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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little deer Jan 01. 2021

1일 1클래식 1기쁨 - 하루하루 설레는 클래식의 말

2021-01-01

음악을 향한 욕망은 여전히 우리를 이루는 근원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삶은 전례 없을 정도로 피로하고 파편화되어 있다.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다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를 까마득히 멀게 느낀다. 솔직히 누가 음악을 듣기 위해 매일 시간을 내는 사치를 부리겠는가? 산더미 같은 빨랫감, 답장하지 못한 이메일, 설거지해야 할 접시는 어쩌란 말인가? 정말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 이 시대야말로 어느 때보다 음악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사색하고 성찰하고 서로 인연을 맺으며 존재하는 여유를 위해서. 이 책의 목적 중 하나는, 우리가 생활 속에 음악을 들일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여러 연구에서 계속 증명하는 바에 따르면, 정기적인 '자기 관리'는 정신 건강과 영적 행복에 헤아릴 수 없는 이익을 준다고 한다. ~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음악은 분명 정신적 보약처럼 강력한 효과를 발휘해 사람들이 더 나은 낮과 밤을 보내도록 도와준다. 매일 음악을 듣는 일, 하루 분량의 음악은 영혼을 지탱하는 한 가지 방식이 될 수 있다. p.19-20.


종소리도 '해피 뉴 이어!' 포옹과 키스도 없이 새해를 맞이했다. 이제껏 술 먹고 일찍 잠들거나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아무튼 심심하고 쓸쓸한 기분으로 티비를 틀었는데 KBS에서 잘 나가다가(?) '쨍하고 해 뜰 날'을 부르길래 꺼버렸더랬다. 그리고는 새벽 늦게까지 루돌프와 통화하며 울다 웃다 하다가 겨우 잠들었다.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떡국을 끓인 후 2020년 마지막 날 도착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책의 형식도 훌륭하고 실용적이지마는 서문부터 너무나 마음을 잡아 끈다. 누군가 내게 농담처럼 '신분 상승'을 위해 클래식 음악을 듣는 '척'한다고 말했었는데, 그 사람에게 이 책의 서문을 그대로 읽어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 나는 더 나은 사람, 더 똑똑한 사람, 더 교양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클래식을 매일 '들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잘난 상류층 백인 여자가 아니다. 클래식 작곡가를 모른다거나 그들의 음악을 알지 못한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 아무튼 나를 비롯한 지구 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엉망진창인 채로 새해를 맞이했다 하더라도, 첫날 아침(늦잠을 자서 점심때에 가깝긴 했지만) 만큼은 모두 제정신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그리고 1월 1일의 곡을 들었다. 이 책은 하루에 한 페이지, 한 곡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QR코드를 통해 유튜브에서 월별로 수록곡을 감상할 수도 있다. 첫 곡은 바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b단조 미사, 바흐작품번호 232번 3부 상투스(거룩하시도다)다.


사람들은 바흐의 음악에 나타나는 복잡하고 정교한 패턴을 보고 그를 '수학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냉철하고 분석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는 강렬한 기쁨과 거친 슬픔을 알고 있었다. 인간 마음의 예측 불가한 변화를 그보다 더 잘 조율하는 작곡가는 결코 없을 것이다. p.31.


2020년은 최악의 해였지만 나에게는 어떤 의미로 최고의 해이기도 했다. 그리고 좀 과장해서 천국과 지옥을 맛보는 사이에도 클래식 음악 덕분에 '영혼을 지탱'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아름다움과 기쁨을 발견하고 경험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부디 2021년은 'Year Of Wonder'가 되기를!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첫날이다. 심장을 뒤흔드는 합창단의 노래와 커다란 북소리로 새해를 시작해보자. 오늘 듣는 5분 정도의 이 곡은 여러분의 종교가 무엇이든 어떤 사람이든 어디에서 왔든 상관없이, 영혼을 울리며 말을 건넨다. "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제 시작합시다."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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