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령이 거하시는 하나님의 성전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by 문사모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고린도전서 3:16)


다윗은 왜 성령을 잃을까 두려워했을까?


다윗은 누구보다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목동 시절부터 하나님의 음성에 민감했고, 찬양과 기도로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전쟁터에서도, 광야에서도, 왕위에 있을 때에도 그는 하나님을 찾았고, 때로는 실수하고 넘어지면서도 늘 회개의 자리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다윗도 결정적인 죄를 범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따라 밧세바와 간음하고, 그 죄를 감추기 위해 우리야를 죽이는 무서운 죄를 저질렀을 때, 다윗은 통곡하며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의 성령을 내게서 거두지 마소서 (시 51:11)


그는 왕위를 잃을까 두려워하지 않았고, 명예를 잃을까 떨지 않았습니다. 그가 가장 두려워했던 건, 하나님의 영이 자신을 떠나버릴까 봐, 그 교제의 끈이 끊어질까 봐, 하나님의 임재 없는 삶이 될까 봐였죠.


다윗은 알고 있었습니다. 단 한 번의 회심이나 뜨거운 체험이 인생 전체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요. 진짜 거룩함은 성령님과의 ‘지속적인 동행’에서 자란다는 것을요. 그의 고백은 지금 우리에게도 말해줍니다. 성령님과 동행하는 삶은, 한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매일의 결단'이라고요.



단번의 변화로는 인생 전체를 지탱할 수 없다


제주도에서 기도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깊이 경험했던 그날, 저는 마치 새로운 사람이 된 듯한 감격을 맛보았습니다. “이제는 흔들리지 않을 거야” 그날의 결단은 단단했고, 그 뜨거움은 오래도록 내 안에 남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결혼을 하고, 동시에 사모가 되었습니다. 때마침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저는 점점 혼란고립감 속에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결혼 전에 그렇게 가깝게 느껴졌던 하나님이 결혼 이후엔 멀리 계신 것처럼 느껴졌고, 기도할 힘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더러운 귀신이 사람에게서 나갔을 때에 물 없는 곳으로 다니며 쉬기를 구하되 쉴 곳을 얻지 못하고 이에 이르되 내가 나온 내 집으로 돌아가리라 하고 와 보니 그 집이 비고 청소되고 수리되었거늘 이에 가서 저보다 더 악한 귀신 일곱을 데리고 들어가서 거하니 그 사람의 나중 형편이 전보다 더욱 심하게 되느니라 (마 12:43-45)


한 번 비워낸 마음에, 다시 채워야 할 것이 없으면 더 지독한 공허가 들어앉는다는 말씀처럼 제 안은 점점 황폐해져 갔습니다. 단번의 체험이 내 인생 전체를 책임져주지는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말씀 앞으로, 기도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반항하고 싶고, 불평하고 싶고,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은 날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기도로 꾹 눌러 담았고, 매일의 말씀 묵상으로 무너진 마음을 하나씩 다시 세워나갔습니다.


결혼 2년 차가 되었을 무렵, 저는 다시 회복의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된 것입니다. 정체성의 변화는 여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요. 진짜 변화는, 성령님과 동행하며 하루하루를 새롭게 살아내는 것이라는 진리를요.



성령님과의 동행, 거룩한 집으로의 여정


십자가를 통해 새로운 자아로 다시 태어난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단지 구원하시는 데에 그치지 않으시고, 성령님을 보내셔서 우리 안에 직접 거하시며 함께 살아가십니다.


성령님은 하늘 높은 곳에만 계신 분이 아닙니다. 나의 마음에, 나의 생각과 감정 속에, 오늘의 결정과 내일의 선택 안에 계신 분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나의 삶은 하나님의 거룩한 집, 성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눈빛 하나를 나누더라도, SNS에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는 그 모든 순간에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 선한 영향력을 흘려보내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내 결심이나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진짜 변화는, 매 순간 성령님을 의지할 때, 그분과 동행할 때, 작은 순종을 반복할 때 조금씩 자라 갑니다.


내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옛 자아, 뒤틀린 감정, 이기적인 태도들을 십자가에 못 박으며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거룩함을 입어가는 삶. 그것이 바로 성전 된 우리가 걸어가야 할 여정이며, 지금도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서 이루고 계신 일입니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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