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달자 야곱에 관한 신밀한 탐색과 탐구『야곱뎐』을 읽고
내용 목차
이 책의 첫인상
저자 소개
기억에 남는 내용과 문장
추천대상
세움북스 서포터즈로 처음 읽게 된 책은 700p에 가까운 『야곱뎐』이다. 평소 야곱이라는 다채로운 인물에 대해 여러 가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기에 책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책이 두꺼운 것도 '도대체 야곱을 얼마나 세밀하게 관찰했으면 이런 분량이 나올 수 있지?'라는 호기심을 부추기는데 한몫했다.
목차 또한 세밀했다. 목차를 보니 이 책이 이렇게 두꺼워진 이유가 납득되었다. 이 책은 주인공 야곱 이야기뿐만 아니라 야곱의 주변 인물들까지 세세하게 묘사하며 알려주고 있다. 책이 너무 두꺼워 읽기가 망설여진다면 목차에서 호기심이 가는 내용을 골라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책의 분량과 목차를 보아하니 야곱에 대해 엄청난 내공을 가진 교수님이나 목사님이 쓴 책이 아닐까 싶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일반 '청년 작가'이다. 신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님에도 그의 글은 탄탄하며 신학적이다. 또한 인물을 묘사함에 있어 섬세하기 그지없다. 헌투루 소개하는 내용이 없으며, 각 인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돋보인다. 그는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성경과 신학에 매료되었던 작가, 다니엘 오는 미국 바이블 칼리지에서 Children and Family Ministry(아동-가정 사역학)를 공부하였으며, Advanced Leadership & Pastoral Studies(리더십 및 목회학 연구) 학위를 취득한 후, Dallas Baptist University에서 경영 학사 학위 과정을 최우수 성적(Summa Cum Laude)으로 졸업하고, 석사로 경영학(MBA concentrated in Finance)을 전공했다. 또한 교육 리더십 박사(Ed. D.) 과정에서 Servant Leadership(섬김의 리더십)을 배웠다.
그의 다양한 공부 경험과 배경 지식은 다채로운 인물, 야곱의 삶을 한층 더 세밀하게 관찰하게 했을 것이다.
2023년 1월, 새해를 맞아 창세기를 묵상한 적이 있다. 창세기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 중 리브가와 야곱이 남편과 에서를 속여 장자권을 뺏은 대목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리브가와 야곱의 선택은 과연 옳았는가? 궁금증이 생긴 나는 몇 편의 설교를 찾아보았지만 개운함이 가시지는 않았다. 거짓말과 속임수로 한 가정이 파탄나버린 이 사건이 과연 하나님이 원하시는 뜻이었을까? 답답함은 내 마음속 한 구석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답답함은 이 책의 3장 '실책의 향연: 장자의 축복' 파트를 읽으며 해소가 되었다. 저자는 이삭, 리브가, 에서, 야곱의 입장에서 그의 심리상태를 묘사하며 섬세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자가 하나님 앞에서 어떤 실책을 했는지를 알려주었다.
먼저 리브가. 리브가는 '형이 동생을 섬길 것(창 25:23)'이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약속대로 상황이 돌아가지는 않았다. 에서는 날이 갈수록 강한 남자가 되어갔고, 그에 비해 야곱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남편 이삭은 하나님께서 그런 약속을 하셨는지도 모른 채 형에게 장자권을 주리라 다짐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리브가는 점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조급병에 걸린 리브가는 마침내 하나님의 계획에 개입하기로 선택한다. 남편 이삭을 속이고, 야곱에게 장자권을 주게끔 만들기로 말이다!
조급해진 리브가는 개입했다. 이는 그녀 자신의 야망이나 욕심 때문이 아니었다. 리브가는 믿고 싶었다. 야곱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고. (129p)
믿는 자들이라면 리브가의 이러한 선택이 틀렸다고 쉽게 판달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리브가의 실책에 대해 비판하지만 비난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선택의 파장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서술할 뿐이다.
다음은 이삭이다. 이삭의 실책은 하나님의 약속보다 자신의 오감을 더 믿었다는 데에 있다. 그의 신체는 노화되고 있었으며 눈도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런 상태였다면 장자권을 주는 데에 있어 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사실 리브가와 야곱의 작전은 어설프기 그지없었다. 에서와 야곱은 외관부터 목소리까지 아주 많은 것이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삭은 의심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쉽게 야곱에게 장자권을 주고 만다. 이 얼마나 코미디 같은 상황인가!
하나님의 사람도 때로는 자신의 오감을 의지한다. 자신의 판단을 의지한다. 현상을 만져 보고, 냄새를 맡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또한 맛본다. 그리고 자기 경험에 따라 그것을 충분히 인지했다 생각하고 나면, 하나님께 묻지 않는다. 마치 하나님께서 지치실까 봐 사소한 일은 맡기지 않으려 하는 배려심을 보이는 듯 말이다. 하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어설픈 배려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염치가 아니다. 도리어 매 순간 하나님을 찾고 구하는 것을 즐거워하신다.
(145-146p)
마지막으로 에서와 야곱의 실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에서에게서는 뚜렷한 실책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아버지의 명령에 충실했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사냥을 하고 요리를 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야곱보다 몇 배로 큰 힘이 있었음에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야곱을 헤치지 않겠다는 대목에서 그의 자비가 느껴질 정도다.
반면 야곱의 실책은 뚜렷하다.
야곱은 이삭과 에서를 상대로 선을 넘었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속이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컬었다. (150p)
이삭이 그 아들에게 이르되 내 아들아 네가 어떻게 이같이 속히 잡았느냐 그가 가로되 아버지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나로 순적이 만나게 하셨음이니이다 (창 27:20)
그와 어머니의 작전은 성공했을지 몰라도 결국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자권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지만 그가 얻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저자는 각 인물들의 실책에 대해 자세히 묘사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희망을 제시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수많은 깨달음과 은혜가 있다는 것이다.
1. 이삭, 리브가, 에서, 야곱은 모두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동하다 난장판이 형성되었다.
2. 하나님은 절대주권을 가지고 계시지만 사람의 자유의지를 존중하신다. (우리는 로봇이나 꼭두각시가 아니다)
3. 그럼에도 사람의 자유의지는 하나님의 일을 이루는 데에 어떠한 방해나 장애요소가 되지 않는다.
하나님은 불완전한 우리의 모습을 아심에도 우리를 통해 일하길 원하시는 분이다. 그분은 우리의 실패를 수습만 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실패를 당신의 완전한 뜻을 이루시는 데 사용하길 원하시는 분이다.
야곱의 이야기를 천천히 음미하며 읽다 보면 '신앙 매뉴얼'이 형성된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방대한 분량만큼 은혜도 방대하다. 한 번에 읽히진 않지만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평소 '야곱'이라는 인물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은 분들, 한 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신학적 스토리를 알고 싶은 분들, 야곱에 대한 설교를 준비하는 목회자분들에게 자신 있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