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싫어 도망치고 싶을 때

나를 사랑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법

by 문사모

내가 이렇게

형편없는 인간이었나


최근의 나는 나 자신이 정말로 실망스러웠다. 비장한 각오로 퇴사까지 했으면서 지난 몇 달간 이루어놓은 것이 없는 나 자신이 매우 싫었다. 플래너도 사고, 클래스도 결제했고, 책상까지 사 나만의 공간을 꾸렸는데도 소파에서 TV만 보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게으르고 못난 나.

실행력이 부족한 나.

실패와 좌절에 매여있는 나.

부정적인 생각밖에 없는 나.


결과적으로 나는 ‘내가 싫다.’






아니야,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걸?


급기야 어젯밤엔 스스로가 너무 싫은 마음에 눈물을 쏟아냈다. 내가 너무 밉다고 펑펑 울고 있는 나를 보며 남편도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다음 날, 남편이 맛있는 음식을 먹자며 나를 집에서 끄집어 데리고 나갔다. 그리곤 내내 표정이 굳어 있는 나에게 말했다.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왜 그러는 거야?” 남편은 차분히 그동안 이뤄놓은 걸 하나씩 말해주었다.


1. 에디터 경험이 처음인데도 괜찮은 회사에서 객원 에디터로 뽑혀 일을 했다.

2. 꾸준히 써온 글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3. 매주 콘텐츠를 만드는 모임에서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쓰고 있고, 그 와중에 베스트 콘텐츠로 뽑혔다.

4. 책을 꾸준히 읽기 위해 북클럽에도 가입했다.


남편이 하나하나 말해준 것은 퇴사 후 내가 발버둥 쳐 온 흔적이었다. 그리고 모두 내가 해낸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 자신에게 실망한 이유는 내 이상과 목표치에 빨리 도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쯤 되면 객원 에디터 일이 많이 들어와야 하는데…. 이쯤 되면 나를 구독하는 브런치 작가가 100명은 돼야 하는데…. 이쯤 되면, 이만큼 하면, 이런 일들을 다 이루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남편은 한 마디를 건넸다. “아니야,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걸?”






나를 응원할래요


진짜 형편없어!

이것밖에 안 돼?

진짜 실망스럽다.

어쩌려고 그래?

창피해.

차라리 사라졌으면 좋겠어.


내가 나에게 퍼붓는 혐오스러운 말들을 타인에게는 하지 못한다. 그건 굉장히 모욕스럽고 수치스러운 말이며 그런 말들을 해대는 사람은 비상식적이고 몰상식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오랜 시간 동안 나 스스로에게 비상식적이고 몰상식한 사람이 되어 왔다. 나의 가난을 나의 실패를 나의 좌절을 나의 무능을 견딜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 외에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가 실패했다고 해서 그 이유를 함부로 그 사람 탓으로 돌리진 않는다. 오히려 위로의 말을 전해주고 그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진심 어린 충고를 할 때도 있겠지만 사랑의 마음은 느껴지는 법이다.


이제는 나를 사랑해주고 싶다. 내가 기꺼이 내 이웃에게 보내는 소박한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손편지를 나에게도 써주고 싶다. 내가 가장 초라하고 힘겨운 순간에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다름 아닌 바로 나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