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9
일을 의뢰받으면 그 일이 무엇이든 간에 아, 싫다, 가능하면 안 하고 싶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먹고살질 못하니까, 하는 생각으로 마감 직전 혹은 마감 넘어서까지 양심의 가책과 싸워가며 버틴다. 그 전에는 아무리 한가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는 내내 위장이 뒤집힐 듯 배배 꼬여서 이따금씩 위산이 역류하기도 한다. 몇십 년을 매일같이, 공휴일 명절 할 것 없이 뒤틀리는 위장의 재촉을 받으며 내 인생은 끝나리라. 일이 좋다는 사람이 있다면 얼굴 한번 보고 싶다. p.65.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불안과 걱정과 슬픔과 공포와 오만가지가 뒤죽박죽으로 버무려진 속이 터질 것처럼 답답하고 화가 치민다.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어!' 소리를 질러봐도 답이 있을 리가. 며칠 째 실제로 속도 좋지 않다. 아무래도 위궤양이 재발한 것인가 의심스럽다. 뭐 그럴 만도 하지,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나약해 빠졌다.
출판사 인스타그램에 '인생은 번거롭고 힘들지만 밥을 먹고 자고 일어나기만 하면 어떻게든 된다'고 발췌한 글을 써두었길래 사노 요코의 책(<사는 게 뭐라고>)을 다시 꺼내 찾아봤는데, 아무리 찾아도 본문에서는 안 보인다. 한참을 보니 책 맨 뒤 해설에 인용해두었는데, 이상하다. 뭐, 아무튼 그렇- 게 깨닫게 된 - 다고 한다. 그러니 오늘은 저녁을 챙겨 먹고 숨쉬기 운동(요가)이나 하러 다녀와야겠다.
방금 아빠랑 통화. 울고 싶지만 덕분에 힘이 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