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기록을 좋아하는 에디터, 문예은
프리랜서 에디터이자 인스타그램에서 '문사모툰'을 운영하고 있는 인스타툰 작가다. 바이럴 마케팅 회사를 첫 직장으로 다양한 마케팅 경험을 했으며 최근엔 기독교 출판사인 '두란노서원'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라는 일념 하에 22년 2월 퇴사를 했으며 현재는 다양한 곳에서 여러 가지 콘텐츠를 쌓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사이드 프로젝트가 굉장히 큰 도움이 됐으며,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발견된 가능성들을 계속해서 확장시키고 있다.
*한달어스 : '한달(30일) + 어스(Us, 함께)'라는 뜻을 가진, 실천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커뮤니티
첫 번째 사이드 프로젝트로 한달어스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처음엔 업무 때문이었어요. 회사에서 독서 커뮤니티 운영을 맡게 되었는데, 이미 잘 되고 있는 곳에 한 번 참여하고 싶었죠. '한달어스'라는 귀여운 네이밍이 맘에 들었어요. '무언가에 도전해 성공할 확률이 혼자 하면 4%, 함께 하면 80% 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라는 슬로건도 저를 움직였죠. 마침 일과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심할 때여서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발견하고 싶어 졌어요. 한달어스 프로그램 중에 '한 달 글쓰기 유치원'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었고, 그게 저의 첫 번째 사이드 프로젝트가 되었답니다.
직접 참여해보니 어땠나요?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중간중간 제공되는 가이드와 서로 좋은 피드백을 해주는 동료들이 있어 마지막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제가 한달어스의 찐팬이 되는 계기가 생겼답니다.
오, 그게 뭐죠?
21일 차 미션이었던 '목차 만들기'를 했던 날이었어요. 난이도가 꽤 높은 미션이어서 다들 헤매고 있었죠. 스텝 중에 한 분이 원래 프로그램 취지와 맞지 않은 피드백을 해주는 실수를 하셨어요. 그냥 넘길 수도 있지만 그날따라 제 마음이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망설이지 않고 한달어스 카카오톡 채널에 긴 건의사항을 남겼어요.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와 같은 형식적인 대답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던 찰나 김준형 대표님이 직접 전화를 하는 게 아니겠어요? '죄송합니다'란 말과 함께 한달어스에 바라는 점, 추가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 등을 물어보셨어요. 이렇게 길게 건의사항을 남겨준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한달어스에 애정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면서요. 한달어스의 발 빠르고 지혜로운 위기 대처능력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정말 찐팬이 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네요?
네, 맞아요. 그 뒤로 다양한 한달어스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7일 목표지도', '3일독서', '한달자기발견' 등 모두 글쓰기 기반의 프로젝트였어요. 한달어스 덕분에 매일 글 쓰는 훈련, 주제에 맞춘 글쓰기 훈련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한달어스를 통해 에디터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셨다고 들었어요.
한달어스에서 글쓰기는 모두 크고 작은 주제와 대상이 정해져 있어요.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미션부터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미션 등 주제에 맞춰 정해진 분량의 글을 쓰다 보니 에디팅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죠. 단순한 글쓰기보다 에디팅에 매력을 느낀 건, 큐레이션의 기능까지 한다는 거였어요. 평소에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걸 글로 정리할 수 있다면? 저랑 딱 맞는 일이라고 여겨졌죠. 한달어스에서 발견한 가능성으로 인해 퇴사 후에 롱블랙 객원 에디터도 되었어요. 한달어스가 아니었다면 시도조차 못해봤을 일이죠.
*브랜딩나우 : 다양한 브랜딩 업계에서 일하고 있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위한 커뮤니티
두 번째 사이드 프로젝트는 브랜딩나우네요.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죠?
퇴사 후 프리랜서 에디터가 되었는데, 생각보다 일을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나를 보여줄 콘텐츠를 쌓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브랜딩나우를 알게 되었어요. 평소 구독하고 있는 뉴워커의 김인숙 퍼스널 브랜딩 디렉터님과 한달어스 공동창업자였던 이진선님이 운영진이어서 망설임 없이 신청했죠.
브랜딩나우에선 어떤 콘텐츠를 쌓으셨나요?
브랜딩나우의 콘텐츠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돼요. 하나는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F&B 같은 산업별 SME고, 또 다른 하나는 네이밍, 브랜드 디자인, 브랜드 스토리 같은 기능별 SME에요. 평소에 저는 기업의 브랜드 스토리에 관심이 많아서 후자를 선택했죠. 처음엔 평소에 애정이 있던 롱블랙을 타깃으로 했어요. 객원 에디터를 한 덕분에 대표님들을 만난 경험도 있고, 그간의 스토리도 잘 알고 있었죠. '오늘이 지나면 사라지는 구독 서비스'라는 제목으로 첫 글을 연재했고, 이 글 덕분에 브랜딩나우의 첫 번째 베스트 콘텐츠로 뽑혔어요.
브랜딩나우 덕분에 브런치 작가가 되셨다고요?
네, 정말 너무 기뻤어요. 처음엔 브랜딩나우 콘텐츠를 노션에 연재했어요. 그런데 무료 버전으로 사용했더니 용량에 제한이 있더라고요. 어디에 연재할까 하다가 브런치가 생각났어요. 그전엔 '브런치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야'라고 시도조차 못했는데, 함께 하는 멤버분들이 용기를 주시더라고요. 별 기대 없이 작가 신청 버튼을 눌렀는데, 한 번에 통과했지 뭐예요.
축하드려요! 브런치 작가에 한 번에 통과하신 비결이라도 있으신가요?
브랜딩나우에서 가이드로 제시한 콘텐츠 서칭 방법 때문인 것 같아요. 간단하게 줄여보면 아래와 같은데요, 브런치 작가 선정 기준에 부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이 방법으로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어요.
① 내가 가장 잘 알고 있거나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검색해보기
② 한 달 이내의 최신 소식 서칭 후 정리하기
③ 브랜드 배경이나 스토리 + 나만의 인사이트 녹여내기
④ 자료 출처는 정확하게 표기하기
*뉴브릿지 스튜디오 : 기독교 안의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제시하는 커뮤니티
지금은 어떤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신가요?
뉴브릿지 스튜디오에서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크게는 크리스천(개신교인)들의 은사(타고난 재능이나 강점) 찾기 프로젝트 안에 들어가 있답니다.
흥미롭네요! 어떤 분들을 인터뷰하고 계신가요?
처음은 인터뷰가 아닌 뉴스레터로 시작하려고 했어요. 뉴브릿지엔 기획자부터 개발자, 디자이너, 에디터, 강점 코치 등 다양한 분들이 포진되어 있는데요, 각자가 어떤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지 그 과정을 담으려 했죠. 그런데 사이드 프로젝트이다 보니 서로의 생각도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성도 달라서 협업에 약간의 어려움들이 생기더라고요. 그 고민은 '아, 지금은 일보단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지금까지는 에디터인 저와 강점 코치 한 분을 인터뷰했어요. 주제는 '일'과 '일에 대한 가치관'이에요.
인터뷰를 하면 다양한 이야기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더라고요.
네 맞아요! 많은 분들이 생각보다 내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고, 어떤 목표를 이루고 있는지 잘 모르고 계세요. 하지만 인터뷰를 하면 그런 점들이 술술 나오는 게 신기하답니다. 가장 짜릿한 부분은 인터뷰를 하면서 인터뷰이의 장점을 끄집어낼 때에요. 보통의 반응은 '저에게 그런 면이 있나요?'인데, 그 말을 하며 놀랍고 기뻐하는 상대방의 표정을 볼 때 저까지 기뻐요. 나도 몰랐던 나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인터뷰 프로젝트는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 같아요.
예은님이 인터뷰를 통해 발견한 '나만의 이야기'도 있나요?
물론이죠. 지금 하고 있는 문사모 인스타툰도 뉴브릿지 때문에 발견하게 된 저만의 이야기예요. 정식 인터뷰 프로젝트는 아니었고, 뉴브릿지에 합류하게 된 뒤 처음 만났던 모임에서였어요. 사이드 프로젝트의 매력은 돈과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고, 그게 반응이 좋았어요. 다만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라 뉴브릿지가 아닌 개인적인 프로젝트로 데려왔죠. 그것이 지금의 인스타툰이 되었어요.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이야기네요!
정말이에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와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을 때 사람의 가능성은 무한대로 확장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저에게 사이드 프로젝트는 인생을 변화시켜준 프로젝트랍니다!
사이드(SIDE)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사이드 이전에 다능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때는 2017년, <모든 것이 되는 법>이라는 책을 서점 매대에서 봤을 때에요. 사실 책 제목보단 부제에 더 이끌렸어요. '꿈이 너무 많은 당신'이라... 너무너무 제 이야기 같았죠. 그때의 저는 이십 대 후반이라는 나이에 변변찮은 직업 없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요. 하고 싶은 것들 사이에서 방황만 하다 이루어 놓은 것도 없었죠. 그때 이 책을 만난 건 저에게 행운이었어요. 하얗던 책이 밑줄로 가득 찼죠. 그때 다짐했어요.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 말고,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보자고요.
호기로운 다짐이네요! 그 뒤로 삶에 변화가 있었나요?
그럴 거 같지만 아니었어요. 나만의 방식으로 살고 싶었지만 무엇이 나만의 방식인지 몰랐어요. 먹고사는 게 급하니 우선은 취직이나 하자고 생각했죠. 그렇게 회사에 들어가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어요.
그럼 사이드를 알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코로나 때문이었어요. '대퇴사 시대'라는 단어가 유행하며 더 이상 회사에 머무는 삶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러 기사와 인터뷰를 검색하며 사이드와 융님을 알게 되었어요. '이런 사람, 이런 삶도 있구나' 현실 앞에서 망설이는 제게 아주 긍정적인 불쏘시개가 되었답니다. 사이드 뉴스레터도 구독하고, 사이드 인터뷰도 찾아보며 조용히 저만의 삶의 방식을 다지게 되었어요.
그럼 지금은 예은님만의 삶의 방식을 찾으셨나요?
제가 다능인이기는 하지만 저에게도 나만의 무기가 필요함을 느꼈어요. 퇴사를 하고 나니 더 그렇더라고요. 마케팅 관련 일을 오해했기에 그 기획력을 바탕으로 에디터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로 출근하는 일은 맞지 않다고 결론 내렸어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이 제가 찾은 나만의 방식이에요.
- 자아실현 : 일을 할 때 나의 장점과 강점을 발견할 수 있다.
- 성취감 : 그로 인해 뿌듯하고, 성장하는 내 모습이 좋다.
- 공동체 :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고 공동체에 유익이 된다.
- 큐레이션 : 쏟아지는 콘텐츠(책, 영상, 웹툰, 음악, 브랜드 등) 속에서 유의미한 것들을 발견해 개개인에 맞춰 재구성, 재설정해주는 일
- 나다움을 발견 : 각 개인이 자신만의 강점과 장점을 발견해 조금 더 자신감 있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일
- 큐레이션 : 사람은 문화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고, 결국 그 영향을 받게 된다. 이왕이면 나에게 맞는 콘텐츠, 나의 사람을 더 이롭게 하는 콘텐츠를 분별하여 추천해주고 싶다.
- 나다움을 발견 : 나는 나다움을 알게 된 후 나에게 맞는 일과 맞지 않은 일을 더 잘 분별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쓸데없는 에너지 소비가 줄었고 삶의 질이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