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좋은 말 하기 싫은 말

2026-01-01

by a little deer
한 사람에게만 깃드는 고유한 외로움을, 언제부터 쌓이고 겹쳐진 줄도 모르는 낯선 그림자를, 아무리 돋보기를 들고 들여다보려고 해도 우리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는 보이지 않는 그늘을 말이다. 나는 나의 외로움을 따라 저 멀리 다녀온 후에야 타인의 외로움을 감히 아는 척하지 않게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힘들다는 친구 앞에서 "나는 혼자 있는 거 엄청 잘해" 하고 자랑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p.53.


새해 첫날이니 첫 끼는 떡국. 2025년 마지막 날부터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하더니 결국 감기에 걸린 채로 새해를 맞이했다. 이불 밖은 위험한 날씨라서 씻지도 않고 뒹굴며 - 오히려 좋아 - 새해 첫 책을 읽었다. 부제는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한 기록‘.


올 타임 페이버릿 소설 <스토너>나 <나의 미카엘>을 다시 읽을까, 김영민 교수님의 에세이를 정독해 볼까, 아니면 올해 목표 중 하나인 돈 공부에 걸맞게 토스에서 출간한 <머니북>을 마저 읽을까 고민했는데, 프란츠 계정에서 이 책을 새해 첫 책으로 권하는 걸 보고 망설임 없이 책장에서 빼들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지만(MBTI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서 굳이 말하자면 INFJ) 외로움도 많이 타는 이상한 성격. 나랑 놀아줄 사람이 좀 있었으면 하고 늘 바라는 편이지만, 막상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도 에너지가 쭉쭉 방전되는 타입. 아무튼 이런 내가 저 페이지에서 멈춘 것은 바로 내가 ’ 혼자 있는 시간이 힘들다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내게 ’ 나는 혼자 있는 거 엄청 잘해 ‘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삼키고 일단 입을 꾹 닫기로 했다. 물론 그 말 때문만은 아니다. 여러 이유로 얼마 전부터 미세한 틈이 생기는 것 같았다. 일일이 상처받고, 대부분 이해도 하고, 그러다 화도 나고, 그냥 넘겨도 보고, 혼자 너무 예민한가 헤아려도 보면서 온갖 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치던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아직도 그렇다.


다 떠나서 결론은 나도 혼자 있는 거 엄청 잘하는 사람이 되어보려고 한다. (사실은 엄청 잘한다. 그러니까 여태...) 듣기 싫은 말을 생각하는 대신 하기 싫은 말을 안 하는 사람이 되어보자 싶다. 이제는 진짜 어른이 되려고 그러나 보다, 하고 나를 달래 본다. 그래도 혼자 놀면 심심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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