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달라도 충분히 행복하게

2018-07-08

by a little deer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인도가 따로 없어 차가 쌩쌩 다니는 이차선 도로 곁을 조심조심 걸어가는 중이었다. 저 건너편에서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다다다 달려오더니 남편 허벅지에 착 하고 붙었다. 검은 생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다람쥐? 족제비?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털뭉치를 보고는 둘 다 그만 어벙벙해져서 가만히 바라보는데, 그 순간 녀석이 작은 소리를 내질렀다. “니야옹!” 새끼고양이었다. p.220.


백만 년 만에- 실제로는 약 2주 만에 - 요가를 하고 아이스커피를 한잔 들고 집으로 오는데, 보리의 대모(적당한 표현이 생각 안 난다) 앤디가 공방 문 앞에 혼자 식빵을 구우며 앉아 있었다. 오랜만이라 반가워서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보리는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고, 곧 1살이 된다고 알려주었다. 앤디는 내 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애엥”하는 소리를 한번 내더니 하품을 했다. 복숭아와 자두와 살구와 요거트와 식빵을 꺼내 아침을 차리고 책을 고르다 하동 소보루 민박 회장님(흐흐)이 쓰신 책의 ‘웅이’ 이야기가 생각났다. 읽을 때 괜히 또 눈물이 났더랬다. 보리처럼 살겠다고 제 발로 찾아온 고양이. 힘든 시기에 큰 힘이 되어준 작은 생명. ‘~행운이 아니라 온전히 그 작은 녀석의 의지였다는 것을. p.222.’ 정말로 그렇다. 그 자체로 내게 큰 용기와 위안을 주었다는 걸 보리는 모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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