔 호두과자, 강릉엔 커피콩빵, 안흥엔 찐빵과 같이 각 지역엔 저마다의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강원도는 감자와 옥수수가 대표적인 특산물임에도 이를 활용한 음식은 없었다고 합니다.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감자빵’이 탄생하기 전까지는요.

감자빵은 감자를 똑 닮은 모양에 맛까지 일품인 강원도 춘천의 로컬 푸드입니다. 이미소 대표의 아버지가 재배하던 12종의 감자를 품은 감자밭에서 탄생했죠. 넓은 땅과 자본을 가지고 있던 금수저의 성공 스토리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입니다. 이미소 대표는 망해가는 감자밭을 살리기 위해 ‘생존’이라는 키워드만 보고 달려온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감자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


 여러 자영업을 전전하던 이미소 대표의 아버지는 엔젤 투자자(angel investment)*였습니다. 그랬던 그가 감자밭의 주인이 된 이유는 마지막으로 투자했던 감자 종자 개발 회사를 통해 감자를 사랑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투자한 회사는 부도가 났지만 모양과 맛이 일품인 감자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2015년 겨울,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던 이미소 대표는 감자 30톤이 쌓여 있는 춘천으로 돌아옵니다. 바로 아버지를 돕기 위해서죠.


*개인 투자자가 벤처 기업에 자금을 대고 대가로 주식을 받는 초기 투자 형태


 처음엔 불만 가득이었던 이미소 대표도 시간이 지날수록 감자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세상엔 3000종이 넘는 감자가 있는데, 왜 우리나라에선 한 종류의 감자만을 고집할까?’ 그때부터 이미소 대표는 감자를 활용한 음식 연구에 박차를 가합니다. 물만 부으면 선식처럼 먹을 수 있는 감자 분말부터, 감자 쉐이크까지. 크라우드펀딩으로 3천만 원의 판매실적도 달성하고 좋은 제의도 받았지만 이미소 대표는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상품의 제조와 유통 과정을 잘 몰랐고, 무엇보다 이 모든 걸 혼자서 하기에는 버겁다고 판단한 것이죠.



200번의 시도 끝에 감자빵을 만들어내다!


 그러던 어느 날 이미소 대표의 눈에 아버지가 감자밭 앞에 매입한 부속건물이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편의점과 같이 농업을 받쳐줄 부업의 개념으로 건물을 활용하려고 했지만, 이미소 대표는 카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마침 청강대 푸드스쿨에서 베이킹을 공부하고 있었고, 이건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감자밭 옆엔 <카페, 감자밭>이 생겼습니다. 이미소 대표는 2년 간 180종의 제빵 메뉴에 도전했습니다. 고구마감자빵, 마늘감자빵, 감자를 넣은 닭갈비 파이 등. 200번이 넘는 시도 끝에 지금의 감자빵이 탄생했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감자의 매력을 몰랐던 것 같아요. 전 사람들이 감자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고구마와 단팥 같은 재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남편과 아빠의 생각은 달랐어요.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방향성을 딱 잡았어요. 감자와 똑같아 보일 것, 감자 맛이 날 것. (롱블랙 인터뷰 중)


 감자빵의 쫀득쫀득한 반죽은 쌀가루와 감자 전분을 활용했습니다. 포슬포슬한 소는 홍감자와 청강, 흰감자를 구운 다음 강낭콩과 섞었습니다. 흙이 묻은 것처럼 보이는 겉모양엔 흑임자 가루를 썼죠. 하루 50개도 팔지 못했던 감자빵은 시간이 지나면서 입소문을 탔고, 출시한 지 두 달 만에 감자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고객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엔 특이하고도 맛있는 감자빵 후기가 속속들이 올라왔고, 2020년엔 현대백화점 팝업 행사에서 일주일 동안만 개가 판매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감자빵이 이토록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감자빵과 감자밭을 일구고 탄생시킨 이미소 대표의 철학에 그 답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전교 꼴찌에서 매출 200억 신화의 CEO가 되기까지


 이미소 대표는 중학교 시절 꼴찌를 도맡아 하던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턱이 기형적으로 나와 안면 비대칭이 심했고, 학교에선 따돌림도 당해 스스로를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죠. 하지만 그런 이미소 대표를 성장시킨 비결엔 아버지의 역할이 컸다고 합니다.



돈보다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아버지


 이미소 대표의 아버지는 “돈보다 시간이 훨씬 중요해. 시도를 해 보고 안 되면 빨리 접어야 해. 그래야 다른 시도를 할 수 있으니까.”라는 말을 자주 해주셨다고 합니다. 덕분에 실패를 해도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었죠. 이미소 대표는 강연을 할 때면 자주 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한국에서는 어떤 일을 끝까지 마무리 짓지 못하면 ‘낙오자, 실패자, F학점’과 같은 낙인을 찍습니다. ‘포기하지 않음’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지금 하고 있는 공부나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도 2년은 채워야지, 일단 졸업은 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버티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미소 대표는 ‘매몰비용’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런 태도가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매몰비용이란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을 한 이후에 발생하는 비용 중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합니다. 여태 투자한 매몰비용이 아까워 버티는 동안 새로운 기회를 놓쳐버린다면 이는 더 큰 손해를 불러옵니다. 따라서 포기는 실패나 낙오가 아닌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라고 이미소 대표는 설명합니다. 때문에 이미소 대표는 선택에 기로에 놓여있을 때, 당장 눈앞에 보이는 마이너스보다는 포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는 모두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죠.


 이미소 대표는 다양한 경험으로 얻은 통찰력이 오히려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서울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아버지의 호출을 받았을 때도 그녀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서울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강원도 춘천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포기’가 지금의 감자밭 신화를 만들어주었죠.



우리만 만들 수 있는 감자빵을 만들자


 이미소 대표의 감자빵에도 시련은 있었습니다. 출시된 지 두 달도 채 안되어 300군데가 넘는 곳에서 <춘천 감자빵>을 따라 만든 감자빵이 출시됐기 때문이죠. 그 열풍이 어느 정도였는지, 감자빵을 만들기 위해 미국산 감자 분말이 동이 날 정도였다고 합니다. 감자 분말에 물을 타면 감자와 비슷한 맛이 납니다. 그러면 이윤을 늘리고 조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 분말 감자를 쓰면 훨씬 이득이겠죠.


 하지만 이미소 대표는 수많은 경쟁자의 등장에도 오히려 ‘우리만의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이미소 대표는 매일 하루 3톤의 감자를 직원들과 직접 깝니다. 물에 삶은 방식이 아닌 굽는 방식으로 감자 본연의 맛을 살리죠. 이런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비단 맛 때문만은 아닙니다. 감자 농가를 살리기 위해 국산 감자를 쓰는 것인데 외국산 분말이 이를 대체하면 안 된다는 자신만의 철학 때문이었죠.


 실제로 이미소 대표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이기도 합니다. 감자빵의 인기로 생산물량이 확대되어 강원도뿐만 아니라 전국 감자 농가에서 감자를 수급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미소 대표의 감자빵은 춘천을 대표하는 명물, 춘천의 로컬 푸드로써 자기매김 할 수 있게 됩니다.




‘주식회사 밭’을 설립하다


 이미소 대표는 감자빵이 출시된 지 1년 8개월 만에 법인을 세웁니다. 이름하여 ‘주식회사 밭’. 남편과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현재는 직원 150명의, 춘천에만 사무실이 세 군데가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회사 이름이 밭인 데는 이유가 있어요. 우리 회사가 세 가지 의미에서 밭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농작물이 자라는 밭,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터전, 자기 마음의 밭. (롱블랙 인터뷰 중)


 실제로 춘천은 기업이 없어서 공무원의 도시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IT 비즈니스나 기획형 비즈니스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인프라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배척을 당하는 것이죠. 이미소 대표는 주식회사 밭을 통해 더욱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합니다. 회사에 기숙사가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주식회사 밭엔 서울에서 온 직원들도 많습니다. 물가도 비싸고 교통 체증도 심한 곳에 살다가 춘천의 여유로움을 경험하곤 계속 춘천에 머물기를 희망한다고 합니다.


 농촌을 살린다고 하면 대부분은 자원봉사나 특정 작물을 사는 식의 비영리적 활동만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소 대표는 사업을 통해서 지역을 살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합니다. 지역의 특징을 활용해 사람들이 좋아할 브랜드를 만들고, 그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일자리까지 생겨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미소 대표는 춘천 감자빵의 다음 스텝으로 양구 사과밭강릉 콩밭을 오픈할 계획입니다. 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테마에 맞춰 매장을 여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죠. 이뿐만 아닙니다.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오렌지 밭’을 필리핀에서는 ‘바나나밭’까지 생각 중입니다. 지역을 살리고자 하는 이미소 대표의 열정 덕분인지 2021년엔 ‘대한민국 관광 공모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시작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이미소 대표는 2021년 11월에 감자밭 스토리를 담은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출판사의 책 소개에 따르면 ‘타성에 길들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모든 이를 위한 책’입니다. 저 또한 수도권에서의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귀촌을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성 없는 얘기라며 손사래를 치죠. 하지만 이미소 대표라면 이렇게 얘기해 줄 것 같습니다.


‘남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고민하기보단 정말 나다운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그것이 분명해진다면 지나간 시간에 매여 버티지 말고 당장 도전하세요. 어쩌면 새로운 기회가 당신에게 찾아올지 몰라요.’


 이미소 대표의 책에 적힌 추천사를 소개하는 것으로 이미소 대표의 감자밭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감자밭’보다 나는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브랜드 컨설턴트, 히노컨설팅 대표 노희영


“’언젠가 할 거야’ 하고 미루는 예비 창업자가 이 책을 본다면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브랜드 심리학자, 세종대 경영학과 부교수 김지헌


“'천 번의 생각보다 한 번의 실천이 비결’이라는 말의 힘을 보여준 이미소 대표. 생각이 많아서 실천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 걸음 내딛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
베이커리 경영·제품 컨설턴트, 셰프 홍상기




*자료 출처


BELOCAL http://www.belocal.kr/news/articleView.html?idxno=881769

롱블랙 https://www.longblack.co/note/182

NEWS CULTURE http://www.newsculture.press/news/articleView.html?idxno=508412

Harper’s BAZAAR https://www.harpersbazaar.co.kr/article/65489

매거진 한경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204083337b

엠뚜루마뚜루 [강연주문받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yIQNwIBmOE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이 지나면 사라지는 ‘구독 서비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