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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little deer Feb 20. 2019

소설을 쓰고 싶다면

2018-11-23

“시간? 시간에 관해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
“그는 손목을 들고서 이렇게 말하곤 했지요. '내 시계로는 8시 26분인데 당신 시계로는 몇 시요?” p.82.


아침은 걸렀으니 점심이 아침이라고 치고(뭔 소린지), 그마저도 어제 저녁 약속 - 약 4년 만엔가 만난 옛 직장 상사와의 - 자리에서 한 젓가락 먹고 남겨 싸가지고 온 덕누들로 한 끼를 때웠다. 한 끼 때웠다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맛은 훌륭했고 배도 불렀다.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는 일은 아침을 챙겨 먹는 것 못지않게 고단한 일이다. 아니 뭐 매 끼니가 그렇지. 그래서 남이 해준 밥이 가장 맛있다고들 하는 거겠지. 주말이 다가오면 의욕에 넘쳐서, 한편으로는 다가오는 한 주 걱정에, 과일부터 요거트, 반찬, 즉석식품 등을 사서 냉장고에 채워놓고 이거 저거 해 먹어야지 생각하는데 막상 주말에 청소 빨래 설거지 3단 콤보와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그러고도 시간이 있어 잠깐 멍하니 있다 보면 어느새 일요일 밤인 것이다. 나 하나(와 고양이 두 마리) 잘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놀아주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아직도 어른, 아니 성인이 못 된 건가 부끄럽고 착잡한 심정이 될 때가 종종. 에라, 모르겠다, 닥치는 대로 산다.


제임스 설터의 산문이 번역되어 나왔기에 얼른 주문했다. 덕분에 보관함에 넣어두고 세월아 네월아 하던 책들도 함께 장바구니에 넣을 수 있었다. 저런 - 내 생각에는 철학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 말을 한 사람은 나보코프라고 한다. <말하라, 기억이여>를 읽어야지 생각한 것이 벌써 몇 년 째인지! 하! 시간! 곧 12월이다. 눈 한번 깜빡하는 사이 한 살 더 먹을 거란 얘기지. 그래도 내년엔 꼭 <말하라, 기억이여>를 읽자고 다짐해본다.


새해가 시작되기 전주에 나는 몇 가지 목록을 만들고 해당되는 것들을 적었다. 나에게 남아 있는 즐거움, 친한 친구 열 명, 읽은 책들. 나는 또한 연말이면 흔히 그렇듯이 여러 사람들을 생각했다. 인생의 항해를 하지 못한 사람: 아기 때 죽은, 이름도 없었던 듯싶은 어머니의 여동생, 조지 코르타다, 켈리, 조 바이런, 여덟 살이었던 토머스 메이너드, 케이의 유산된 아기......
그날 늦게 우리는 인적이 드문 해변을 걸었다.
이후 나는 목욕을 하고 옷을 입었다. 흰 터틀넥을 입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머리를 빗었다. 그리 나쁘지 않았다. 건강은 좋았고, 희망도 있었다. p.78.


이번 주말에는 고향 친구 결혼식에 갔다가 ‘자기 자신에 대한 글’을 써야 한다. ‘나는 솔기가 터져서 나 자신이 적절하게 드러나게 하려면 어느 정도까지 고백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어요.’ p.77.


동대구역에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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