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 부러워 미칠 것 같을 때

열등감과 질투심 앞에서 용기를 내는 법

by 문사모

스테이크를 사달라는

말 한마디


몇 해 전, 도움을 받은 친구에게 “내가 한 턱 쏠게!”라고 말한 적이 있다. 분당에 살며 고액의 취미 생활을 가진 그 친구는 감사하다며 나에게 스테이크를 사달라고 말했다. 장난인지 진담인지 구분을 못한 이유는 그 친구라면 스테이크를 써는 게 일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나는 작은 스타트업 회사에 다니며 월급 100만 원을 받고 있었다. 나에게 스테이크는 그냥 스테이크가 아니었다.


‘진짜 스테이크를 사달라고? 나 돈 없는 거 설마 모르나? 아님 장난인가? 알겠다고 하면 진짜 사줄 거라고 믿으면 어떡하지? 그건 비싸서 못 사준다고 하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에게 실망할까? 이 사람은 나와 어울릴만한 급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어쩌면 민망해할 수도 있어. 아예 약속을 취소하면 어떡하지? 장난이면 장난이라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순간 엄청난 고민에 빠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웃기만 했다. 내가 먼저 맛있는 음식을 사준다고 말한 건데….


만약 그때 내가 부끄러움과 고민을 무릅쓰고 솔직하게 내 마음을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혹시나 내가 먼저 편견을 가지고 그 친구를 대한 건 아니었을까?


그 약속은 다행히(?) 8천 원짜리 김치찌개로 퉁 쳤지만 그 친구와 나 사이에 어느 순간 벽이 생겼음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하지 마


나는 돈 많은 사람이 부럽다. 돈 걱정해 본 적 없는 사람도 부럽다. 마음껏 여행을 다니거나, 고액의 취미 생활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능력도 많은데 인성까지 훌륭해 어딜 가든 부와 사람을 끌고 다니는 사람도 부럽다. 너무 부럽다. 부러워 미치겠다.


나는 전부터 이런 얘기가 너무 하고 싶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내 눈앞에서 나는 결코 고민하지 못할 고민들로 고민하는 당신이 너무 부럽고 질투나 미치겠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얘기하지 못한 이유는 어려움의 무게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무엇보다 그 사람의 고민과 그간 살아온 과정을 나는 다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3시간 놀고, 10시간 공부할 때 나는 24시간 자기 연민에 빠져 있던 걸 수도 있고, 그들이 치열하게 사는 모습은 숨긴 채 좋은 모습만 보여준 것일 수도 있고, 그들이 오히려 나의 어떤 점을 부러워하기도 했기에 나는 이런 얘길 할 수 없었다. 그런 생각 자체가 변명이나 도피의 이유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다른 출발선에 있다고

못 할 것 같았니?


어릴 적 우리 집은 가난했다. 국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기초생활수급자였으며, 부모님이 이혼하신 탓에 조부모님과 인생의 많은 부분을 보냈다.


할머니는 없는 살림에 손녀까지 맡아야 하셨기에 더 악착같이 버텨내셨다. 자연스레 우리 집엔 사랑과 인정의 말 대신 비난과 분노의 말이 자주 오갔다. 나는 사랑한다는 말도, 너는 할 수 있다는 말도, 너의 꿈은 무엇이니 라는 말도 듣지 못했다. 그저 하루하루 먹고 자는 것만 할 수 있다면 만족해야 했다. 나는 점점 웃음과 생기를 잃어갔다.


때문에 나는 다른 친구들과는 매우 다른 출발선에서 인생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억울하고 분했고 부하거나 혹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럼에도 나는 내 인생에 당당하고 싶었다. 누워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누군가의 노력과 성과를 비아냥대고 싶지 않았다. 그런다고 해서 내 인생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용기를 내는 법


그렇다. 나는 돈 많고 배경 좋고 행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이 부러웠다. 지금도 부럽고 질투가 나서 속이 상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인생이 부끄럽지는 않다.


열등감 덩어리였던 내가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도, 피해의식 대마왕이었던 내가 질투 나는 상대의 고민을 웃으며 듣고 있는 것도, 더 나아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느끼는 것도 모두 다 내가 자랑할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느껴져도 나는 나를 신뢰하고 계속해서 용기를 북돋워 줄 것이다. 나 자신의 아픔을 마주하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내는 나를 어느 누군가는 부러워할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