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계 앞에서 용기를 내는 법
결혼 후 1년 만에 몸무게 앞자리가 달라졌다. 야식과 외식과 달달한 디저트를 가까이한 탓이다. 맞지 않는 옷이 많아졌고 옷 핏도 달라졌다. 더 이상 상의를 하의 안에 넣어 입는 패션은 시도조차 할 수 없다. 쇼핑이 재미없어진지는 오래된 얘기.
“살이 좀 쪘네?”, “건강해 보인다^^”
자상하셨던 시부모님도, 나에게 관심도 없던 직장 상사도 너도나도 한 마디를 던진다.
‘저도 알고 있다고요!!’
오늘도 마스크 안에서 중얼중얼 볼멘소리를 한다.
싱글일 땐 건강이 염려될 정도로 말랐었다. 많이 먹어도 몸무게엔 큰 변화가 없었고 먹고 싶은 음식도 딱히 없었다. 비싼 음식을 먹을 바엔 옷 한 벌을 더 사는 게 내 마음을 더 흡족하게 했다. 내 옷장은 최신 유행하는 옷들로 꽉 차 있었고 꾸미는 재미로 지인과의 약속이 즐거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살이 찌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조금만 먹어도 몸무게에 변화가 바로 보이고 뱃살이 늘어나 즐겨 입던 바지들을 버려야 했다. 지인과의 약속도 일부러 피하게 되었다. 변한 내 모습을 보며 수군댈 것 같기도 했고 그 시선에 스스로가 위축될까 불안했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이런 영상을 봤다.
https://youtu.be/1k5R4R6sipA
JTBC 프로그램 ‘독립만세’에 출연했던 이수현 양이 살이 찐 스스로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한 장면이었다.
“근데 나는 자기애가 강해서 말이지. 거울을 봤는데 내 모습이 너무 맘에 안 들면 다이어트를 하겠는데… 근데 살이 쪄도 난 귀여운데? 이러니까 내가 살을 안 빼는 거야. 괜찮으니까.”
한창 몸무게로 스트레스를 받던 나에게 이수현 양의 말은 충격이었다. 실제로 영상에 나온 이수현 양의 모습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있긴 해도 그것이 이수현 양을 비호감으로 보게 하는 요인이 되진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고 당찬 모습에 더 반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내 모습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별 관심이 없다. 알고 있던 지인에게 외적인 변화가 있다고 해서 상대를 갑자기 싫어하게 되거나 비판하는 일은 많지 않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인성과 가치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 나를 판단했던 건 나 스스로였다. 몸무게 자체가 아닌 몸무게의 변화를 통해 주변에서 오는 반응들에 예민함이 폭발한 것이다.
사실 살이 쪄서 얻게 된 소소한 행복들도 있다. 우선 남편의 옷을 뺏어 입을 수 있고, 먹는 재미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수족냉증도 완치가 되었고 빈혈도 없어졌다. 뱃살이 찐 것 외에는 오히려 건강이 더 좋아진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의 내 모습이 전혀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던 것도 주변으로부터 날씬하다는 부러움을 산 것도. 하지만 분명 그때의 나는 건강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일과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먹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지금의 나는 소중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을 느낀다. 세상엔 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많은 건지, 좋은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은 얼마나 더 맛있을지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멋있는 옷을 입고 남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것에 행복을 느꼈던 내가 이제는 식사 시간이나 여가 시간과 같은 일상에서 소소한 기쁨들을 더 자주 누리는 사람으로 변하게 되었다.
체중계는 나의 몸무게를 재지만 나의 마음 무게는 나 스스로가 잴 수 있다. 더 이상 숫자나 외모에 연연하지 않고 일상의 소소한 기쁨들로 마음 무게를 꽉 채우고 싶다.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건 바로 그런 것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